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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Please don't touch the Vulcans

[스팍/커크 영픽 번역] Please don't touch the Vulcans (6)

Neble 2015. 3. 2. 13:20

 

Please don't touch the Vulcans by muse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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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엿새는 비슷하게 흘러갔다. 스팍은 짜증스러우리만치 일찍 일어나 문을 열고 샤워를 했고, 짐은 느릿느릿 욕실로 들어가 이를 닦으며 벌거벗은 스팍을 넋 놓고 바라보는 일은 (최대한) 피했다. 둘은 가끔 사렉도 함께 하는 아침식사를 먹고 NVSA로 걸어갔다. 짐은 가급적 웃지 않으려 노력했고, 사렉 앞에서는 단 한 번도 스팍을 만지지 않았다.

 

사실 짐은 잘 때를 빼고는 스팍과 단둘이 있을 때에도 계속 신체 접촉을 삼갔다. 잘 때는 어쩔 수 없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짐이 스팍을 자주 만진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전혀 건드리지 못하는 지금은 계속 만지고 싶었다. 멀리 있어도 손가락이 정말로 간질거렸고, 밤중에 깨어 발과 발이 닿아 있거나 등이 맞닿아 있을 때면 그 상황을 조금쯤 즐기곤 했다. 하지만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스팍이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짐은 스팍의 옆구리를 쿡 찌르지 않았고 짐의 아파트에 있을 때처럼 소파에 앉아서 스팍에게 기대지도 않았다. 짐은 중요한 순간에 스팍의 옆구리를 쿡 찌르지도, 손바닥으로 가슴을 툭 치지도 않았는데 그런 건 어쩐지... 쓸쓸했다.

 

스팍의 태도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알아채기 힘든 변화인데다 만약 스팍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짐은 제가 착각을 한다고 생각했으리라. 셋째 날에 짐은 전보다 아주 조금 더 가까이에서 걷는 스팍을 눈치 챘다. 스팍은 특히 어려운 벌칸 단어를 정확한 억양으로 발음한 짐을 뿌듯함 같은 게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고 짐은 웃었다. 짐은 잠들지 않기 위해 그런 순간들을 머리에 차곡차곡 담아두었고, 스팍이 자신을 최소 5분에 한 번은 바라본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뭔가를 건넬 때면 스팍의 손은 짐에게서 고작 몇 밀리미터 떨어진 곳까지 다가와 짐이 안쪽부터 데워져 온 몸이 따끔거린다 싶을 때까지 머물다 갔다.

 

여덟째 날 새벽에 짐은 저를 뒤에서 덮치는 몸의 무게와 제 엉덩이에 닿아 꿈틀거리는 단단한 무언가에 잠에서 깼다. 잠시 제가 어디에 있는지 잊었던 짐의 귀에 스팍이 조용히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새벽 스팍은 정말 행복해했고, 짐은 지금처럼 스팍에게 안겨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잠시나마 해 보려고 했다. 짐은 하품을 하며 팔을 펴고 더 가까이 붙었다. 스팍은 자세를 바꾸고 짐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었다. 스팍의 까슬까슬한 수염이 짐의 견갑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팍이 내쉬는 숨은 따뜻했고 짐은 떨림을 억눌렀다. 짐은 병원에서 깨어나 밤새 제 곁을 지키고 선 스팍을 본 뒤로 몇 번이고 이런 일을 상상했다. 짐은 제가 자는 새 스팍이 다가와 곁에 앉아서 이마를 맞대는 모습을 두어 번 떠올렸다. 제가 자는 새에 침대로 올라와 저를 끌어안는 스팍을 상상했다. 그런 상상덕분에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 회복되는 동안 외로움이 덜했다. 스팍은 짐을 거의 만지지도 않았고 끌어안은 적도 없었지만 지금 스팍은 짐을 끌어안고 있었다.

 

짐은 제 옆에 널브러진 스팍의 팔을 그러쥐고 다시 잠이 들었다.

 

***

 

잠에서 깨어나 스팍이 침대에 없는 걸 발견한 짐은 실망을 했다. 해가 중천이었고 침대 옆 탁자에는 커피 잔이 놓여 있었다. 커피는 식어 있었다. 짐은 하품을 하며 초음속 샤워를 하고 커피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짐은 복제기로 가는 동안 스팍이 앉은 의자 뒤로 돌아가지 않고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커피를 다시 데운 짐은 스팍 맞은편에 앉았다.

