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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Please don't touch the Vulcans

[스팍/커크 영픽 번역] Please don't touch the Vulcans (5)

Neble 2015. 2. 5. 02:19

Please don't touch the Vulcans by muse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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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의 표현대로라면 장난스러운 스팍의 태도는 신 벌칸 과학 학술원에 도착함과 동시에 사라졌다. 잘 감추고는 있었지만 출입구로 걸어가면서 손가락 두 개로 소매 단을 만지작대는 스팍이 불안해하는 것은 짐에게도 보였다.

 

과학 학술원 건물은 시내 중심가에 세워진 상업 건물이나 주거 건물처럼 작은 덩어리들로 이루어진 건물이리라 생각했다. 사렉의 집에서 걸어서 십오 분 걸리는 시 경계 외곽에 세워진 학술원 건물은 셔틀 정류장과 가까웠다. 가는 동안 계속 헐떡이면서도 짐은 스팍이 들고 온 주사 맞기를 거절했다. (짐은 퇴원 뒤에도 본즈가 계속해서 주사를 놓고 과보호하는 데 질려 있었다.) 두 사람은 학술원 정문으로 들어갔고, 짐은 이것이 본래 벌칸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학술원 건물은 절대 임시 건물이라 할 수 없었다. 건물은 우아했고, 두 사람 앞에 보이는 복도는 크고 높았지만 건물 자체는 화려하지 않았다. 천장은 뾰족했고, 창문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간결한 직선으로 이루어졌고, 스팍이 아치형 천장 아래에 선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스팍이 도착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벌칸인 남자가 나타나 천장이 높고 불이 환하게 밝혀진 긴 복도 끝 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자 열 쌍의 눈이 둘을 바라보았다. 짐은 너무도 조용한 주변에 반해 커다랗게 들리는 자신의 신발 소리와 걸을 때마다 가운 자락이 다리를 스치는 소리를 견딜 수가 없었다. 가운을 입은 느낌은 이상했다. 가운 아래에는 복서 하나만 입고 있어서 드레스를 입은 기분이었지만 묘하게 불쾌하지는 않았다. 둘은 나란히 놓인 컴퓨터 앞에 앉았고, 짐은 스팍이 건넨 전자패드를 켜서 첫 번째 문서를 훑었다.

 

저희는 다양한 문화와 수많은 원천자료들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불러들여 올 수는 있지만 확인할 필요는 있으니까요. 컴퓨터가 하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 넌 컴퓨터 제어 우주선 개발에 동의하지 않는 거야?”

 

스팍이 조용히 설명하자 짐이 속삭였다.

 

완전 제어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컴퓨터는 기계일 뿐이죠. 반면에 함장은...”

 

스팍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자패드를 가리켰다.

 

어떤 정보는 사실상 부정확합니다. 오자가 있기도 하고 오래된 정보라서 포함시킬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죠. 중복되는 정보도 있을 겁니다. 지금 같은 경우 저희가 할 일은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항목에 표시를 하는 겁니다.”

이건 인턴이나 할 일 아니야?”

맞습니다. 하지만 이만한 일을 할 일손이 부족하니까요.”

 

짐이 손으로 머리를 쓸며 지구에 있다면 뭘 하고 있을지 상상했다. 침대에 늘어져 큼지막한 치즈 피자에 맥주를 먹고 있겠지. 스팍이 자료가 담긴 디스크를 내밀었다.

 

벌칸의 동물에 대해 관심을 보이셨으니 이것부터 하고 싶으실 것 같군요.”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 스팍이 짐의 손 위에 디스크를 올려놓을 때 둘의 살갗이 살짝 닿았다. 짐은 스팍의 손가락이 제 손바닥 위에서 만들어내는 별자리 같은 모양을 기억했다.

 

이게 뭔데?”

벌칸 장로 한 분이 작성한 벌칸의 전체 포유류 목록입니다.”

 

짐이 겨우 물어보자 스팍이 짐의 귓가로 몸을 기울여 설명했다.

