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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5장: 열여섯 살 -2-) 본문

SPOCK/KIRK 영픽 번역/[-ing] In Time

[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5장: 열여섯 살 -2-)

Neble 2016. 9. 30. 03:49

 In Time By yeaka

 

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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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금세 3D 체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실력이 썩 좋지는 않았다. 너무 신중하지 못한데다 이어질 수를 생각하지 않아서가 대부분이었다. 두뇌 활동에 좋다고 생각한 스팍은 시간이 날 때마다 3D 체스 시합을 권했다. 스팍의 방에 있던 체스판은 결국 집안 여기저기로 옮겨 다녔다. 한 번은 짐의 침대에서 체스를 두다가 폰 하나를 영영 잃어버린 적도 있다.

두 사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체스 세트 두 개를 더 사 와서 하나는 거실에, 다른 하나는 짐의 방에 두기로 했다. 대신 짐은 스팍에게 잘 간수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짐 혼자 트랜스포터를 쓰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짐은 어머니나 스팍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일이 많았다. 두 사람은 스타플릿 통신 센터에 들러 다음 주 중에 커크 제독이 교신 가능 거리로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짐이 스타플릿 사관학교에 관심을 보이기에 스팍은 사관학교에 방문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주말인데 학교 생각을 왜 해?”

 

짐은 그렇게 대답하며 길 건너의 쇼핑센터로 향했다. 짐은 이상한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려고 했고, 인간의 유머 감각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스팍은 조금 망설였다.

 

넌 놀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내가 어릴 때 널 안 놀렸다니 말도 안 돼. 내가 꽤 어른스러웠나봐.”

 

짐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스팍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네 구매 행동반경 내에 이런 가게가 없어서였을지도 모르지.”

 

짐도 도발하듯 제 눈썹을 치켜 올리며 씩 웃었다.

 

근데 뭐, 지금부터 해도 늦지 않아. 너 혹시 방귀 방석이 뭔지 알아?”

몰라.”

 

스팍으로선 알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짐이 즐겁게 장난감 가게를 둘러보며 창문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체를 쳐다보았다. 가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형형색색의 물건들로 가득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짐이 한숨을 내쉬었다.

 

, 난 너무 착한가봐. 너한테 장난을 못 치겠어.”

고마워.”

 

스팍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배고파. 푸드 코트에 안 갈래? 클링온 음식 파는 데도 있던데. 제대로 된 클링온 음식은 꼭 한번 먹어보고 싶거든.”

클링온들이 운영하는 곳이 아닐 거야.”

 

스팍은 약간 북적거리는 행인들 틈바구니를 헤치며 광장을 가로지르는 짐의 뒤를 따랐다. 잘 접힌 체스판 두 개가 담긴 봉투는 스팍이 옆구리에 낀 채였다.

 

그러니 제대로 된클링온 음식이라고는 할 수 없을 테지.”

 

스팍이 이런 말을 한 데에는 클링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어쨌든 푸드 코트에서는 다른 음식을 팔기도 했다.

 

샐러드 파는 곳도 있어.”

 

짐이 길 건너를 가리키며 고개를 까딱했다.

 

저기 있는 탁자에서 만나, 알았지?”

 

하지만 스팍은 클링온 음식을 사는 짐을 따라갔고, 짐도 샐러드를 사는 스팍을 따라왔다. 두 사람은 작고 하얀 탁자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체스를 두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우주에 나가기보다 지구에 머무르는 게 더 괜찮게 여겨지는 날들 중 하나였다. 짐이 체스로 스팍을 처음 이긴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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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였고 스팍은 초조해 어쩔 줄 몰랐다. 짐이 잘 시간, 아니, 스팍이 정하긴 했지만 짐이 잘 지켜주는 편이었던 수면 시간이었다. 하지만 짐은 그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고 스팍은 사태가 해결되길 기다리며 자신도 모르게 차고에 있는 의자에 패드를 들고 앉아 있었다. 10분 전만 해도 거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던 차였다. 더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지만 짐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스팍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색 스웨터를 툭툭 털고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았으니까최대한 차분하게 대문을 향했다. 스팍이 도착했을 때 짐은 휘청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가 찬장에서 컵을 꺼내려 더듬거리고 있었다. 짐이 싱크대로 몸을 돌려 물을 마시는 모습에 스팍의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 내렸다.

 

중독됐구나.”

취한 거야.”

