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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번역] There is a reason (23장 빗속에 춤을) 본문

SPOCK/KIRK 영픽 번역/There is a reason

[스팍/커크 영픽 번역] There is a reason (23장 빗속에 춤을)

Neble 2014. 8. 10. 03:54



23장. 빗속에 춤을



이 주가 지났고, 커크 아파트 내 업무 공간에서 두 사람은 일에 파묻혔다. 칸의 피가 커크를 과하게 밀어붙여서 커크는 137% 능률로 일했다. 스타플릿이 커크에게 업무 복귀를 명할 만도 했다. 맥코이와 스팍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건강검진 결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커크는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 걸 보면 그 잘나신 피가 필요 이상으로 효과가 좋은 모양이었다. 연방이 제 쪽으로 어떤 업무를 돌리든 요즘 커크 상태로는 전부 다 해낼 기세였다. 다 좋았지만, 맥코이가 약을 먹으라고 독촉하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스팍은 겨우 평온을 찾은 듯 했다. 눈 뜨고 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서야 스팍은 커크가 완전히 건강해졌다고 겨우 납득했다.

“나가자.”

커크가 전자패드를 내려놓았다. 스팍이 서류에서 눈을 떼고 커크를 바라보았다.

“의회가 요청한―”

“의회는 화요일에나 소집될 거야. 얼른. 나가서 저녁 먹자.”

스팍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배가 고프시다면 부엌에서 요리할 수 있습니다.”

커크도 곧바로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나는 부엌에서 데이트 할 생각 없는데.”

“데이트라니요?”

“데이트. 명사. 타인과 함께 사교적으로 외출하려는 약속. 주로 연애를 목적으로 이루어짐.”

커크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기지개를 켰다.

“지금은 위기 상황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가 달려있다면 사교 활동은 꼭 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팍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이 꼭 쉬어야 할 땐 해도 돼.”

“저는 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스팍.”

커크가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내가 오늘 아침에 밥 가지고 오니까 너 제복 상의 안에 입는 옷 뒤집어 입었더라.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커크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멋진 밤이 될 줄 알기라도 하는 듯 숨을 들이마시며 방을 나섰다. 스팍은 커크보다는 느릿하게 거실로 따라왔다.

“요 모퉁이 너머에 진짜 괜찮은 채식 식당이 있어. 걸으면서 바람 좀 쐴까? 두 시간만 있다가 들어와서 일하자.”

“저는… 쉬자는 당신 뜻에 따르겠습니다.”

“좋아. 겉옷 입어. 쌀쌀할지도 몰라.”

커크가 씩 웃었다.

두 사람은 보도를 나란히 걸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커크는 고개를 들고 피부로 저물어가는 햇살을 음미했다. 죽다 깨어나서인지, 새살이어서인지, 향상된 칸의 피 때문인지, 뭐가 됐든 커크는 이 순간 무척이나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행복해 보입니다.”

스팍이 언제나처럼 조용히 말을 걸었다.

“응, 끔찍한 거 나도 알아. 장례식에 가서 환호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아닙니다.”

스팍은 해질녘 햇살이 건물 사이로 스며들자 눈을 가늘게 떴다.

“비극 속에서도 평화와 기쁨을 발견하는 건 재능입니다.”

식당까지는 이십 분이 걸렸다. 그곳을 찾은 건 우연이었다.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두 달이 지나, 청과물 가게를 찾으려다가 커크는 홍련(紅蓮; Red Lotus)을 발견했다. 식당은 커크를 제이미라고 부르는 동양 부부가 운영했다. 커크는 한 눈에 반해버렸다. 임무가 시작되어 복제된 음식의 땅으로 끌려가기 전에는 태엽처럼 매주 두 번은 들르곤 했다.

“제이미!”

가게로 들어서는 커크를 보고 리 부인이 환호성을 질렀다. 스팍을 보고는 식기를 더 집어 들었다.

“뉴스에서 봤어. 다 네 얘기 하더라.”

“그게 뭐 새삼스럽습니까?”

스팍이 커크를 돌아보았다. 커크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칸막이 석에 앉았다.

“남편한테 한 말이 그거잖아. 더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리 부인이 차림표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리 부인. 참, 이쪽은 스팍입니다.”

커크가 스팍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음료를 주문했고 리 부인은 다른 손님을 접대하러 자리를 떴다.

“오늘 아처 제독님이 나더러 지금까지는 규정 때문에 함장 하는 거라고 하시더라.”

커크가 편안히 의자에 몸을 기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음, 그러니까 처음에 부정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정학을 받은 뒤에도 엔터프라이즈호에 몰래 탑승해서 일등 항해사가 된 다음 함장 대행이 됐잖아. 그러더니 좌천당했다가 탈주자 수색한다고 함선 받아서 온갖 규정은 다 어겼고.”

“아처 제독님께서는 그런 사정 때문에 짐이 함장직을 수행하는 게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 생각에 아처 제독님은 그냥 나를 예의주시하고 계신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

리 부인이 음료를 가지고 오자 커크가 미소를 지었다.

“제이미는 늘 먹던 거 먹을 거고, 친구는?”

리 부인이 기대하는 듯 스팍을 돌아보았다.

“반려입니다.”

스팍이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정정부터 했다.