 

데이터를 불러들여서 겹치는 목록을 기존 정보랑 합치고 적절한 항목에 이미지를 배치하시면 됩니다. 작성이 완료되지 않은 항목에는 주석을 남기도록 컴퓨터에 명령하십시오. 잘 모르실 때는 표시를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

알았어.”

 

스팍은 등을 기대고 앉아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엔터프라이즈호에서 함장님과 함께 하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벌칸은 제 고향이니까요.”

 

모든 게 흐릿하게 느껴졌다. 짐은 초조하게 마른 침을 삼키고 스팍의 볼 위로 드리운 속눈썹을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스팍의 팔을 잡고 어깨를 껴안고 한 팔로는 스팍을 감싸고-젠장, 입을 맞추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이 행성에서는, 많은 사람이 둘을 바라보는 지금 이곳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스팍은 오늘 이곳에 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초조해했다. 스팍을 부끄럽게 하는 일은 짐이 절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신 벌칸에 있는 동안 짐은 훌륭한 인간 방문객이 될 생각이었다. 짐은 의자에서 자세를 바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작게 미소를 짓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다. 스팍이 아주 희미하지만 마주 웃어주는 모습에 짐은 놀라고 말았다.

 

둘은 표준 시간으로 네 시간동안 일을 했다. 짐은 통신기를 눈앞에 놓인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 번씩 흘끔거렸다. 벌칸에 도착한 뒤로 본즈에게선 연락이 없었지만 조랑 좋은 시간을 보내는 뜻이리라 생각했다. 신 벌칸에서 조에게 줄 선물을 사줘도 괜찮으리라. 점점 잡다한 생각을 하던 짐은 -마트야 항목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영상을 보았다. 짐은 컴퓨터에게 영상을 멈추라고 명령하고-짐의 벌칸어 억양은 음절을 발음하면서 점점 좋아졌다-나오려는 하품을 감추며 의자에 편안히 등을 기대고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가 있었다. 다리 뒤쪽 감각이 얼얼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통신기를 집어 든 짐이 지구에 있을 때처럼 스팍의 팔을 건드리려다 생각을 고쳤다.

 

바람 좀 쐬야겠어.”

 

짐이 속삭이는 소리에 스팍이 입을 다물고 올려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같이 나갈래?”

 

짐이 먼저 움직이며 물었다. 스팍은 화면으로 고개를 돌려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네가 벌칸어 하는 건 처음 들었어.”

 

복도를 빠져나가며 짐이 입을 열었다.

 

억양이 꽤 좋으시더군요.”

 

스팍이 칭찬하는 말에 짐이 입술을 깨물었다.

 

배고파 죽겠다. 넌 괜찮아?”

복제기가 있습니다.”

 

스팍이 바로 옆 복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오면서 본 식당에 가보자. 내가 살게.”

정해진 시간에 돌아와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짐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하자 스팍이 생각해보더니 대답했다.

 

데이트네.”

 

짐이 문을 가리켰다.

 

***

 

결국 두 사람은 양배추 스프와 구운 야채 랩 샌드위치에 지구식 치즈버거라는 것을 판다는 학술원 근처 가판대에 갔다. 불안했던 짐은 스팍이 토속적인데다 먹어도 괜찮다고 한 채소만 계속 먹었다. 짐은 이 더위 속에서 뜨거운 것을 먹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야채 랩 샌드위치라면 속이 부대낄 일도 없었다. 둘은 근처 광장에 놓인 돌 의자에서 식사를 했다. 둘의 머리 위로 돛 모양 천이 삼각형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땀이 짐의 등을 타고 흘렀다. 스팍은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훨씬 정감 있게 느껴졌다. 볼은 녹색 기운으로 건강하게 물들었고 눈은 밝게 빛났다. 지금만큼은 스팍도 보온복을 입지 않았다. 늘 핏기 없이 하얗던 손가락조차 빛깔을 띠고 하얀 초승달모양 손톱 밑이 연한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짐은 함선 생활을 하는 스팍이 얼마나 불편할지, 다음 임무를 떠나기 전에 함선 내 환경 제어를 조절할 방법은 없는지 생각했다. 개별 근무지마다 온도 조절이 가능하게 할 수 있을 터였다.

