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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ity (3)

Neble 2016. 12. 11. 06:02

함장 부부가 짧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보얗게 핀 얼굴을 본 스팍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뾰족한 말이 나갔다.

 

체중이 느셨군요.”

 

함께 표정을 굳히는 닮은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불편했다. 짐이 마커스 대위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며 토닥였다.

 

휴가 중엔 운동을 안 했더니 살이 좀 붙었나봐. 그나저나 아무리 우리가 친하다지만 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 아니야? 이거 참, 운동 좀 해야겠네.”

 

마커스 대위를 감싼 제 함장의 손에서 결혼반지가 반짝였다. 뭐에 얻어맞기라도 한 듯 멍해진 스팍이 눈을 깜박였다. 함장을 바라보니 함장의 눈이 매서웠다.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봐. 자기는 몸 관리도 해야 하는 입장인데.”

무슨 소리야. 내가 쪄봐야 얼마나 쪘다고.”

 

마커스 대위에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함장의 체중은 약 2.54kg 정도 증가해 있었다. 스타플릿 제복을 입고 있다면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입을 떼려다가 더욱더 사납게 자신을 바라보는 함장의 눈초리에 입을 다물었다. 예전 같으면 웃어줄 함장의 굳은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끄러미 함장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마커스 대위가 급히 시선을 피하는 게 보였다.

 

그럼 내일까지 수고해줘. 그간의 업무 보고는 내일 오전에 받을게.”

 

목소리는 밝았지만 함장은 끝까지 웃지 않았다. 함장이 걸음을 떼자 스팍은 자연스레 함장의 뒤를 따르려다 멈춰 섰다. 스팍이 멈춰서는 바람에 스팍에게 살짝 부딪힐 뻔한 마커스 대위의 어깨를 함장이 감싸 안았다. 뒷짐을 지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이 전송실을 떠나는 모습을 본 스팍도 함교로 향했다. 마커스 대위를 감싸던 함장의 손과, 대위에게 웃어주던 얼굴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문득 마커스 대위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함장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마커스 대위를 의심하기는커녕 호의를 보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당시 함장이 마커스 대위에게 맹목적으로 호의를 보인 데는 자신의 탓도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일을 곰곰이 생각해 봐도 스팍은 함장에게 질책 아닌 질책을 받을만한 실수를 한 기억이 없었다. 선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함장은 말실수를 했다고 사납게 질책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휴가를 가기 전까지도 자신에게 웃어주던 함장이었다. 그날 스팍은 함장이 변한 이유를 생각하느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 - -

 

급히 휴가를 냈던 것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궁금하긴 했지만 캐물을 생각도 없던 짐은 뜬금없는 스팍의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 스팍의 표정이 다급했다. 짐이 미간을 찌푸렸다.

 

개인적인 일이라며. 물어도 대답이 없어서 말할 수 없는 이유인가보다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나?”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아닙니다.”

그럼 뭔데?”

 

스팍이 머뭇거렸다. 스팍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짐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말하기 힘들면 말 안 해도 상관없어.”

말과 행동이 다르시군요.”

?”

 

짐은 스팍의 말에 기가 막혀 화가 치밀었다가 나중에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비난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닌 스팍이었다.

 

왜 웃으시는 겁니까?”

어이가 없어서.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네가 왜 휴가를 냈는지 들을 생각 없으니까 난 이만 함교로 가볼까 하는데.”

 

스팍의 눈에 불길이 이는 게 보였다. 짐이 못 본 척 하고 의자에서 일어나자 스팍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뭐하는 거지, 중령?”

 

짐이 제 앞을 막아서는 스팍에게 으르렁거렸다. 그래도 스팍은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뻗어 나왔다가 곧 스팍의 등 뒤로 사라진 스팍의 손 하나가 못내 슬펐다. 차라리 자신의 멱살을 쥐고 화를 내면 좋을 것을, 원망스런 표정으로 물러나는 스팍을 보니 맥이 풀리고 말았다.

 

어제 일 때문이라면 안 그래도 신경 쓰이던 걸 네가 눈치 없이 캐롤 앞에서 지적해서 그런 거니까 잊어버려. 신혼 여행도 여행이라고 좀 피곤해서 그런가 나도 좀 과하게 반응하긴 했으니 서로 비긴 걸로 하자고.”

함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팍은 전혀 납득한 표정이 아니었지만 무시했다. 어차피 되는 대로 갖다 붙인 이유였다. 스팍이 지금처럼 짐을 뒤흔들지만 않는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아직 업무를 시작하기 전인데도 피곤함이 밀려왔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커피로 해결될 피로가 아닌 걸 알면서도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아무 말 없이 휴게실로 향하는 제 뒤를 따르는 발걸음에 짐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 - -

 

아침부터 피곤한 사람은 또 있었다. 죽을상을 하고 휴게실로 걸어오는 짐과 그 뒤를 따르는 시퍼런 덩치를 본 맥코이였다.

 

어제는 좀 얼굴이 좋아 보이더니 하루 사이에 왜 죽을상이야.”

알면서 묻지 마. 나도 커피.”

 

스팍은 아무 이유도 없이 함장을 따라온 자신이 의아했다. 하지만 휴게실까지 따라와 놓고 갑자기 돌아가는 것도 이상해서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맥코이가 스팍을 흘끔 보더니 함장을 위로하듯 어깨를 두드렸다. 익숙한 일인데 신경에 거슬렸다.

 

넌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

 

맥코이의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는 지적은 정확했지만 그게 뭔지 스팍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썹 하나만 치켜 올리고 말았다. 맥코이가 투덜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있다 점심에 캐롤 대위 검진이 있어. 초음파 촬영하는 날이니까 같이 와.”

그래.”

 

맥코이가 한숨을 쉬더니 다시 한 번 함장의 어깨를 두드리고 자리를 떴다. 함장도 남아 있던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통 자신의 2세 이야기를 들으면 표정이 밝아지기 마련인데, 함장의 표정이 좀처럼 밝지 않은 게 걱정이 됐다. 함장이 스팍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어쩔 줄을 모르는 게 꼭 뭐 마려운 강아지 같네.”

절 비하하는 말은 불쾌합니다.”

귀엽다는 뜻이야.”

성인 남성에게 귀엽다고 하는 것이 비하가 아니라는 뉘앙스군요.”

에휴, 네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미안해. 됐어?”

, 사과하셨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함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함장의 미소에 초조하던 마음이 진정되는 게 느껴졌다. 며칠 전처럼 전날 밤에도 제대로 된 명상을 하지 못했던 스팍은 함장의 미소 하나에 마음의 평화를 얻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 - -
이 글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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