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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4장: 열다섯 살) 본문

SPOCK/KIRK 영픽 번역/[-ing] In Time

[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4장: 열다섯 살)

Neble 2016. 9. 2. 06:21

 In Time By yeaka

 

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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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열다섯 살

 

 

 

짐은 점점 더 어린이가 아니라 작은 남자로 변해갔다. 짐은 스스로를 남자라고 했지만 스팍은 여전히 어린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조금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가끔은 심히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아침을 먹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짐은 자기 방에 있을 때가 많았고 그렇지 않으면 화면에 넋이 나간 채 소파에서 식사하길 좋아했다. 가끔은 아침 식사시간 내내 자다가 결국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도 있었다. 수업 중간에 교실에 들어가는 건 수업에 지장을 주는 일인데다 어차피 짐은 집에 있겠다고 하기 때문이었다.

 

짐이 아침 식사를 하러 모처럼 식탁에 앉은 날이었다.

 

우리끼린 여자 이야기를 안 해.”

 

질문이 아닌 설명에 불과한 말인데다 스팍도 딱히 할 말이 없었기에 계속 시리얼만 먹었다. 짐이 먹고 있는 것이랑 비슷했지만 설탕과 색소가 첨가되지 않은 제품이었다.

 

내 친구들이랑은 항상 여자 이야기를 하거든. 근데 우리는 왜 여자 이야기를 전혀 안 하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것이라 스팍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원한다면 여성에 대해 토론해도 괜찮아.”

 

짐은 다른 사람과 나누던 이야기를 스팍에게 꺼낼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스팍의 대화 방식이 남들과는 다른 모양이었다.

 

우리 반에는 괜찮은 여자애들이 없어.”

 

스팍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괜찮다는 말은 주관적인 표현이야. 특별히 어떤 특성을 말하는 거지?”

예쁘면서도 귀찮게 굴지 않는 거. 나도 몇 명한테는 잘 보이려고 하는데 매일 같이 있어줄 수 없으니까 더 노력해야 돼. 너무한다니까.”

 

스팍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만큼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잘못된 부분도 많은 말이었다. 짐이 시리얼을 먹는 동안 스팍은 시선을 피했다. 잠시 후 스팍이 입을 열었다.

 

교실은 어디까지나 공부를 하기 위한 곳이야.”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래서 우리가 여자 이야기를 안 하나봐.”

 

짐은 시리얼로 가득한 입을 열어 대답했다.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대화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다시 시리얼을 먹던 스팍은 문득 자신이 올바른 정보를 주지 않으면 짐이 다른 곳에서 잘못된 정보를 얻거나 현명치 못한 행동을 하려고 했다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너는 아직 너무 어리니까...”

아우우우.”

 

짐이 고개를 젖히고 징징거렸다. 비논리적인 반응에 스팍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짐이 고개를 똑바로 하더니 입을 열었다.

 

진짜, 넌 어릴 때 여자애 생각 한 번도 안 했어?”

난 스무 살이야.”

 

스팍이 얼굴을 찌푸렸다. 스팍은 스무 살이면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다. 짐이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말인지 알잖아. 그럼 남자가 좋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아는데 흔한 건 아니니까...”

 

볼이 조금 화끈거려서 얼굴이 녹빛으로 물들지 않았길 바랐다.

 

아침 먹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스팍은 스타플릿에 지원해 아이 돌보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당황스러운 생각으로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럼 나중에 네 방에 찾아가면 얘기할 수 있는 거야?”

 

스팍은 시리얼 그릇을 들고 밖에 나가서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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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물든 채 소파에 늘어져 있는 짐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하지만 곧 짐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보고 있었단 말이야!”

벌써 7시간째 TV만 보고 있잖아. 너무 과해.”

 

사실 스팍이 짐을 조금 내버려 뒀지 싶었다. 제출해야 할 보고서가 있었어도 조금 더 자주 나와 봤어야 했다. 짐이 갑자기 스팍에게 베개를 던졌지만 스팍은 살짝 피했다. 스팍은 무슨 뜻인가 싶어 베개를 쳐다보았다.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내가 TV를 보든말든 누가 상관한다고 그래?”

