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커크 영픽 번역] A Spirky Christmas Carol (1장: 현재)

A Spirky Christmas Carol by Iva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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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 오타가 ㅠㅠㅠㅠ)

현재

 

스팍은 지구에서 자랐다. 벌칸인이었던 아버지 사렉은 인간이었던 어머니 아만다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고, 스팍이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아만다는 인간 혼혈 아이와 낯선 행성에서 살기보다 지구로 돌아와 스팍을 기르기로 했다.

 

인간들의 학교에 다니면서 스팍은 자주 놀림을 받았는데, 그 이유의 대부분은 다른 아이들보다 수업 내용을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이유도 있었다. 스팍은 자라면서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게 되었다.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스팍은 거의 혼자였다. 사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스팍은 스타플릿 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을 가르쳤고 학생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걸 즐겼다.

 

스팍은 어떤 생도에게 유난히 마음이 가고 있었다. 바로 제임스 커크라는 생도였다. 특히 다른 인간 생도들과 비교했을 때 커크는 무척 영리했고, 보기 좋은 외모를 가졌으며, 친절했다. 커크의 동료 생도들이 커크의 선한 마음에 자주 덕을 보는 것을 보면 커크 생도가 너무 친절한 것 같다고 스팍은 생각했다.

 

커크 생도는 스팍에게 연심 같은 것을 품은 모양이었고, 자신이 부추기지 않았음에도 점점 더 스팍 근처에서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스팍이 가르치는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모든 생도가 떠나기를 기다린 커크 생도가 스팍 앞에 섰다.

 

“스팍 교관님.”

“생도.”

 

커크 생도가 입술을 핥았다.

 

“그게, 어,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 남았어요.”

“알고 있네.”

 

스팍은 제 목소리에 담기는 조소를 감추기가 힘들었다. 스팍은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무의미한 축하 행사가 다 끝나야 기분이 좋아질 터였다.

 

“저는- 저는 말이죠.”

 

스팍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뭔가? 왜 그렇게 말을 더듬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게.”

 

커크의 얼굴이 붉어졌다.

 

“혹시- 혹시 내일,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이브에 제 아파트에 오셔서 크리스마스까지 계셔도 괜찮거든요. 제가 요리할 수도 있고요.”

 

스팍이 자세를 바로하고 책가방에 손을 뻗었다.

 

“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지^[각주:1] 않네.”

“오.”

 

커크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시진 않아도 돼요. 그냥 오시면 제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그리고―”

“아니야.”

“아니에요?”

 

커크가 작게 중얼거렸다.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흉내도 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 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네. 내가 있어서 자네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걸 방해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네. 함께 보내기 더 적합한 사람을 초대하는 게 좋겠군.”

 

푸른 눈을 빠르게 깜박거리더니 커크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네, 감사합니다, 교관님.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크리스마스가 끝나고나 뵙겠네요.”

“그렇겠지. 좋은 하루 되게.”

 

떠나는 커크 생도의 발걸음은 언제나처럼 경쾌하지 않았고 어깨도 축 처져 있었다.

 

스팍은 자신이 너무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커크 생도는 좋아했다. 사실 다른 무엇보다 더. 스팍이 거절한 것은 크리스마스였다.

 

어깨를 으쓱한 스팍은 크리스마스 이후에 제임스 커크를 만나는 것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

 

스팍은 혼자 작은 채식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스팍은 처음 보는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온 데 놀랐다. 스팍이 이름표를 보았다.

 

“본즈라는 이름도 있나?”

 

종업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별명입니다. 그래도 다 본즈라고 불러요. 관심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관심 없네.”

“듣기도 싫습니까?”

“난 크리스마스가 싫어.”

 

본즈가 얼굴을 찌푸렸다.

 

“크리스마스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나는 싫어한다고 지금 방금 말하지 않았나.”

 

본즈라는 종업원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왜요?”

“난 한 번도 크리스마스를 즐긴 적이 없는데다 내 어머니가 칠 년 전 크리스마스에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아두게.”

“와, 안됐군요. 크리스마스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크리스마스하고 아무 상관이 없어.”

 

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요. 그러니 더 쓰라릴 만하네요, 그렇죠?”