 

혀가 살짝 꼬이고 말이 느려지긴 했어도 그 내용은 언제나처럼 논리 정연했다. 물을 다 마신 짐이 컵을 돌려놓고는 나른한 듯 싱크대에 푹 기댔다. 신발도 벗지 않고 인조 가죽 재킷도 어깨에 걸친 채였다. 금빛 눈썹 사이를 찌푸리며 짐이 웅얼거렸다.

 

왜 화난 것 같지?”

 

스팍은 화를 내기 일보직전이었지만 꾹 참으려 노력했다.

 

약물에 취해 운전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야.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지만 너 자신에게도 그래.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어. 난 정말 실망.”

내가 운전 안 했어.”

 

짐이 손을 내저으며 변명했다.

 

차는 아직 시내에 있어. 해리가 태워줬거든. 헬렌네 집에서 파티가 있었어. 으아, 내가 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그리고 히죽 웃는 모습이 멋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스팍은 못마땅한 소리를 하는 짐의 말을 끊고도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짐이 이러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괴로웠다.

스팍은 짐이 주방을 떠나 휘청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너 아직 신발 신고 있어.”

 

스팍의 말에 짐이 신발을 벗어 복도에 마구잡이로 내던졌다. 스팍은 짐이 정신이 좀 들었을 때 그 버릇에 대해 지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은 위층 복도에서 허우적대더니 엉뚱한 방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서는 스팍의 침대 위로 쓰러지듯 엎드러졌다. 스팍은 짐을 뒤따라 문 앞에 섰다.

 

방이 틀렸잖아.”

니 침대 되게 편하다.”

정리를 했으니까 그렇지.”

 

짐이 기분 좋은 듯 파란 이불에 얼굴을 비비며 대자로 누웠다. 대자로 뻗은 채 몸을 움직거려 공간을 만든 짐이 제 옆자리를 툭툭 쳤다.

 

일루 와.”

네 방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짐이 느긋하게 손을 휘적거렸다.

 

시러. 나랑 같이 눕자. 일루 와, 우린 이야기를 안 하잖아.”

 

스팍이 짐을 차분하게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항상 대화를 나눴다.

짐이 하는 말을 거부하는 게 늘 힘들었던 스팍은 아니나 다를까 침대로 다가갔다. 스팍은 짐 옆에 등을 대고 누워 짐이 지쳐서 제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내버려 두기로 했다. 짐이 슬금슬금 다가와 제 허리에 팔을 감고 행복한 듯 한숨을 내쉬는 데에는 스팍도 조금 놀라고 말았다. 술 냄새가 나는 짐의 숨결이 뜨끈하게 스팍의 귀를 스쳤다. 짐도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았을 것이다.

 

내가 어릴 때 네 귀 가지고 놀린 거 기억해?”

 

마치 금고 속에 담긴 보석처럼, 스팍은 짐과 함께 보낸 모든 순간을 기억했다.

 

.”

미안해.”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스팍이 몸을 돌려 짐을 바라보았다. 졸린 눈을 하고 술기운에 붉어진 볼을 하고는 있었지만 짐은 진지했다. 짐이 조금 더 다가와 스팍의 어깨에 턱을 괴고 또 한숨을 쉬었다.

 

난 네 귀가 정말 좋아.”

 

그 말에스팍은 필요 이상으로 열이 올랐다. 짐의 열기가 스팍을 온통 감쌌다. 중독된 상태의 짐이 큰 뜻을 담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스팍은 조용히 대답했다.

 

고마워.”

 

짐이 활짝 웃었다.

짐이 몇 센티미터 더 다가와 혀를 내밀어 스팍의 귓바퀴 위를, 뾰족한 귀 끝을 핥았다. 스팍이 깜짝 놀라며 짐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스팍은 젖은 귀를 감싸듯 꾹 쥐었다. 짐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장난스럽게 웃기만 했다.

 

섹시하다니까.”

 

어쩐지 스팍은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싶었다.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아니, 온 몸에 불이 붙은 기분인 것 같았다. 짐은 그저 장난을 치는 것이다. 전혀 우습지 않았다. 짐은 그냥 술에 취한 거라고 되뇌었다. 중독된 게 아니라 취한 거다. 제정신도 아니었고 아침이면 기억도 못 할 것이다. 호흡이 가빴다.

 

방으로 돌아가.”

 

짐이 느긋하게 굴러 스팍의 베개를 껴안았다.