내가 상관해. 네 보호자로서 나는...”

어우, 닥쳐, 스팍. 벌써 숙제도 다 했고 내 나이면 TV 정도는 좀 봐도 되잖아.”

“7시간은 이라고 하기 힘들지.”

내 프로그램을 계속 틀어주는데 한 편도 놓치고 싶지 않단 말이야!”

 

TV 프로그램을 소유한다는 짐의 생각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짐은 TV 프로그램을 제 것이라고 하면서 한 편이라도 놓치면 제 신변에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스팍은 개의치 않고 단호했다.

 

저녁 시간이 지났어. 뭔가 만들어 먹는 게 좋겠어.”

 

스팍은 이런 식으로 짐에게 선택권을 넘겨주곤 했다. 그런데 짐은 눈을 흘기며 쌀쌀맞게 굴었다.

 

마저 볼 거야.”

 

스팍이 눈을 깜박였다.

 

아니, 못 봐.”

우리 엄마도 아니잖아!”

 

짐이 악을 쓰자 스팍은 답지 않게 당황해 버렸다.

 

방으로 들어가.”

그래, 어차피 네 멍청한 앞머리 보는 것도 지긋지긋했거든.”

 

짐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스팍을 빠르게 지나쳤다. 그대로 문간에 서 있던 스팍은 어쩐지 거울을 봐야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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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은 언제 가르쳐 줄 거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뒷좌석에서 널브러진 짐이 물었다. 짐은 다리는 창문에 걸치고 머리를 의자에 뉘인 부적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당연히 안전벨트도 하지 않았다.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싶었지만 경험을 통해 스팍은 하루에 몇 번이고 짐과 싸울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제독에게 가려가며 하라는 조언을 받기도 한 참이었다.

스팍은 짐이 보조석에 앉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당시엔 사소한 것만 같던 것이 막상 사라지고 나니 분명한 이점이 보였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었다.

 

내년이면 운전할 수 있는 나이가 돼.”

그래. 그래도 가르쳐 줄 수는 있잖아.”

운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가르쳐 줄게.”

 

뒷좌석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짐이 운전석 의자를 껴안고 스팍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르쳐 줄 거라고 기대한 내가 바보지. 가르쳐 주기 싫구나.”

 

하지만 스팍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짐은 도로 뒷좌석에 기대 스팍이 앉은 운전석을 가볍게 찼다.

 

다른 사람한테 가르쳐 달래지 뭐.”

 

짐에게 다른 사람이란 말을 들을 때 늘 느끼는 불편함이 찾아왔다. 이번만큼은 불편해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짐은 아직 운전할 나이가 되지 않았고 그걸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선생님은 아닐 게 분명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건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야.”

그럼 가르쳐 줘.”

그럴 생각 없어.”

 

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것을 보아 눈을 흘기고 있을 것 같았다. 짐은 내내 말이 없었고 숙제를 했냐는 질문에도 대답이 없었다. 커크 제독은 이런 상황을 침묵시위라고 불렀다.

가끔 스팍은 짐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팍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때론 우연히 살게 된 짐의 작은 집이 자신의 집보다 더 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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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광장은 훤히 뚫려 있는 데다 사람도 거의 없었다. 스팍은 짐이 주차장에 차를 대는 자신을 봤을 테니 굳이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스팍이 데리러 가면 짐은 부끄럽게 하지 말라는 말만 했다. 그래서 스팍은 짐이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오길 기다리며 운전석에 앉아 전자 패드를 꺼냈다.

그래도 리어 뷰 미러로 짐이 보이긴 했다. 짐은 분수대 가에 앉아 여름 원피스를 입은 인간 여성 두 명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스팍이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짐의 말에 여성 둘이 웃는 게 보였다. 짐이 손짓하자 여자 둘이 웃었다. 짐은 한 손으로 여자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전부 짐 또래의 소녀들이었다.

스팍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스팍은 억지로 제가 읽던 기사로 시선을 돌렸다. 짐은 금방 올 것이다. 보통은 그랬다.