 

짐은 광장 건너편에서 벌칸인과 인간들이 뒤섞여 느릿하게 걷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안도리아인과 오리온인인지 살을 태운 벌칸인인지 모르는 사람이 보였다. 땅과 하늘이 다양한 붉은 색으로 물들었지만 평화로워 보였다. 이 행성에 익숙해질 수도 있었다. 내심 그러기를 바랐다.

 

여기 좀 예쁘다.”

 

짐이 소매로 입술을 훔쳤다. 스팍이 뭔가 중얼거렸다. 짐은 다시 말해달라고 몸을 기울이면서도 팔이 닿지 않게 조심했다.

 

하지만 벌칸은 아닙니다.”

 

한참이 지나 스팍이 반복한 말은 짐이 들을 만큼 큰 목소리였지만, 그 말을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정도로는 차분했다. 짐은 그 순간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 싶었다. 정말 미안해 죽겠다거나 벌칸을 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말은 혀끝에서 사라졌다.

 

아니지.”

 

두 사람의 발밑에서 뜨거운 모래바람이 일었다. 짐이 스팍의 팔을 꼭 쥐는 상상을 하며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아닐 것 같아.”

 

***

 

짐은 점심을 가볍게 먹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 벌칸 과학 학술원(NVSA)로 돌아오니 방이 너무 더웠고 즉시 눈꺼풀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스팍이 짐 옆에서 벌칸어로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둘은 두 시간 더 일했다.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짐은 랑카-의 사진을 쳐다보느니 스팍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번역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짐이 벌칸을 향한 공격에 대한 통계를 정리하는데 방에 있던 다른 벌칸인들이 모두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스팍이 몇 마디를 더 하고 컴퓨터를 끄고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칸인들은 선천적인 시간 감각이 있습니다.”

 

스팍이 가운을 정리했다. 짐이 컴퓨터를 끄고 스팍을 따라 방을 나섰다. 둘은 조용히 복도를 걸어 햇살 아래로 나갔다. 해가 많이 저물었지만 여전히 짐이 불편할 정도로 더웠다. 짐은 최고 속도로 걸을 수가 없었지만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느리게 걷는 스팍을 따라 걸었다.

 

그게 썩 나쁜 건 아니겠다?”

 

짐이 발밑에서 소용돌이치는 먼지 구름을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습니다.”

내가 같이 와서 기분이 안 좋은 거야?”

아닙니다.”

너 나 사랑하지.”

 

짐이 스팍의 팔을 치려는 제 손목을 꼭 쥐었다.

 

인정하라고.”

아무 것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스팍이 대답했지만 또 다시 미소를 짓는 바람에 짐의 심장 박동 수가 튀어 올랐다. 약간이지만.

 

내가 같이 오는 게 왜 그렇게 큰일이었는지 말 안 해줄 거야?”

 

짐이 보챘다.

 

내가 널 위해 벌칸어도 쓰고 점심도 샀잖아. 내 말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몇 초가 지나고 스팍이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혼자 오길 바랐습니다. 당신이 저를 나쁘게 보길 바라지 않으니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스팍이 조심스레 하는 말에 짐이 깜짝 놀라 물었다.

 

제 또래집단 사이에서 저는 존중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스팍이 고개를 돌렸다. 관자놀이에 맥박이 쿵쿵 뛰었다.

 

네가 스타플릿에 지원해서?”

제가 인간 혼혈이기 때문입니다.”

 

짐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벌칸인들이 네게 하는 소리를 내가 들을까봐 걱정했구나.”

 

스팍이 고개를 까닥여 그렇다는 뜻을 표했다. 짐이 팔짱을 끼고 곁눈질로 스팍을 쳐다보았다. 스팍은 짐이 자신을 불쌍히 여길까 겁이 나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상처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아마 벌칸인답지 못한 일이리라. 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인종 차별하는 놈들이 널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걸 내가 신경 쓸 줄 알았어?”

 

짐은 스팍의 어깨에 팔을 턱하니 올리고 싶었다. 스팍이 짐을 바라보았고 나란히 걷는 동안 한참을 말이 없었다. 스팍이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신경 안 쓰실 줄은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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