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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무제 (2)

Neble 2016. 4. 1. 03:32

흥미진진한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커피를 들고 왔던 제니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함교 상황에 곧 흥미를 잃고 돌아갔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짐은 계속해서 전방을 주시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함교의 선원들은 충격적인 소식에도 아무 말이 없는 함장의 눈치를 보느라 연신 짐을 흘끔거렸지만 사실 짐은 그 소식이 주는 충격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아내가 있는데 애도 있을 수 있지. 그런데 말이야.

 

정말 요령이 없다니까.”

 

짐은 자신의 혼잣말에 일제히 자신을 돌아보는 선원들에게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 혼잣말. 스팍, 그래서 보급 계획이 달라져야 한다고?”

, 그렇습니다.”

 

폭탄을 던진 스팍이야 그렇다 치고 별로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는 짐을 이해할 수 없는 엔터프라이즈호 선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건 역시 말을 잘 하는 우후라였다.

 

함장님도 알고 계셨어요? 중령님께 들으신 거예요?”

? ?”

중령님께 아이가 있다는 거요.”

 

짐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다들 들은 거 아니야? 쟤 성격에 근무 중에 수다나 떨자고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닐 테고, 곧 보급 기지에 도착하니까 보급품 변경이 필요한 거겠지.”

그게 끝? 함장님은 놀랍지도 않아요?”

, 너도 가만히 있는데 내가 너무 놀라는 것도 이상하잖아.”

 

짐이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야 알고 있었으니까 안 놀라는 거고요.”

아니, , 아무튼. 스팍이 둘이나 있기도 한데 스팍의 애가 있는 거야 뭐. 애는 본즈도 있잖아. 니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아닌 건 의외이긴 하지만.”

 

짐의 말은 진심이었다. 둘 사이의 관계만 안정적이라면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히지 않고 아이를 갖는 커플들도 많은 세상이었다. 다른 함선들보다 더 먼 곳에서 더 오래 탐사 활동을 하는 스타플릿의 기함인 엔터프라이즈호에는 이미 부부로서 함께 근무하는 커플도 많았다. 아직 아이가 있는 커플은 없었지만 5년 탐사 기간 동안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아이가 태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요. 맥코이 소령님하고 경우가 다르잖아요. 게다가 저희 그런 사이 아닌 지 꽤 됐거든요?”

 

엔터프라이즈호 함교의 선원들은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에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연애 문제로 충격을 줄 사람은 우리 함장님일 줄 알았는데, 저 빡빡한 부함장님이 이래도 되는 건가. 다들 놀라움과 기막힘이 뒤섞인 묘한 표정으로 스팍을 돌아보았지만 빡빡하고 뻣뻣한 부함장은 빡빡하고 뻣뻣한 그대로였다. 경력이 지긋한 함장이라도 놀랄만한 이런 상황에서 아직 함장 경력이 일천한 짐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하고 능청스러운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그랬어? 미안해. 무심한 소릴 했네.”

무심한 건 맞는데 미안할 건 없어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면서도 여태 입을 다물고 있던 스팍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근무 중 사담은.”

너 때문이잖아!”

중령님 때문이잖아요!”

 

물론 본전도 못 찾았지만.

 

“2시간 안에 보급 기지에 도착합니다. 서둘러 회의를 소집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 너 회의 끝나고 보자.”

 

유능한 엔터프라이즈호 선원들은 짐의 말에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회의를 준비했다. 모든 이의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미리 준비해 둔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스팍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아내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자신의 아이 소식을 들었을 때도 함장에게 바로 보고하는 게 옳았다. 만약 자신의 하급 사관이 지금 자신처럼 진작 보고했어야 하는 일을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미뤄뒀다면 한 소리를 하고도 남았을 거다. 말하지 못한 논리적인 이유를 생각해 봤지만 단 한 가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문득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니 우후라가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중령님 닮은 아이라면 함장님 외에는 감당할 사람이 없겠다 싶어서요.”

그게 무슨 소린가?”

중령님 닮은 아이라면 좋겠다고요.”

 

우후라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지만 자신을 향한 불만 섞인 투정이라고 해석한 스팍은 그 점을 일부러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당분간 자신과 함께 선원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생겼으니 불만을 품을 만도 했다. 하지만 제 함장이 뭘 감당한다는 건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보다 함선 근무 경력은 적어도 사고가 유연한 함장은 이런 상황도 능숙하게 넘길 줄 알았다. 제임스 커크라면 분명 스팍 자신의 사생활이 선원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최소화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내 유전자를 통해 태어난 아이니 날 닮기야 했겠지만 그게 함장님과 무슨 관계지?”

스팍을 닮은 아이라면 꽤 귀엽겠는데. 키우는 재미가 있겠어.”

 

갑자기 끼어든 함장의 목소리에 스팍이 고개를 획 돌렸다. 짐은 스팍을 향해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려 회의실로 향했다. 함장이 자신을 모욕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팍 안에서 잠시 이름 모를 감정이 끓어올랐다가 사라졌다. 옆에서 우후라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인간의 속은 알 수가 없어서 싫다니까.”

 

상관 모독인 것을 지적하려던 스팍은 자신도 내심 같은 생각이었던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함장은 자신의 말 한 마디에도 자신이 원하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래서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우후라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스팍은 문득 지금 제 함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 - -
일은 하기 싫고, 아아 orz 나답지 않게 이게 무슨 일이냐.
뭐, 남들만큼의 길이는 안 된다만;;;


짐은 무심한데 애한텐 친절하고, 스팍은 그게 이상하게 서운하고 그러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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