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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6장: 열일곱 살 -2-) 본문

SPOCK/KIRK 영픽 번역/[-ing] In Time

[스팍/커크 영픽 번역] In Time (6장: 열일곱 살 -2-)

Neble 2017. 5. 2. 09:01

 

Transformative Works Statement:

I hereby give permission for anyone to translate any of my fanfiction works into other languages, provided they give me credit and provide a link back to my profile or the original work. Thank you for the interest; I'm always honoured when people ask to translate my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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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의 일이 축복받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좋게 보면 스팍이 짐을 잘 키워내긴 했다. 짐은 이제 의젓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 짐 스스로 용돈을 벌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용돈을 더 달라고 사정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짐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뜻이었고 스팍은 벌써 짐이 그리웠다. 고작 다섯 시간인데도 그랬다. 짐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시내의 선물 가게에 가서 계산대를 보았고, 그 다섯 시간은 스팍이 보통 혼자 있을 리가 없을 시간이었다. 짐이 친구 집에 놀러가는 일이야 많았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그런 일은 한두 번에 그쳤으니까. 짐의 아르바이트는 새로운 일상이었다. 가게로 들어서던 스팍은 그저 뿌듯한 표정만을 지으려 노력했다. 출입문 위에서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

 

가게는 작았다. 낮은 선반을 기준으로 복도가 두 개 있었고 벽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온 작은 장신구가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짐은 금방 눈에 띄었다. 짐은 허리엔 하얀 앞치마를 매고 뒤돌아 상자 더미 속에서 몸을 굽히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스팍은 짐의 뒷모습이 낯설다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금발 머리는 빛을 받아 반짝였고 어깨는 넓고 단단했다. 짐이 종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웃었다. 훤칠했다.

 

왔어? 잠깐만. 이것만 좀 치우고.”

 

그러더니 짐이 상자 두 개를 들어 어색한 자세로 카운터 뒤로 옮겼다. 스팍이 다가가 세 번째 상자를 들어 짐에게 건네자 짐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스팍이 입을 떼기도 전에 짐은 카운터 뒤로 모습을 감췄다. 가게엔 두 사람밖에 없어서 짐은 조금 열린 문 너머 공간에서 크게 소리질렀다.

 

손님이 너무 없어! 아르바이트 시작하기 전에 캘리포니아처럼 손님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한다니까! 여태 내가 받은 손님이, 6명은 있었나?”

그 여섯 명을 얼마나 충실하게 상대했는지가 더 중요한 거야.”

 

짐에게 들리게 하려니 스팍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컸다.

 

네가 악쓰는 소리를 들으니까 좋다!”

 

짐의 말에 스팍이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여전히 짐에게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외쳤다.

 

난 악쓰지 않아.”

여기까지 네 목소리가 들리는데?”

 

짐이 웃었고 스팍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큰 소리로 더 말을 해 봤자 놀리기만 할 것이고, 평범한 목소리로 말을 해봤자 짐이 들을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잠시 후 짐은 앞치마는 벗고 책가방을 한쪽 어깨에 짊어 멘 모습으로 나타났다. 짐이 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스팍과 마주 서자 스팍은 나머지 가방끈을 잡아 짐의 팔을 넣어주려고 했다. 책가방을 똑바로 메지 않으면 척추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짐은 스팍의 참견도 웃으며 받아주었다.

 

교대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직원 없이 가게 문을 열어두는 게 괜찮을 것 같지 않았다. 첫 아르바이트 날이라 짐이 깜빡한 모양이었다.

 

... 그래, 그렇지.”

 

그렇게 대답한 짐이 바로 덧붙였다.

 

돈을 받으면 전용 우주선을 살까 하고.”

그러려면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 가지고는 안 될 거야.”

 

스팍이 굳은 표정을 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였다. 짐은 혀를 빼꼼 내밀 뿐이었다.

 

나도 알아, 재미없긴. 그냥 재미있자고 한 소리야.”

불가능한 가공의 이야기가 어째서 재미있는지 알지 못하겠어.”

 

연기임이 분명하게 한숨을 쉬더니 짐이 스팍의 팔을 두드렸다.