하지만 오늘 따라 짐은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스팍은 아예 돌아 앉아 짐과 눈을 마주치길 바라며 뒤를 쳐다보았지만 짐은 스팍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짐은 소녀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녀들은 짐이 하는 이야기에 푹 빠진 모양이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짐은 사람의 마음을 끌 줄 알았으니까.

밖으로 나가면 짐의 친구들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짐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걸 보면 여전히 낯설었다. 스팍이 10분 더 기다렸다. 차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경험상 짐이 친구들과 있을 때 끼어들어서 좋은 일이 없었다. 벌칸 아이들만큼이나 인간 아이들도 친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팍은 어른이었고 도착한 지 30분이 지나고 나니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스팍은 어색하게 세 사람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가 뒷짐을 지고 헛기침을 했다. 소녀들이 스팍을 쳐다보았다. 짐도 돌아보았다.

 

, 이런. 미안, 스팍. 깜박했다.”

괜찮아.”

 

사실 괜찮지 않았다. 스팍은 소녀들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 차로 향했다.

짐은 온갖 미사여구로 작별 인사를 하고는 스팍을 따라잡으러 뛰어왔다.

 

미안해.”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팍은 운전석에 앉았고 짐은 뒷좌석으로 가서 전자 패드를 꺼냈다. 짐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지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곧 통신기도 사달라고 할 것이다. 그건 어쩐지 더 비밀스럽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것도 없는데 스팍은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려 조금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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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스팍의 임의대로 정해도 되는 모양이었다. 짐은 아무 말도 없었고 점심에도 그랬다. 스팍은 사두었던 벌칸 음식 칩으로 음식을 합성했고, 짐도 배가 고프면 저녁은 합성기로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스팍은 식탁에 홀로 앉아 밥을 먹었고 방으로 돌아가 일을 했다. 짐의 방에서 음악이 새어나왔지만 그런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스팍은 무시하기로 했다. 스팍은 책상에 앉아 제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며 스타플릿에서 쓸 테스트 프로그램을 완성해 나갔다. 로뮬란 무역 협상을 시뮬레이션한 프로그램으로 함교 선원들 모두가 이수하게 될 프로그램이었다.

저녁 9시가 되었을 때 스팍은 짐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상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계속 앉아 있어 굳어진 어깨를 풀어주었다. 짐의 방 앞에 선 스팍은 노크를 하고 문 너머로 짐을 불렀다.

 

.”

 

짐이 뭔가 소리치는 소리는 들렸지만 음악 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시 문을 두드리자 짐이 더 크게 소리쳤다.

 

가라고!”

 

스팍도 발끈했다. 하지만 모든 걸 억누르며 짐에게 들릴만큼 큰 소리로 물었다.

 

저녁 갖다 줄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노래가 잠시 잦아진 틈에 뭔가 유리 같은 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스팍이 인상을 쓰며 다시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무례한 건 알았지만 보호자이자 집안의 관리자로서 문을 열었다.

훤히 보이는 침대 위에서 깜짝 놀란 짐의 윗도리는 어디로 갔는지 없었고 바지도 엉덩이 중간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평소처럼 방 안은 엉망이었지만 스팍은 스탠드 옆에 빈 술병 두 개가 놓인 걸 놓치지 않았다. 짐은 반쯤 마신 세 번째 술병을 들고 있었다. 짐이 악을 썼다.

 

내 방에서 나가라고!”

 

혀가 약간 풀려 있었다. 짐이 낡은 슈퍼 히어로 피규어를 스팍에게 집어던졌지만 한참 빗나간 곳을 맞힐 뿐이었다. 술에 취해 조준이 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스팍은 너무나도 실망한 나머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술병을 빼앗으려 짐에게 다가갔다. 짐은 술을 엎지르지 않으려고 애쓰며 허둥지둥 스팍의 배를 발로 찼다. 하지만 스팍은 그저 끙 하는 소리를 낼 뿐 계속 손을 뻗었다. 몸싸움에서 스팍이 이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절반쯤 들어 있던 술은 이미 매트리스와 짐을 흠뻑 적신 뒤였다.

짐이 고래고래 악을 썼다.

 

넌 내가 재미있게 노는 꼴을 못 보지!”

 

스팍은 또 다시 아무 생각 없이 맞받아쳤다.

