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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무제 (3)

Neble 2016. 4. 5. 06:58

어린애를 태워야 한다고요? 몇 살인데요? 설마 갓난아기는 아니죠?”

 

끔찍이도 아끼는 엔터프라이즈호에 변화가 생긴다는 소식에 스콧은 벌써부터 야단이었다.

 

열 살이 됐겠군.”

, 대체 몇 살 때 낳았다는 거야?”

 

무려 십 년 전에 아이 아빠가 되었다는 스팍의 대답에 맥코이는 놀라 자빠질 기세였고.

 

그게 중요한가?”

아니, 그건 아닌데.”

 

물론 스팍이 아빠가 된 나이는 지금 회의에 필요한 내용이 아니었다. 모두 의외의 상황에 호기심이 일었을 뿐이다. 하지만 짐은 호기심보다 씁쓸함이 앞섰다. 엔터프라이즈호에서 근무하는 중에 생긴 아이는 아닐 테니 갓난아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열 살이면 자신이 클래식 셰비를 끌고 절벽으로 내달릴 때와 비슷한 나이였다. 짐은 늘 자신을 두고 우주로 향했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우주로 향할 때마다 미안해하던 어머니의 표정도 떠올렸다.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으로서 한 번의 죽음을 포함해 몇 번이고 사선을 넘나들었던 짐은 자신의 아이가 곧 태어날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바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도, 아직 어린 아이를 두고 홀로 우주로 떠나던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무척 외로웠던 어린 제임스 커크를 잊은 것도 아니었다.

 

열 살이면 손이 많이 갈 나이도 아니니까 탐사 끝날 때까진 여기서 키워도 될 것 같은데, 벌칸에선 별 말 없어?”

벌칸에서는 아직 제 아이의 존재를 모릅니다.”

넌 어떡하고 싶은데?”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키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스팍의 아이에게는 곁을 지켜주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다.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게 참 스팍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이 또 다시 피식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해.”

아니, 이 양반이 진짜 말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아요? 보안 정책 상 일등항해사인 중령님이 가족 선실로 옮길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지금 쓰시는 선실을 2인 선실로 개조해야 하는데 그것만도 최소 사흘입니다! 그것뿐입니까? 그동안 중령님이 계실 선실은 어쩌고요? 일반 선실의 보안을 강화하려면.”

 

기관장으로서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스콧은 무슨 일이든 일단 투덜거리면서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바다 속에 엔터프라이즈호를 감춰뒀다가 화산재를 뿜으며 폭발하는 화산에 접근했던 니비루 탐사 이후에도 스콧의 투덜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는 저속 이동이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린다기에 고속 워프를 했더니 연속 고속 워프는 엔진에 무리를 준다고 투덜거렸다. 엔터프라이즈호 선원들이라면 누구나 기관장인 스콧의 투정을 적당히 걸러 들을 줄 알았다. 의료 총 책임자인 맥코이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걸러 듣는 기술이 생기는 건 덤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맥코이의 친우이자 스콧이 엔터프라이즈호에서 근무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짐인 건 당연했다.

 

일반 선실 말고 방문객용 선실의 보안을 강화하면 되지. 어차피 지금은 방문객도 없고 보안을 강화하기엔 그쪽이 더 편하잖아. 시간이 촉박하면 내 선실을 공유해도 난 상관없어. 사흘 정도는 스팍이랑 다른 조에서 근무해도 되고.”

함장님이 그렇게까지 말하시면 제가 할 말이 없죠.”

 

게다가 엔터프라이즈호의 총 책임자인 함장이었고. 스콧이 뚱한 표정을 했다.

 

그럼 어떻게 해 드릴까요, 중령님?”

방문객용 선실을 쓰는 게 좋겠군. 보안 강화용 패치는 내가 준비할 테니 검토 부탁하지.”

그러십쇼. 나참, 이런 일은 좀 미리미리 말해주면 안 됩니까? 꼭 이렇게 급하게 부탁하고 말이야. 델타 베가로 좌천만 안 당했어도 나도 중령 달았을 건데, 빌어먹을 좀생이 아처.”

 

스콧의 말에 스팍이 눈썹 하나를 치켜 올렸다. 자신의 애완견을 실종시키긴 했지만 기술적 진보를 이룬 공로를 치하하며 좌천지 델타 베가에서 스타플릿의 기함 엔터프라이즈호의 발령을 확정해 준 게 그 아처 소장인 걸 생각하면 좀생이란 말은 다분히 스콧의 감정이 섞인 표현이었다. 네로의 습격에 이어 스타플릿 본부를 공격한 칸 때문에 스타플릿의 핵심 인재들이 수없이 사망했고, 덕분에 스콧처럼 뛰어나지만 상부에 밉보여 한직을 전전했던 재야인재들이 요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걸 감안한다고 쳐도 말이다.

 

상관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그 분 안 듣는 데선 무슨 말을 못 합니까? , , 급하게 선실 개조 할 생각하면 머리가 다 아픈데 사람이 숨은 좀 쉽시다, ?”