 

넌 재미란 걸 절대 이해 못할 거야. 괜찮아. 그래도 난 널 사랑하거든.”

 

짐이 스팍의 논리를 어려움의 이유로 삼아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지만 짐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4분 정도 지났을까, 갈색 머리를 한 인간이 나타나 늦은 것에 대해 충분히 사과를 했다. 짐은 멋진 태도로 그녀를 괜찮다고 달래주고는 스팍과 함께 차로 향했다. 스팍은 짐이 일을 오래 하면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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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은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깨어 피곤한 눈을 깜박이며 짐의 밝게 웃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팔꿈치를 세우고 몸을 일으키려다 속옷만 입고 잘 만큼 더운 몇 안 되는 날이 전날 밤이었음을 뒤늦게 떠올렸다. 스팍은 허리춤까지 이불을 끌어당겨 가리며 최대한 품위를 지키며 앉았다.

 

.”

생일 축하해, 스팍.”

 

짐은 스팍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스팍에게 쟁반을 내밀었다. 오렌지 쥬스로 보이는 음료 한 잔과 시리얼 그릇이 놓여 있었다.

 

네가 생일에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알지만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축하해주고 싶어.”

네가 언급한대로 난 그저 지나가는 시간을 축하할 이유를 모르겠어.”

알아. 어릴 땐 그냥 넘어갔지만 이젠 너한테 선물을 사줄 수 있을 만큼 나이도 먹었고, 내 생일은 축하하면서 네 생일은 그냥 넘어가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 ‘해 봐.”

 

그러더니 짐은 스팍에게 갑자기 장애라도 생긴 것처럼 시리얼을 듬뿍 퍼서 들이댔다. 스팍은 우유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짐의 손에서 재주 좋게 숟가락을 빼내고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

 

고마워.”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밋밋한 맛의 시리얼은 스팍이 즐겨 먹는 것 중 하나였다. 스팍은 짐의 비유를 맞추느라 제 무릎 위에 쟁반을 올려놓고 시리얼을 먹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식사를 하는 게 옳은 행위라고 하긴 힘들었지만 그 행위로 짐이 웃는다면 가치 있는 행위라 할 수 있었다.

 

짐은 필요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지만 결국 짐도 아침을 가지러 자리를 떴다. 스팍이 쟁반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두고 옷을 입으려는데 짐이 금세 자기 몫이 담긴 그릇을 들고 나타나 스팍의 침대에 앉더니 스팍에게 같이 먹자고 졸라댔다. 어쨌든 스팍이 먼저 식사를 마친 뒤에도 짐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서랍장에서 옷을 꺼내들고 욕실로 향하는 스팍을 향해 짐이 한마디 했다.

 

둘 다 남자인데 뭘.”

 

잠시 후 스팍은 이를 닦고 머리를 정돈한 뒤 드레스 팬츠 위에 하얀 긴소매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샤워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짐이 샤워를 할 만큼 시간을 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릇을 치우는 걸 까맣게 잊은 듯한 짐은 스팍의 손을 잡아끌고 곧장 차고로 향했다. 짐은 짙은 워싱진에 파란 브이넥 셔츠를 입고 있었다. 평소 깔끔하게 면도한 모습만 보다가 볼에 드문드문 짧은 수염이 난 것을 보니 스팍에겐 낯설었다. 그러다 문득 짐에게 면도하는 법을 알려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배운 모양이었다. 그 사실에 크게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팍이 바라보는 것을 느꼈으리라. 짐이 전송기에 타기 전에 멈춰섰다.

 

?”

아니야.”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스팍이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어두운 차고에서 바라볼 것이라고는 짐 외에는 없었다.

 

짐이 웃었다.

 

내 얼굴을 쳐다봤잖아. ? 수염난 게 이상해? 수염을 길러볼까 하거든.”

 

스팍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

 

난 면도하는 법을 네게 알려준 적이 없어.”

 

짐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대단히 어려운 거라고. 학교에서 배웠어. 괜찮아.”

내가 가르쳐줬어야 해.”

너도 애 키우는 법을 배운 건 아니잖아. 무슨 수로 그런 걸 다 챙기겠어?”