“알았어, 알았어. 쟤 잘 간수해. 나한테 장난을 얼마나 치는지 몰라.”

리 부인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더니 젓가락을 잘못 잡았다며 어떤 남자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좀 기가 센 분이라고 생각해.”

커크가 평했다.

“매우 그래 보입니다.”

“그래서 진급에, 추가로 사관학교에 자리 하나를 주겠대.”

“그렇습니까?”

스팍은 정말 놀란 목소리였다.

“학생을 가르쳐 볼 생각이십니까?”

“모르겠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어때?”

스팍이 자신이 가르치던 수업이나 수업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스팍은 21세에 최고 성적으로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7년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틈틈이 연방 함선 단기 승선 임무를 맡기도 했다. 스팍은 커크보다 고작 세 살 많았지만, 경험에 있어서는 커크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작년에 수행한 임무에서 당신이 했던 사고 과정을 생각해보면 지휘 전공 생도들에게 좋은 교본이 될 것 같습니다.”

스팍이 말을 마쳤다. 커크가 만족해하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스팍은 쓸데가 있든 없든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창문에 비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음식이 나왔다. 밤이 깊었고 둘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크는 두 시간 안에 돌아가서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미 약속한 시간이 지난 것은 스팍도 알겠지만 그럼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무척 편한 자세로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이 둘이 왜 이토록 좋은 친구인지 알게 할 뿐이었다. 그날 저녁만 해도 커크가 벌써 수없이 떠올렸던 생각이었다.

지나간 잠자리 친구들과 사랑에 빠지지 않은 이유도 아마 그러하리라. 스팍은 제 전부였다. 제 오른팔이자, 제 일등 항해사이며 함께 체스를 두는 상대이고 또한 형제였다. 그럼에도 둘은 심지어 아직까지도 섹스는 하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타오르는 욕정은 커크가 떠올린 게 아니었다. 적어도 저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커크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무슨 생각해?”

“당신 생각이요.”

스팍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 이상 흥분되는 일도 있나? 커크는 리 부인을 불렀다. 두 사람은 지체 없이 계산하고 문을 나섰다.

비가 쏟아져 내렸다. 커크가 손을 내뻗었다. 빗방울이 손바닥을 아프게 때렸다.

“가속도와 궤적 물리학에 따르면 빗속에서 뛰나 걸으나 일반적인 젖음 정도는 마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수준입니다.”

스팍은 제게 나쁜 짓이라도 하는 양 물웅덩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 침실에 도착하는 시간이 마음에 드는 수준이라면?”

짙은 갈색 눈동자가 재빨리 커크를 바라보았다. 유대가 타올랐다.

“뛰세요.”

커크가 씩 웃으며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발아래 철벅거리는 물웅덩이가 신발 속이나 무릎 위까지 물을 튀겼다. 잠깐 사이에 흠뻑 젖어버렸다. 커크는 웃었다. 속눈썹에서, 볼에서 물줄기가 방울방울 흘렀다.



+ + + 

Dancing in the Rain
빗속에 춤을.


Singing in the Rain은 사랑은 비를 타고, 라는 아름다운 제목이 있는데 이 챕터 제목은 어째 들은 듯 하면서도 한국어로 옮긴 걸 찾지 못한 관계로 내 멋대로 옮겨보았다. 제목 옮기는 거 정말 힘들어...orz


+ + +

Even though he was only three years older, he had far more experience than Kirk.
스팍은 커크보다 고작 세 살 많았지만, 경험에 있어서는 커크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 블로그에 번역된 단편 Sure thing 도입부가 퍼뜩 생각났다.

Jake is two years older and hell of a lot more experienced than Jim is.
제이크는 짐보다 두 살 많았는데 경험은 훨씬 많았다.


사실 커크는 연하남의 표상이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안의 커크가 그렇겠지만 '-'


+ + +

He knew Spock was well aware of the time and the fact that the Vulcan sat there, completely relaxed and involved in the conversation just reminded him for the hundredth time that night why they were such good friends.
이미 약속한 시간이 지난 것은 스팍도 알겠지만 그럼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무척 편한 자세로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이 둘이 왜 이토록 좋은 친구인지 알게 할 뿐이었다. 그날 저녁만 해도 커크가 벌써 수없이 떠올렸던 생각이었다.


문장이 길기도 길지만 첫머리부터 날 힘들게 했다. '커크는 알았다 스팍이 잘 안다는 것을' 이게 뭐냐고!!!! 그래서 '알겠지만'으로 두 개의 '알다'를 녹여버렸다. 이 방법이 옳다고도 못하겠고, 좋다고도 못하겠다. 사실 know, think 같은 동사는 우리말에서 드러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은데 아직 요령이 부족하다;;


- - -
함께 일하고, 함께 숨 좀 돌릴 겸 밥 먹으며 데이트를 하고, 비 맞으며 돌아와 함께 섹스하고 샤워하고 잠을 자는 이 모든 게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라는 점에서 이 둘이 참 좋습니다.

두 사람이 비 맞고 아파트로 뛰어와서부터 그 뒤를 옮길 때는 탱고를 들으며 옮겼습니다. 특히 강렬한 것으로다가.
둘 다 힘이 남아 돌아 그런지 역동적이라서요. 하아...

번역 질에는 아쉬운 게 많지만 일단 빠르게 올립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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