 

잘 잤어?”

 

짐은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이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스팍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눈을 살짝 들었다가 다시 전자패드를 바라보았다.

 

잘 잤어?”

충분히 쉬었습니다.”

날이 더운 것 같네.”

 

짐이 찻잔 가장자리를 손으로 문질렀다. 그 동작에 어떤 음처럼 들리는 긁히는 소리가 났고, 짐은 스팍이 눈썹 하나를 치켜 올려서 그 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때까지 반복했다. 짐이 동작을 멈췄다.

 

섭씨 45도입니다.”

 

스팍이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건 분명했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짐이 식탁 위에서 손가락을 두드리며 지구라면 며칠일지 떠올리려 했다. 결국 짐이 통신기를 꺼내어 보니 1223일이었다.

 

말도 안 돼. 내일 모레가 크리스마스잖아.”

잊고 계셨습니까?”

, 그렇지.”

 

짐이 뺨을 긁적였다. 면도를 해야 했다.

 

여긴 전혀 북극 같지 않잖아.”

 

스팍은 대답 대신 애매한 소리를 냈다. 짐은 화면을 빠르게 훑는 스팍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빨리 읽으면서 읽은 내용을 하나라도 기억할 사람이 있을까? 보고 있자면 조금 놀라운 광경이었다. 화면을 세 번 넘기는 동안 스팍은 단 한 번 눈을 깜박였고, 짐은 그곳에 앉아 스팍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짐이 턱을 괴고 잔을 입으로 가져가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마셨다.

 

그러고 보니, 네 어머니는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보내셨어?”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

장식도 했어?”

최소한이지만요.”

 

짐은 그게 어느 정도일지 상상해 보려 했다. 복제된 호랑가시나무 가지 정도? 정원에 있는 큰 나무 위에 별 하나 정도?

 

우리 집은 홀로그램 트리를 썼어.”

 

짐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스팍이 다시 저를 바라보길 바라면서 기억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생물을 죽이는 걸 엄청 싫어하셨거든. 나랑 샘 형의 양말을 벽에 걸어주시기도 했는데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아침 식사였어. 아주 거하게 차려주셨거든. 베이컨에 달걀에 감자에 시나몬 롤까지. 너 시나몬 먹어?”

규칙적으로 먹지는 않습니다.”

.”

 

짐이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너희가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보내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어쩌면 말이야... 내가 요리를 해 줘도 될까?”

 

그 말에는 스팍이 고개를 들고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정확히 설명해 주십시오.”

 

짐이 허공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러니까 너랑 너희 아버지랑 또 다른 너한테 말이야.”

 

스팍은 스팍 대사라는 말에 표정을 바꾸지 않고도 짐을 용케 노려보았다. 짐은 날을 잡아 스팍이 나이 든 스팍 자신에게 왜 거부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볼 생각이었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또 네 아버지께 여기 묵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기뻐하실 겁니다.”

 

스팍이 겨우 대답하고 식탁으로 시선을 떨궜다.

 

장을 볼 때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아니야, 놀라게 해 주고 싶어.”

 

짐이 서둘러 대답했다.

 

알았다고 스팍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은 뻣뻣했다. 그날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하게 굴었고, 짐은 새벽에 있었던 일을 너무 깊게 생각했는지 계속 궁금했다. 짐은 스팍 대사에게 연락해 다음날 아침에 시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고 스팍에게 내일은 함께 NVSA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아마 넌 내가 없으면 더 많은 일을 할 거야. 게다가 장 보는 건 재미없지 않겠어?”

 

한밤중에 짐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스팍은 짐에게서 등을 돌린 채였고 둘이 닿은 곳도 없었다.

 

***

 

젊은 나한테 같이 가자고 하지 그랬나.”

 

함께 노점상을 살피며 스팍 대사가 물었다. 노점상 대부분은 벌칸식이었지만, 연방 구석구석에서 물건들이 밀려들어와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었다. 구성은 단순해서 상자 형 노점에 손으로 쓴 팻말이 뜨거운 바람에 흔들렸다. 어떤 곳은 태양을 가리려 캔버스 천을 씌워 놓았다. 짐은 선글라스를 쓴 눈을 가늘게 뜨고 과일인 것 같은 상자 위에 붙은 엉망진창인 글씨를 읽으려고 애를 썼다.