 

그러다 떠오른 다른 생각에 스팍이 물었다.

 

내 면도기를 쓴 거야?”

 

짐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 미안. 전에는 그랬는데 몇 번 안 그랬어. 난 수염이 많이 나질 않아서. 근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 내 거 샀으니까 걱정 마.”

 

스팍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빌려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생각을 미처 못 했을 수도 있다.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스팍은 전송기를 쳐다보며 짐이 타길 기다렸지만 짐은 전송기에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

 

스팍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되물었다.

 

수염 말이야.”

 

짐이 제 볼을 가리켰다. 수염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기르는 게 좋겠어?”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스타플릿이라면 깔끔하게 면도를 하라고 하겠지만 짐은 아직 스타플릿 소속이 아니었다. 스팍은... 있는 그대로의 짐이 좋았다.

 

하지만 스팍은 짐이 어떤 모습을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짧은 수염은 영 어색했다. 스팍은 어째서인지 짐의 볼에 손을 뻗어 거칠거칠한 감촉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팍이 택한 건 최대한 평범한 대답이었다.

 

벌칸인들은 보통 수염을 기르지 않아.”

 

짐이 혀를 빼꼼 내밀었다.

 

그래, 내일 면도할게.”

네 얼굴에 나는 털을 내 선호 여부에 맞출 필요는 없어.”

아는데 내가 그러고 싶어. 너도 내가 기르라고 하면 수염 기를 거잖아.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 공평하지.”

 

스팍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수염을 기르는 행위 따위를 짐이 도대체 왜 원하게 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 동시에 짐의 말이 옳다는 생각을 했다. 짐을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원치 않는 수염을 기르는 건 아주 사소한 대가에 불과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짐이 드디어 전송기에 올랐을 때 전송기에는 스팍이 함께 갈 공간이 충분했다. 스팍이 벽에 붙은 개방형 조작기를 누르자 둘은 스타플릿 본부의 거대한 전송기 패드 위에 서 있었다. 둘은 그들에게 미소 짓는 근무 중인 장교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건물 밖을 나서자 짐이 손가락을 스팍의 손에 얽고 잔디밭으로 끌어당겼다. 날씨가 화창했다. 태양이 이글거렸고 짐의 셔츠가 몸에 들러붙었다. 짐은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길을 건너 두 사람이 종종 들르는 쇼핑센터가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에 도착할 때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던 짐이 몸을 돌렸다.

 

, 네 생일이잖아. 어디부터 갈래?”

 

어디든 좋았다. 짐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선물이었고 스팍은 아무런 욕망도 느끼지 않았다. 파이크 제독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만은 짐이 어떤 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몇 분간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더니 짐이 포기한 듯 입을 열었다.

 

, 방금 아침을 먹었으니까 점심은 아직 못 먹겠다. 너한테 뭔가 사줘야지. 벌칸 물건을 팔만한 가게를 구경해도 좋지. 네가 따로 생각한 거나 갖고 싶은 게 없으면.”

내가 살 물건을 대신 구매해 줄 필요는 없어.”

 

예상대로 짐은 스팍의 말을 완전히 무시했다. 짐은 (햇살에 짐의 손바닥에 조금 땀이 나긴 했지만) 여전히 손을 놓지 않은 채 무시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가 재미있어 보여.”

 

광장 구석에 위치한 옛날 스타일의 작은 서점이었다. 다운로드가 가능한 인기 소설과 고전적인 종이책 몇 권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스팍은 확실히 독서에 매력을 느꼈으니까.

 

두 사람은 잠시 서점에 머물렀다. 그동안 스팍은 열심히 책을 구경하기만 했고 짐은 스팍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했다. 서점은 아주 작았다. 정면의 기기에는 다운로드 목록이 있었고 뒤쪽 선반들엔 천장까지 종이 책으로 가득했다. 그 사이를 지나가기란 쉽지가 않았다. 바닥에 무릎 높이로 쌓인 책 더미가 많아서 더했다. 하지만 짐은 일렬로 섰다 몸을 돌렸다 하며 잘도 지나다녔다. 짐은 용케 조명도 어두운 뒤쪽에서 지구의 성인 소설이 꽂힌 작은 코너를 발견했다. 원치 않게 볼을 녹빛으로 물들인 스팍을 보며 짐이 키득거렸다.