 

방으로 들어가!”

여기가 내 방이야!”

 

짐 앞에선 스팍의 논리도 사라져 버렸다. 말썽꾸러기 청소년에게 먹힐 만한 말은 할 줄 몰랐고 차분하게 말할 자신도 없었다. 스팍은 빼앗은 병을 한 팔에 끼고 술병을 찾아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따지도 않은 술병 세 개를 전부 압수했더니 짐이 악을 썼다.

 

난 네가 싫어!”

 

처음 듣는 말이었다. 피가 차갑게 식었지만 짐의 본심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마 술 때문일 것이다. 시끄러운 음악은 밤새 끊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난 짐은 어제 한 말은 까맣게 잊은 것 같았고 아침 먹는 내내 스팍을 노려보기만 했다. 거실을 떠나는 스팍 뒤로 찬장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술은 전부 개수대에 버린 뒤였다.

스팍은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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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2시간 전에 짐에게 연락을 받은 스팍은 즉시 학교로 향했다. 버스는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만 운행을 했다. 학교에 도착해 보니 주차장이 차들로 가득했다.

짐은 아무 말도 없이 차로 향했다. 스팍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짐은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짐이 보조석에 앉았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에서야 짐이 입을 열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걱정만 한가득이던 스팍에겐 다행한 일이었다.

 

로버트 알아?”

.”

 

스팍이 곁눈질로 살펴보니 짐은 팔짱을 끼고 다리 사이에 끼워둔 가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걔 아빠가 스타플릿에 계시거든. , 스타플릿에 계셨지.”

계셨다고?”

 

스팍이 되물었다. 짐과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이라면 은퇴할 만큼 나이가 들었을 리도 없고 스타플릿 대원이 해고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집 근처에 도착한 스팍이 대시보드를 조작해 차고 문을 열었다. 짐이 말을 잇길 기다렸지만 짐은 차고에 들어갈 때까지 말이 없었다. 차고 불은 꺼졌지만 창문으로 희미한 빛이 비춰졌다. 차고 문이 닫히고 스팍이 차의 시동을 껐다.

 

돌아가셨어.”

 

짐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저 스팍을 돌아보았다.

 

우리 아빠도 마찬가지고.”

 

스팍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짐이 훌쩍거렸다. 미간도 찌푸리고 눈에 눈물도 고인 것 같았지만 어두워서 잘 알 수가 없었다.

 

난 아빠를 본 적이 없어. 엄마가 아빠 얘기를 종종 하면서 아빠가 멋졌다고는 하는데 엄마 남자친구들은 다 별로였으니까 우리 아빠도 그 사람들이랑 비슷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근데... 나는 모르지... 이제 엄마도 스타플릿 임무로 나갔으니까 엄마도... 엄마도...”

 

짐의 말이 뚝 끊겼다. 이상한 소리를 내던 짐은 몸을 떨며 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짐은 눈물을 흘리며 스팍이 알아들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불평을 터뜨렸다.

 

나도 왜 속상한지 모르겠는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냥 갑자기 슬퍼졌단 말이야! 로버트네 아빠는 알지도 못하는데, 아니 조금 알지도 모르지만 내 친구 로버트는 아는데, 이제 걔는 아빠를 만날 수가 없다고! 난 우리 아빠를 본 적도 없어, 물론 사진은 봤지만 그건 다른 거잖아. 난 아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른다고. , 그리고 로버트도 이제 아빠가 없고 나도 그래서 아빠가 없고, 근데 아빠가 있었으면 달랐을지도 모르잖아. 이젠 엄마도 멀리 가 있고 난 엄마랑 대화도 거의 못 하고 심지어 엄마는 우주에 있다고. 항상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죽으면 난 엄마한테 작별 인사도 못 한단 말이야! 엄마 시신도 못 받을 걸? 우리 아빠 시신도 못 받았으니까. 엄마는 아빠 무덤을 만들고 싶어 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아빠는 죽어서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너도 스타플릿에 갈 거고 어, 그리고 너도... 너도... 너도 우주선에 타서 저 멀리 가 버렸다가... 그랬다가...”