 

놀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스팍은 일하는 중이니까요. 또 하루 정도는 서로 떨어져 봐야 할 것도 같았고요.”

 

짐은 아침에도 열려있던 욕실 문을 떠올렸다. 하지만 짐은 스팍이 샤워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욕실로 들어갔다. 스팍은 고개를 숙인 채 짐 옆을 지나갔고 아침을 먹는 동안에도 둘은 말이 없었다. 짐은 그날 아침 사렉과 수경재배법 온실 기술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사렉에게 점수를 땄다고 생각했다.

 

그런가?”

 

짐이 한숨을 쉬며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정말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 겁니까?”

자네가 말하고 싶다면 듣겠네. 자네와 젊은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든 그건 자네들의 일이니까.”

저희 문제를 해결 보라고 저를 워프 이동 중인 함선에 전송시키신 분이 그런 말을 하신단 말이죠?”

늙은 벌칸인이 자기 행복을 바라는 걸 뭐라 할 셈인가.”

 

스팍 대사의 표정은 부드러웠다. 그 말에 짐이 웃었다.

 

아니요.”

 

그 다음 노점상으로 간 짐이 진지하게 물었다.

 

이건 뭡니까?”

솔타르일세. 자두 비슷한 거지. 잼을 만들기 아주 좋다네.”

 

짐이 노점 주인에게 고개를 까닥하며 24개를 산다고 했다. 짐이 신용 거래 칩을 넘겨주고 계속 훑어보았다.

 

스팍의 의도를 제대로 아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별 뜻 없는 걸지도 모르죠. 그냥 제가 편해서 그런 거라면요? 그런 걸 이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계급이 더 높아요. 일단 스팍이 먼저 움직여야죠. 윤리 때문에라도 저는 못 합니다.”

 

스팍 대사가 몸 앞에서 손을 가볍게 맞잡고 걸었다. 채 지어지지 못한 미소가 입가에 어른거렸다.

 

왜 웃으십니까?”

자네는 스스로에 대해 굉장히 잘 아는군.”

 

스팍 대사가 잠깐 멈칫했다 입을 열었다.

 

내 시간대하고는 정반대야. 내가 내 짐에게 마음을 품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도 짐은 일에만 몰두했었지.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할 생각이 없다는 뜻도 자주 밝혔어.”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말하면 안 되지.”

 

반쯤은 스팍 대사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도 말해 주실 생각 아닙니까?”

 

짐이 본능적으로 스팍 대사의 옆구리를 찔렀다. 짐이 자세를 바로하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스팍 대사가 기분 나빠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왜 그러세요, 안 좋은 이야깁니까?”

 

짐이 부추겼다.

 

“3년 간 짐을 보지 않았네.”

 

스팍 대사가 겨우 입을 열었다.

 

?”

 

짐이 걸음을 멈췄다.

 

왜요?”

이유는 중요하지 않네. 결국 우리 둘 다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다행이네요.”

 

짐이 돌 조각상들을 파는 노점상에 머뭇머뭇 다가갔다. 짐이 눈에 익은 조각상을 들고 작은 송곳니와 곰 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것 좀 봐 주세요.”

 

짐이 스팍 대사에게 조각상을 내밀었다.

 

셀랏이군.”

일주일 내내 셀랏 사진을 봤었죠. 조한테 하나 사 줘야겠어요.”

맥코이 박사의 딸 말인가?”

.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샀거든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대사님은 뭘 받고 싶으세요?”

벌칸인들은 선물을 주고받는 습관이 딱히 없네.”

 

스팍 대사가 미안해하는 듯 대답했다.

 

제가 인간이라 다행이네요. 그냥 말해 주세요.”

아무 것도 필요 없다네.”

그럼 다른 스팍은요?”

 

스팍 대사가 입을 열어 대답하려던 차에 짐이 선수를 쳤다.

 

스팍도 필요한 게 없을 거라는 말씀은 마세요. 뭘 좋아할까요?”

젊은 스팍을 잘 아는군.”

대사님이 가장 잘 아시죠.”

 

스팍 대사가 다정한 눈으로 잠시 짐을 바라보았다.

 

어릴 때 난 애완 셀랏을 키웠었지.”

 

짐이 손에 든 조각상을 바라보고 손으로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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