 

읽어보면 재밌을 걸.”

흥미로운 내용이리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 하지만 흥미와 즐거움은 무척 다른 속성이야.”

. 이건 다 재미로 읽는 책이라고. 게다가 구식 할리퀸 로맨스가 얼마나 웃기는데. , , 신간도 있다. 마이 펫 안도리아인이거 어때?”

 

짐이 책을 꺼내더니 금세 큰 소리로 환호성을 올렸다. 아주 큰 소리였다.

 

! 마이 펫 벌칸인도 있어! 이게 더 좋다!”

 

본능적으로 스팍이 흘끔 뒤를 돌아봤지만 점원은 보이지 않았다. 짐이 그 작은 문고판을 꺼내서는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기다가 낄낄거리며 스팍에게 들이 밀었다.

 

읽고 싶어?”

그럴 리가.”

, 이거 살래.”

안 돼.”

이것도.”

 

스팍이 짐의 손에서 조심스레 책을 뽑아 책이 꽂혀 있던 책꽂이 구멍에 도로 끼워 넣었다. 짐은 스팍이 뒤를 도는 순간 하지 말라는 그대로 하겠다는 게 뻔한 화가 날 정도로 심통 사나운 표정으로 혀를 빼꼼 내밀었다.

 

정확히 2분 간 스팍도 도전하듯 짐을 마주 쏘아보았다. 갑자기 짐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눈썹을 움직거렸고 스팍은 혼란스러워하며 가게를 나섰다. 짐도 순순히 뒤따랐다.

 

다음으로 두 사람이 들른 곳은 평범한 관광지 안내소였다. 두 사람 다 들어가 보지는 않고 지나치려는데 스팍이 창가의 벌칸 류트를 보고 멈춰 섰다. 오랫동안 연주한 적도 없고 지구에서 발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악기였다. 하지만 그곳에 햇살에 열두 줄의 현을 반짝이는 크고 갈색빛이 도는 류트가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 연주를 한단 말인가. 아마 짐은 스팍이 연주하는 음악을 놀리기나 할 것이다. 게다가 적어도 스타플릿 기지 밖에서 잘 해 나가려고 하고 있으니 짐과 함께 있지 않은 시간은 온전히 공부나 업무에 할애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돈도 너무 많이 든다. 스팍은 앞으로 계속 걸으며 악기를 지나쳤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를 먹어야 할 만큼 더웠고 짐도 그런 음료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카운터에 선 스팍이 음료 두 잔을 계산하려고 하자 짐이 스팍의 생일이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공짜 음료 두 잔을 받았다. 어색한 기분에 감사를 표하고 예의 바르게 컵을 탁자로 가져왔다. 달리 갈 데가 없던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일은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일이리라.

 

짐은 커피를 베이스로 해서 크림이 올라간 단 음료를 마셨다. 더 어렸다면 스팍이 마시지 못하게 했을 음료였다. 스팍은 짐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짓는 걸 무시하고 과일 스무디를 마셨다. 둘은 머리 위에서 분홍빛 조명이 비치는 창가 구석의 파란 탁자에 앉았다.

 

“22살이 되니까 어때?”
“21살이랑 대체로 비슷해.”

 

스팍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호들갑 떨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짐이 건배라도 하려는 듯 플라스틱 컵을 들어올렸다.

 

정말 누가 뭐래도 스팍다운 대답이네.”

 

스팍이 컵을 움직이지 않자 짐이 앞으로 몸을 굽혀 스팍의 잔에 가볍게 부딪치고 제자리에 앉았다. 스팍은 짐이 빨대로 컵 안 내용물을 휘젓다가 크게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바라보았다. 짐이 영화를 보자고 했다. 스팍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둘은 결국 어떤 밀수꾼이 홀로그램 클링온을 혼내주는 형편없는 영화를 보게 됐다. 알고 보니 클링온이 아닌 로뮬란들이었지만. 영화는 과할 정도로 폭발 장면이 많았는데 짐은 멋있다고 생각했고 스팍은 불쾌했다. 영화관엔 사람이 많았고 둘이 먹을 팝콘은 짐이 샀지만 짐은 웃을 때마다 팝콘을 흘리며 거의 혼자 다 먹었다.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이상적이지도 않았다.

