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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ity (1)

Neble 2016. 10. 15. 09:05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서류로 파트너십 신고만 한 건데 그런 말까지 들으니 민망하네. 아무튼 고마워.”

 

정말로 끝이었다. 여러 사건 사고를 겪으며 원숙미를 갖춘 제임스 T. 커크 함장은 여전히 소년처럼 웃었다. 함장이 결혼 특별 휴가로 자리를 비우는 며칠 간 엔터프라이즈호는 요크타운 행성 기지에서 보급 겸 점검을 하기로 했다. 일등 항해사인 스팍은 제임스와 상륙 허가 계획을 논의하고 함장실을 나왔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인공 중력이 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상한 일이었다.

 

스팍 중령님.”

마커스 대위.”

 

몸을 돌리자마자 마커스 대위와 마주쳤다. 고위 장교들의 선실이 위치한 갑판의 복도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조용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하얀 선체 덕에 마커스 대위의 금발 머리가 더욱 돋보였다. 스팍이 한 발짝 비켜섰다. 마커스 대위가 함장실의 출입 허가 버튼을 눌렀다.

 

안 그래도 바쁘실 텐데 저희 때문에 일이 늘어서 죄송해요.”

 

함장을 곁에서 보좌하며 원활한 임무 수행을 돕는 것은 일등 항해사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임신 중인 과학부 소속 장교의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인력배치를 하는 것도 수석 연구 장교의 일이었다. 스팍은 캐롤 마커스 대위가 사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스팍이 눈썹을 들어올렸다. 마커스 대위가 살짝 미소를 짓는 사이에 함장실 문이 열렸다. 마커스 대위가 들어가고 다시 함장실 문이 닫혔다.

 

- - -

 

당장 부서져도 이상할 게 없는 스노 글로브 같잖아.’

 

다시 한 번 요크타운에 접근하는 동안 스팍은 몇 년 전 맥코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맥락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단순하지만 정확한 표현이었다. 때로 인간의 직감이 벌칸인의 논리적 사고를 앞지를 때가 있었다. 시선을 느낀 스팍이 고개를 돌렸다. 맥코이였다.

 

닮은 것 같아.”

 

스팍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저거랑 너.”

행성 기지와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할 대상이라고 볼 수 없어요.”

그런 소리 할 줄 알았다.”

 

맥코이가 입술을 비쭉거렸다. 하지만 맥코이는 뜻을 굽힐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제임스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중얼거리는 소리였지만 인간보다 청력이 뛰어난 스팍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함장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생각해 볼 가치가 있었다. 요크타운에서 하선할 생각이 없는 스팍에게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다.

요크타운에 도킹을 완료하고 하선 안내 방송을 마친 제임스가 함장석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 없는 동안 우리 배 잘 부탁해.”

배웅하겠습니다.”

 

스팍이 함장의 뒤를 따르려는데 제임스가 괜찮다며 손을 들었다.

 

어차피 캐롤이랑 준비할 게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우후라나 배웅해 줘.”

 

논리정연한 말에 스팍은 함장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우후라가 다가와 스팍의 소맷자락을 살짝 쥐었다.

 

나랑 같이 요크타운 중앙 도서관에 가보지 않을래요? 지금 쓰는 논문 때문에 참고 자료 찾으러 갈 건데, 당신도 요즘 쓰고 있는 논문 있지 않았어요?”

내 논문은 이미 완성 단계라 난 괜찮으니까 논문에 집중해요. 보편 통역기에 신체 언어 감지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면 더욱 정확한 통역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테니 기대가 돼요.”

개인차 때문에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는 게 관건이에요. , 결국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해결 될 문제긴 하지만요.”

 

학문을 사랑하는 둘은 연구자로서 수시로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다 연인이 되었다. 둘은 서로를 존경하고 아꼈다. 스팍은 성실한 연인이었다. 다만 스팍이 줄 수 있는 마음이 우후라가 원하는 크기와 달랐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먼저 깨달은 우후라가 이별을 고했다. 정확하게는 관계를 재정립했다. 이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한 친구였다. 겉으로 보기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다만 연인 간에 행하는 입맞춤과 같은 스킨십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가끔 이유 모를 화를 내던 우후라가 종종 스팍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었다.

 

바래다줘요.”

 

우후라가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래요.”

 

술루와 체콥을 비롯해 많은 선원들도 요크타운 행성 기지에서 상륙 허가를 보내기로 했다. 논문의 참고 자료를 찾는다며 요크타운 중앙 도서관과 엔터프라이즈호를 오가는 우후라를 포함해도, 엔터프라이즈호를 하선하지 않는 선원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우후라를 배웅하러 간 터미널은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더욱 붐비는 듯했다. 하선한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원들 때문이라고 해도 유난히 사람이 많아 보였다.

 

, 함장님이 하선한다는 소문이 퍼졌나보네요.”

함장님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입니까?”

 

함장의 하선을 막으려는 생각에 급히 뛰어가려는데 우후라가 스팍을 말렸다.

 

함장님은 셔틀을 타고 셔틀 착륙장 B로 가셨어요.”

 

스팍이 우후라를 쳐다보았다.

 

캐롤이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한대요. 함장님이 부탁하셔서 한산한 셔틀 착륙장을 수배해 드렸거든요.”

 

논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스팍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던 몸에 맥이 풀렸다.

 

같이 식사라도 할래요? 엔터프라이즈호로 돌아갈래요?”

엔터프라이즈호에 돌아갈게요.”

그래요.”

 

우후라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곧은 자세로 걸어갔다.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마음을 끄는 데가 있는 여성이었다. 그럼에도 스팍의 생각은 자꾸만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다. 우후라의 뒷모습이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던 스팍은 돌아서 엔터프라이즈호로 향했다.




= = =
스팍커크러의 눈으로 본 비욘드는 지친 듯한 커크의 모습과 상대적으로 러브러브한 스팍/우후라 커플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커크가 짝사랑에 지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너 없으면 어떡하지, 스팍'이란 끝없는 커크의 구애에(응?) 끝까지 대답 안 한 스팍이 마음 고생하는 게 꼭 보고 싶다. 정말 보고 싶다. 그래서 썼다. 스팍커크가 얼마나 가물었으면 내가 쓰냐고. 하...

카테고리에 맞게 노래를 들으면서 썼다. 노래 가사를 있는 그대로 쓰진 않고 분위기만 흡수. (어떤 노래인지는 비밀)

완결낸 건 없지만, 취향이 육아물인건 확실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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