 

두 사람의 말싸움이 시작되면 회의가 길어질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짐이 끼어들었다.

 

알았어, 스코티. 그만 투덜대. 지금 본즈도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거 안 보여? 지금 에르겔리우스 2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이의 의료 정보를 구하려면 골치 깨나 아플 거라고.”

, 그건 이미 받았습니다. 지금 맥코이 소령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보통 의료 정보는 의료진 간에 전달되는 게 기본인데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의료 총 책임자인 자신이 아닌 스팍에게 먼저 정보가 전달됐다는 소리에 맥코이가 안 그래도 찌푸린 인상을 더 구겼다. 데이터가 수신되었다는 전자패드의 알림이 뜨자마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의 생체 정보를 열람하던 맥코이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 맥코이의 얼굴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데 맥코이의 노성이 터져 나왔다.

 

, 이게 뭐야. 이래도 되는 거야? 이거 벌칸에서도 알아?”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다들 눈을 둥그렇게 떴고 스팍만이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만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이라는 건 아직 모른다는 거잖아! 도대체 이 트프링이란 여자, 이 여자는 뭐하는 사람이야?”

저와 같은 과학자입니다.”

그으래에서어 이런 연구를 하셨다?”

 

연구?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아이와 연구. 설마 아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을까? 라고 생각했던 모두의 머릿속에 벌칸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려던 때였다.

 

지금으로선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지요.”

 

다행이라는 표현에 긴장했던 회의실의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상상했던 것만큼 험악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과학자이면서도 철저한 인본주의자인 맥코이 소령이 지금보다 펄펄 뛰고도 남았을 것이다. 말없이 맥코이를 관찰하던 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투 때문에 화를 내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맥코이는 지금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깍지 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상황을 지켜보던 짐은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스팍을 쳐다보았다. 짐만큼이나 남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맥코이가 스팍의 사생활에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평소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표정으로 맥코이를 쳐다보는 옆얼굴이 왠지 지쳐보였다. 힘내라며 어깨를 두드리려다가 지금이 회의 중이고 상대가 타인과의 접촉을 싫어하는 벌칸인인 걸 깨닫고 슬며시 깍지가 풀린 두 손을 마주 쥐었다.

 

그 여자의 경력은 됐고, 어때? 추가로 의약품을 신청할 시간이 있겠어? 한 시간이면 보급기지에 도착한다고.”

. 우리 일항사님 덕분에 괜찮을 것 같아.”

 

안 그래도 맥코이와는 사이가 안 좋은 스팍은 이번 일로 더욱 미움을 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최대한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스팍과 결과를 위해 약간의 모험을 감수하는 스콧도 썩 좋은 사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짐은 제 생각을 번복하고 스팍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들 일이 늘어나서 투정부리는 거니까 상처받을 거 없어. 이번 일은 너도 어쩔 수 없었던 거니까 다들 이해할 거야.”

 

짐은 가끔 스팍에게 이해하기 힘든 소리를 했다. 지금도 그런 순간들 중 하나였다. 워프 속도나 궤도에 관한 계산이라면 순식간에 해 내는 스팍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렸다. 스팍은 인간의 감정이 꼭 사막에 불어오는 모래 폭풍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모래 폭풍에 휘말리면 그 자리에 가만히 웅크린 채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폭풍을 예고하며 피어오르는 먼지처럼, 감정의 폭풍이 일렁이려는 신호에 스팍은 그저 작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제 함장의 말은 질문도 아니었고, 고개를 끄덕인 스팍도 대답을 한 게 아니었다. 스팍은 자신이 감정의 사막 어디쯤 서 있는지를 가늠하며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의를 마무리하는 제 함장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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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만에 겨우 다른 분들의 한 편 분량이 나온 것 같다. 워드 8페이지. 긴 분량은 아니지만 내가 팬픽 번역할 때 챕터가 긴 경우 한 편 분량으로 끊는 게 보통 8페이지 전후라서, 나한테는 이 정도가 한 편인 게 적당하다. 플롯도 없이 이런 짐이 보고 싶다~고 해서 쓴 게, 쓰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살이 붙었다. 처음에는 이 둘이 연애하는 모습도 상상이 안 됐는데, 이제는 스팍의 아이에게 비밀도 생겼다 ㅋㅋㅋㅋ (1)을 쓸 때까지만 해도 없던 비밀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대단한 건 아니고 '-'


그나저나 얘들이 연애하려면 괄호가 많이 늘어나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완성된 플롯이 없어서 여전히 제목이 없다가 제목이다.

목표는 내가 좋아하는 담담하고 소소한 일상물인데 사람이 꿈꾸는 대로 이룰 것 같으면 걱정이 없죠 ~_~

분량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은 그냥 쓰는대로 바로바로 올리고 있어서 나~중에 완성된 플롯도 나오고 끝이 보일 것 같으면 제목도 주고 짧게 나눠진 것들을 하나로 합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냥 번역러가 안 어울리는 짓을 하는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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