 

그 후 함께 모퉁이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짐은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우겼다. 음식은 무척 맛있었고 둘은 서로 다른 다양한 음식을 맛보느라 각자의 음식을 꽤 많이 나눠 먹고 말았다. 먹다보니 놀랍게도 짐은 스팍이 시킨 스프를 더 좋아했고 스팍은 짐이 시킨 파스타를 더 좋아해서 둘은 주문한 음식을 바꿔 먹었다. 짐은 스팍에게 인간이 스파게티를 제대로먹는 법을 알려주었는데 스팍으로선 어색한 역할 변화였다. 하지만 스팍은 설명을 들었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팍은 포크로 스파게티 면을 둘둘 감으며 짐이 자기 몫의 면을 다 먹고 노란 국물을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둘은 스타플릿 얘기도 조금 하고, 짐의 수업 얘기도 조금 하고, 스팍의 일 얘기도 조금 하고, 영화 얘기도 조금 했다. 두 사람의 음식을 나른 종업원은 어떤 관점으로 봐도 아름다운 외양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처음 음식을 가지고 왔을 때 짐은 멋진 태도로 웃어 주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이 끝날 때까지 짐은 여자의 존재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했다.

 

컴컴해지기 시작할 때쯤 집으로 돌아가려고 스타플릿 본부로 걸어가는데 짐이 입을 열었다.

 

젠장, . 옷을 사 줄 걸. 실용적이잖아. 너도 그건 부정할 수 없을 걸.”

아주 실용적인 선물이었겠네.”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지만 스팍은 충분히 고마움을 담아 대답했다.

 

그래도 이미 식사를 사 줬잖아.”

.”

 

짐이 손사래를 쳤다.

 

그게 무슨 선물이야. 그냥 생일이니까 한 거지. 게다가 옷 갈아입히기를 해 볼 수도 있었는데. 진짜 재미있었을 거야.”

 

스팍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다음에 꼭 하자. 청바지를 사주고 싶어. 수영복은 어때? 우리 수영장은 한 번도 안 갔잖아.”

네가 어릴 때 내가 데리고 간 적이 있어. 패션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줄도 몰랐고.”

관심 없어. 그냥 네가 좀 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 거야. 그리고 그건 옛날 일이잖아. 조만간 다시 가자.”

 

그게 괜찮은 생각인지 스팍은 전적으로 확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짐의 얘기를 믿어도 될지도 알 수 없었다. 짐은 스팍이 어울리는문제에 관해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도대체 누구랑 어울릴 필요가 있다는 것일까? 하지만 스팍은 그저 귀찮음을 피할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둘은 건물로 향했다. 집에 전송된 둘은 짐의 방에서 3D 체스를 몇 판 했다. 자러 가기 전 스팍이 말을 건넸다.

 

고마워, .”

체스에 이기게 해 줘서?”

오늘 말이야. 오늘... 정말 즐거웠어.”

 

짐이 웃었다. 짐이 침대에서 내려와 스팍 옆에 똑바로 서더니 스팍을 꼭 껴안았다. 짐이 스팍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데 까칠한 수염이 스팍의 목을 살살 간질였다. 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해, 스팍.”

 

자신 없어하며 스팍이 짐을 살짝 마주 안았다. 짐은 따뜻했고 여전히 품에 안겼다. 짐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짐을 보내야만 했다. 짐이 물러났고 스팍이 방을 떠났다. 멋진 하루를 보냈음에도 스팍은 오래도록 뜬눈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에 보니 벌칸 류트 모양을 한 색상지에 싸인 물체가 아침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설 연휴를 맞아 모처럼 쉬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1월이 없어졌군요. -_-;;
짧지만 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 5월 2일 뒷부분 추가. 아, 이건 왜 이렇게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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