“쓰라림은 감정이고, 난 감정을 느끼지 않네.”

“오, 그런 사람이었군요?”

“무슨 소린가?”

“뭐 드실 겁니까?”

 

그 이상한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자 남자가 멀어졌다. 스팍은 빨리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 식당을 나섰다.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시끄러운 사람들이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파티로 보이는 모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팍은 그런 곳에 끼고 싶지 않았다.

 

스팍이 서둘러 문으로 향하다가 가게로 들어오던 술 취한 스코틀랜드 남자와 부딪혀 반짝이가 휘감긴 크리스마스트리 위로 쓰러졌다.

 

“오! 미안하네, 청년. 내가 앞을 안 봤어.”

“그러신 것 같군요.”

 

스팍이 제게 들러붙은 반짝이를 털어내며 쌀쌀맞게 대답했다.

 

“그리고 전 청년이 아닙니다.”

“그냥 관용 표현이야.”

 

스코틀랜드 남자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몽고메리 스콧일세.”

“당신이 누구신지는 관심 없습니다.”

 

스팍은 스콧이 내민 손을 무시했다.

 

“길에서 비켜주시고 주변 사람을 넘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한 성격 하나본데? 아, 뭐, 그래도 크리스마스 잘 보내게.”

“지긋지긋한 크리스마스 인사랑 같이 꺼져주시죠.”

 

그렇게 말한 스팍은 전보다 더 기분이 나빠진 채로 식당을 나섰다.

 

스팍은 짧은 거리를 걸어 아파트에 들어가 문을 꼭 잠갔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파트를 떠날 마음이 없었다. 준비한 차를 다 마신 뒤 스팍이 명상실에 들어갔다.

 

스팍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잠이 든 모양인지 누군가가 갑자기 자신을 흔들어 깨웠다. 스팍이 벌떡 일어났다.

 

“진정해, 진정하라고, 스팍. 나야.”

 

스팍은 제 옆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본즈라는 종업원을 바라보았다.

 

“본즈?”

“맞아.”

“종업원이잖아.”

 

본즈가 인상을 썼다.

 

“환장하네, 난 의사지 종업원이 아니야.”

“뭐라고?”

 

본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경 꺼. 난 종업원이 아니고, 넌 나랑 같이 좀 가야겠어.”

“너랑 같이 간다고?”

 

비웃음이 담긴 물음이었다.

 

“안 그래도 될 것 같군. 넌 내 아파트에 있으면 안 돼.”

“그래도 이렇게 여기 있잖아.”

 

스팍이 명상 매트에서 일어났다.

 

“억지로 문을 부수고 들어온 건가?”

“날 바보로 아는 거야? 직접 가서 확인해 봐. 문은 여전히 잘 잠겨 있으니까.”

 

스팍이 현관으로 가 보니 확실히 문은 잠긴 채였다.

 

“봤지? 난 저 문으로 들어온 게 아니야. 이리로 전송된 거지.”

“누가 그런 권한을 줬지?”

 

스팍이 물었다.

 

“내가 줬다. 이제 내 말 들어, 넌 나랑 같이 가야 돼.”

“내가 식당에서 봤을 때보다 왜 지금이 더 나이 들어 보이지?”

“잘 들어, 스팍. 난 미래에서 왔어.”

“미래라.”

“그리고 이제 난 널 과거로 데려갈 거야.”

“먼 옛날로 말인가?”

“아니, 네 과거로.”

 

본즈가 스팍의 팔에 손을 댔다.

 

“에너자이즈.”

+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픽이죠 ㅋㅋㅋ

실은 뮤즈언니의 Don't touch the Vulcans를 옮기고 있었는데 바빠서 도저히 크리스마스 때까지 맞추기 힘들 것 같았거든요. 마침 IvanW님이 엄청나게 굉장한 크리스마스 픽을 써 주셨고, 길이도 적당하길래 급히 번역 허락을 받았습니다 ///

이렇게 올해 크리스마스도 스팍커크와 함께 하네요 ㅋㅋㅋ

1. 역주: 크리스마스는 원래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기독교의 기념일. 보통 11월 마지막 주부터 대림절(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절기)이 시작하므로 그 때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곤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