 

짐의 말은 이제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눈물이 볼을 타고 입까지 흘러들었다. 짐이 안전벨트를 풀려고 아무렇게나 더듬거리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스팍은 마음이 아팠다. 짐이 슬퍼하는 일은 적었지만 슬퍼할 때마다 스팍의 기분이 가라앉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크게 가라앉곤 했다.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은 보고 있기 힘들었다. 스팍은 자신이 짐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싸울 때는 있지만 짐도 스팍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스팍이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돌려 둘 사이에 있던 컵 홀더 너머로 다리를 넘겼다. 스팍은 짐이 어릴 때 해주던 것처럼 양 팔로 짐을 제 품에 끌어안았다. 짐은 떨면서 스팍을 끌어안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어깨가 젖어드는 걸 느꼈지만 스팍은 그저 짐의 어깨에 제 얼굴을 묻으며 짐의 등을 가볍게 쓸어내릴 뿐이었다.

짐이 조금 몸을 떼고 눈물을 삼켰다.

 

너까지 가버리면 싫어.”

 

스팍이 짐의 볼을 만지며 조용히,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안 떠날 거야.”

 

짐이 스팍의 손을 잡았다. 짐이 고개를 끄덕이고 몇 번이나 훌쩍거리며 입술을 핥았다. 눈이 벌갰다. 짐이 스팍의 셔츠를 쥐고 비비적댔다. 스팍이 짐을 다정하게 달랬다.

 

울지 마. 떠나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은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짐은 몇 시간이고 스팍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가끔씩 말을 걸더니 민망한지 스팍을 피하다가 밤 11시에 스팍의 방문을 두드리곤 수줍어하며 같이 영화를 보자고 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스팍도 받아들였다.

짐을 안으면 예전처럼 꼭 맞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짐은 여전히 스팍의 품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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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스팍도 짐이 늦잠을 자게 내버려 두었다. 이맘쯤엔 집의 온도도 조금 서늘해져서 스팍은 거실에 있는 조절기로 집안 온도를 조절한 뒤 빨래 바구니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녔다. 짐은 심할 정도로 옷을 아무데나 벗어놓기 시작했고 빨 생각도 없어 보였다. 자신이 하는 것보다 스팍에게 맡기는 게 편하기 때문이었다.

모아온 짐의 빨래를 아래층에 있는 세탁기에 돌리고 나면 이번엔 스팍 자신의 빨래를 돌릴 차례였다. 스팍은 항상 짐의 옷부터 빨았다. 짐은 스팍보다 훨씬 먼저 입을 옷이 부족해지곤 했다. 스팍보다 입을 옷이 많음에도 그랬다. 옷을 더 많이 더럽히기도 했지만 잃어버리거나 작아지는 일도 있었다. 스팍은 짐이 자신만큼 성장한 게 여전히 신기했다. 이제 두 사람은 거의 비슷한 사이즈의 옷을 입었다. 물론 미묘한 차이는 있고 스타일도 전혀 다르긴 했다.

스팍이 위층으로 올라가보니 짐은 주방 찬장에서 시리얼을 꺼내려 하고 있었다. 그릇에 시리얼을 부은 짐이 스팍을 보더니 하품을 했다.

 

안녕.”

잘 잤어?”

 

짐을 본 스팍이 눈썹 하나를 치켜 올렸다. 무슨 뜻인지 안다는 듯 짐이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며 변명했다.

 

쌀쌀한데 재킷이 전부 더럽더라고.”

 

짐은 잠옷 바지에 스팍의 회색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벌칸식 재단에 목 둘레엔 삼각 패턴이 있는 옷을 짐이 입으니 어색했다. 하지만 막연히... 사랑스럽기도 했다. 정확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스팍에겐 최선의 표현이었다. 짐이 자신의 옷을 입고 있으니 논리적이진 않지만 더 마음에 들었다. 스팍은 그 광경을 기억에 새기려 고개를 갸웃했다. 짐의 모습을 보고 즐거워 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미안해. 벗을까?”

 

짐은 식탁에 앉아 대답을 기다렸다. 자기 좋을 대답이 될 걸 알면서도 스팍이 입을 열었다.

 

잘 어울리네.”

 

스팍은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짐은 활짝 웃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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