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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F1 AU] Make me wonder -Prologue-

Neble 2015. 2. 12. 04:07

 

 

스팍은 합리적인 결정을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주요 구성원이 벌칸인으로 구성된 팀인 VSA(Vulcan Speed-racing Association ; 벌칸 스피드레이싱 협회)는 세컨드 드라이버인 스팍에게 팀 오더를 자주 내리곤 했다. 팀 오더를 통해 퍼스트 드라이버인 스톤에게 더 좋은 순위를 양보한 결과가 기대 이하일 때도 많았다. VSA가 팀 오더를 내릴 때마다 자신의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더라도 스팍은 그저 퍼스트 드라이버와 세컨드 드라이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팀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모양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물론 스팍도 순위를 경쟁하는 레이싱 팀이 더 좋은 순위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VSA는 그 이름부터 벌칸인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팀이었다. 지구의 Formula 1에서 착안해 은하 연방의 다양한 종족이 한 자리에 모여 레이싱이라는 형태로 경쟁하는 자리인 Formation 1 대회, 줄여서 F1은 본래 다양한 종족이 건전하게 경쟁하며 우주 탐사를 위한 기술력을 시험하는 자리이자, 서로 다른 종족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회였다. 그런 F1에 참가하는 팀 이름에 당당히 종족을 표시하는 일은 타 종족을 배척하거나 종족주의를 강화하는 뜻으로 비춰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오해를 감수하고서도 종족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는 VSA같은 팀은 드물었다. 인간과 벌칸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이 5년이나 그런 VSA의 세컨드 드라이버로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실력이 혈통의 불리함을 극복할 정도는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스팍은 세컨드 드라이버임에도 예산을 이유로 퍼스트 드라이버보다 낮은 사양의 차를 타거나 업그레이드가 늦어지는 일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제 아버지 사렉의 경제력 덕을 보긴 했겠지만, 적어도 그 점에서 VSA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줄 아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4년 간 자신의 레이서였던 리처드가 은퇴를 결심했을 때에도 그의 나이나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겠거니 여겼던 스팍이다. 리처드 발더는 자신과 짝을 이루기 전에도 뛰어난 레이서였지만, 자신과 짝을 이룬 4년간은 감히 최고의 레이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신 성적을 거둔 선수였다. 4년 연속 드라이버 챔피언십과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이룬 것은 물론이요, 4년간 수많은 기록을 새로 썼는데 특히 2시즌 동안 리타이어 없이 전 경기 완주 및 포인트 득점은 수많은 사람이 인정할 정도로 쉽게 깨기 힘든 기록이었다. 앞으로도 몇 시즌은 리처드가 계속 지배하리라는 예상이 팽배하던 가운데 그가 은퇴를 결심했을 때, 엔터프라이즈 팀에서 유일하게 그 결정을 반대하지 않은 게 바로 그의 레이스 엔지니어였던 스팍이었다.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말이 그런대로 합리적이었던 까닭이다.

 

리처드 이후 자신과 짝을 이룰 레이서가 F1을 시작한 지 고작 일 년도 채 안 된 햇병아리 루키인 것은 그런대로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이 아까우니 잘 키워보라는 파이크 감독의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들보다 늦게 카트를 시작한 것 치고 F1 데뷔는 빨리 했지만 제임스 커크의 재능은 거기까지였다. 제임스 커크는 스타팅 그리드와 상관없이 경기 초반이면 하위권으로 순위가 떨어지곤 했다.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차량의 성능은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이미 정해진 트랙 위를 달리는 동안 날씨라는 변수가 없다면 숙련된 드라이버의 움직임은 대부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초반 순위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좋은 순위를 거두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았다. 게다가 제임스 커크는 차량 조작도 미숙해 보였다. 비도 오지 않는 날씨에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감당 못하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그러다 사고라도 낸다면 전체 레이스를 예측하기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분석하는 스팍이라도 경기 중 사고는 까다로운 변수였다. 우승후보인 리처드에게 백 마커를 도맡아하는 제임스 커크의 존재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다행히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적도 없고 경기 후반에는 어떻게든 순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아버지인 조지 커크가 F1 데뷔 첫 해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졌다는 걸 감안하면 제임스 커크는 소박한 데뷔 시즌을 보낸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대답이 없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석상처럼 무표정한 스팍을 보며 파이크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냈다. 스팍은 파이크의 그런 미소를 볼 때마다 바보가 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 스팍이 파이크와 대화를 나눴을 때도 파이크는 대답 없이 저런 표정만 지었다. VSA 소속 드라이버였던 스팍이 파이크를 만난 건 세컨드 드라이버로서는 나름대로 인정을 받지만, 한편으로 그 이상을 꿈꿀 수 없음에 고민하던 5년 전이었다. 시상식을 겸한 연말 파티에서 우연히 그 해의 감독상을 받은 엔터프라이즈 팀의 크리스토퍼 파이크 감독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축하의 말과 함께 가볍게 근황을 나누던 중 파이크 감독이 더 오래, 더 깊게 레이싱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냐고 물었다. 처음엔 이적과 은퇴를 놓고 저울질하던 제 마음을 읽기라도 했나 싶어 놀라던 스팍은 곧 그 뒤에 숨은 드라이버보다라는 말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 현역으로 활동하며 기량이 떨어지지 않은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이크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웃고 자리를 떠났었다. 실제로 스팍은 지금 파이크 밑에서 선수 시절보다 더 즐겁게 레이싱을 하고 있었다. 리처드의 은퇴 이후 수많은 러브콜이 있었지만 스팍은 파이크 밑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제임스 커크라니.

 

자네, 짐의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은 있나?”

 

이제 원로 취급을 받을 정도로 오랫동안 F1에 몸담고 있는 파이크의 목소리는 어쩐지 자신을 놀리는 듯 했다.

 

없습니다.”

자네 성격 급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일단 짐의 경기를 보고, 그러고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면 그때 거절해도 늦지 않아.”

 

스팍은 합리적인 결정을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스팍은 파이크가 건넨 자료가 담긴 마이크로 칩을 받아들고 조용히 사무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 - -

이거 분량 되길 기다렸다간 기약이 없어서 일단 냅다 던지기. 여태 쓴 게 이거...orz

다음 건 언제 나올지 전혀 모릅니다. 내년에 나올지도 몰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사람이 안 하던 짓 하는 거 아니랬는데... 번역이나 할 걸...orz

 

제목은 요즘 즐겨 듣는 마룬5의 노래 Makes me wonder에서 따왔습니다.

F1은 아주 좁고 얕게 아니까 혹시 틀리는 거 있어도 그냥 팬소설이 그렇지, 뭐 해주세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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