 

여기 있을 거야.”

 

짐은 열여섯 살이었지만 그래도 스팍은 짐을 들어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팍은 그대로 자리를 떴고, 등 뒤에선 짐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명!”

 

그리고 복도가 캄캄해졌다.

스팍은 거실 바닥에서 명상을 했다. 생각과 감정들이 몽글몽글 솟아났지만 무시했다. 스팍은 생각과 감정들을 자연스레 흘려보내며 정신을 가다듬고 사로잡히지 않으려 노력했다. 결국 스팍은 옷을 입은 채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짐은 아침까지도 스팍의 침대에서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난 짐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고, 차가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스팍의 설명에 짐은 미안해하며 시내에 데려다 줄 친구를 불렀다. 또 다시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이 든 스팍은 한참을 명상했다. 소파에 짐과 나란히 앉아 있는데 짐이 자신의 귀를 보는 것처럼 느낀 적도 있다. 스팍은 자신이 자의식 과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볼이 초록빛으로 물들었을 것이다. 스팍은 그저 술기운이었다고 되뇌었다. 그저 술기운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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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스팍이 고개를 들었다. 짐이 쿠키를 먹으며 중얼거렸다.

 

엄마한테 연락 왔어.”

 

그리고 사라지는 모습이 이미 짐은 대화를 끝낸 것 같았다. 스팍이 자신의 패드를 스탠드 옆에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나 계단으로 향했다.

통신반은 주방에 있었다. 스팍이 앞에 앉기도 전에 커크 제독은 웃고 있었다.

 

안녕.”

안녕하십니까, 제독님.”

짐이 스타플릿에 오는 걸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대! 알겠지만, 짐이 더 어렸을 땐 스타플릿에 올만한 그릇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얼마나 잘 컸는지 몰라. 짐은 마음만 먹으면 사관학교에 들어오는 게 뭐야, 우등생이 될 걸. 물론 자네 덕이 크지.”

짐은 제 도움 없이도 학교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팍의 말은 사실이었다. 가끔 스팍이 짐을 도와줄 때도 있었지만 짐은 항상 뛰어난 편에 속했다. 제독이 손사래를 쳤다.

 

어머, 짐은 자네가 학교 공부만 도와주는 게 아니라던데. 아무튼 짐은 항상 자네 칭찬만 해.”

 

입꼬리가 움찔거리며 올라갔고, 스팍은 미소를 짓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무튼 이 임무가 이렇게나 오래 걸리는 건 정말 미안해. 임무를 시작할 땐 나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 그런데 아직도 끝난 게 아니라니까. 짐이 잘 챙겨주는 사람 밑에서 잘 자라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거야.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

저도 기쁩니다, 제독님.”

 

벌칸인들이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스팍은 진심이었다. 커크 제독이 씩 웃었다.

 

다행이야. 좀 더 나와 있어야 할 것 같거든. 혹시 내가 알아야 하는 건 없어? 혹시 뭐 질문이나 아니면 뭐 문제라도?”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지만 스팍은 없다고 대답했다. 이후 일등 항해사에게 불려갈 때까지 제독이 스팍의 성과에 대해 질문하고 스팍은 대답하는 게 이어졌다. 짐이 주방으로 돌아왔고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물어봤는데 엄마가 조금 일찍 돌아와도 넌 지금 쓰는 방에 계속 있어도 된대.”

 

허를 찌르는 소리에 스팍은 한참만에야 숟가락을 스프 그릇에 내려놓고 대답했다.

 

그런 경우엔 내가 여기 있을 필요가 없어.”

 

짐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야 그렇지. 다른 데서 살면서 사관학교랑 스타플릿 본부를 왔다 갔다 해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짐은 말꼬리를 질질 끌다 스프 한 숟가락을 듬뿍 먹었다.

 

그래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스팍도 그러고 싶었다. 숙소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는 법이 없는데도 현재 거주하는 집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답하고 말았다.

 

그래.”

 

스팍은 짐이 자신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설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서 그래라는 대답은 그저 허무하게 공기 중에 울렸다. 가능할 리 없는 일이었고 스팍으로선 아직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짐이 18살이 될 때까지는 짐의 어머니가 바쁠 땐 자신이 돌봐 줘야 할 거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간식 시간이 되자 스팍은 짐이 마음껏 간식을 먹게 내버려 두었고 쿠키를 나눠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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