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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ing] So Here We are

[스팍/커크 영픽 번역] So Here We Are (2-1)

Neble 2015. 11. 23. 04:41

 

So Here We Are By LieutenantL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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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 커크. 너한테 그 시험은 내가 우주선에서 눈 가리고 길 찾는 수준일 걸.”

 

스코티는 빠르게 걸어가는 스팍과 짐을 따라 잡으려 잰걸음을 걸었다.

 

쉬엄쉬엄해.”

스코티, 나 공부해야 해. 이 시험을 멋지게 통과해야...”

통과할 거야, 알면서. 넌 공부 안 해도 상위권으로 통과할 걸 다들 알고 있다고, 복 받은 자식.”

그래, 그런데 내가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겠다면 어쩔 거냐, 스코티, ? 내가 이 시험 때문에 평생을...”

넌 그러고도 공부를 정말 더 하겠다는 거냐? 한 시간 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은 안 들어?”

 

스코티는 걱정하는 친구가 순수한 의도로 하는 말인 양 굴었지만, 눈썹을 씰룩거리는 모양새가 술을 마시겠다는 소리였다. 스코티와 어울리다보면 늘 있는 일이었다.

 

전후 사정을 생각하면 나도 스콧과 같은 의견이라고 해야겠군.”

 

짐과 스코티가 스팍을 바라보며 동시에 되물었다.

 

뭐라고?”

거의 일주일 내내 너랑 같이 공부를 해 보니 해야 할 공부는 이미 다 한 것 같아.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여유를 갖는 것도 만만찮게 중요한 일이지.”

 

짐이 얼굴을 구기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스팍은 항상 짐을 설득하고 마는 걸까?

 

알았어, 아무튼 알았다고. 대신 몇 시간만이야.”

좋았어.”

 

스코티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두 사람의 앞에서 뒷걸음치는 모습이 뭔가 엄청나게 수상한 계획이 있는 듯 했다.

 

그때 마신 위스키가 좀 남았는데...”

, 장난해? 그건 이제 쳐다보지도 못하겠다.”

 

짐이 웃었다. 문득 몇 주 전의 그날 밤이 떠오르며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냥 어울리기만 할게. 술은 됐어.”

어련하시겠습니까.”

 

스코티가 샐쭉하게 쳐다보았다.

 

스코티는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 며칠 뒤에 볼 시험 이야기 같았지만 듣고 있지 않았던 짐은 긴가민가했다. 짐은 스팍이 왜 자신을 피하지 않는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날 밤 짐은 자신이 느껴왔지만 미처 깨닫지도 못했던 것들을 너무 많이 털어놓고 말았다. 그런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짐에겐 자신이 고백한 내용도 그 이유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저 이제 스팍이 자신을 그만 만나겠거니 했을 뿐이다. 스팍은 피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일주일 내내 붙어 있었다. 그야 공부하느라 만났다지만, 그래도 붙어 있기는 했다.

 

이제 스팍은 지금처럼 작은 사교 행사도 함께 할 정도였다.

 

그런 친목을 다지는 활동도 연습을 해 둘 필요가 있지. 추후 일등 항해사로서 내가 그들을 대표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것도 내 임무의 일부가 될 테지.”

 

짐은 비록 임부의 일부일 뿐이라도, 스팍이 함께 해 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인정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날 했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스코티의 방으로 갈수록 귀에 익은 커다란 목소리가 점점 더 분명히 들려왔다.

 

미개하다니까. 왜 이런 걸 배우라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어. 염병할, 지금이 무슨 중세시대냐.”

 

짐이 샐쭉한 눈을 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스코티가 문을 열었다. 우후라는 맥주를 들고 침대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앉았고 본즈는... 오렌지를 꿰매고 있었다.

 

, 왔냐, . 내가 왜 오렌지를 봉합하는지 물어봐 주라.”

 

본즈는 안 그래도 우스운 골난 얼굴을 더욱 구기며 씩씩거렸다. 본즈가 왼쪽 눈썹을 있는 대로 치켜뜨고는 짐을 향해 오렌지를 흔들어댔다.

 

왜 오렌지를 봉합하고 있냐, 본즈?”

 

짐은 화가 나 악을 쓰는 본즈의 장단을 맞춰주려는 눈치였다.

 

내 말 좀 들어봐라.”

그래, 어디 이해 시켜 봐.”

 

스팍이 중얼거렸다. 짐이 피식 웃었다.

 

그 개새끼들이 내일 새벽 06시에 오렌지를 좌, , 중앙으로 꿰매는 걸 시험으로 보겠단다. 넌 이렇게 기가 막히는 소리를 들어는 봤냐?”

최신 응급 처치 도구가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를 대비해 위생병들에게 수동 봉합을 훈련시키겠대.”

 

우후라가 뻔뻔스런 미소로 설명했다.

 

그래서 내가 금요일 밤에 연습이랍시고 오렌지를 꿰매고 있다.”

 

짐이 몸을 기울여 본즈의 솜씨를 살펴보았다.

 

. 조금 지저분하네.”

닥쳐, 너 잘났다.”

 

본즈가 짐의 머리를 향해 오렌지를 집어 던지며 툴툴거렸다. 짐은 오렌지를 제때에 받아내고 스코티의 책상 의자에 앉았다. 스팍은 짐 옆에 서서 책상에 비스듬히 기댔다. 두 사람은 이미 함께 우주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스코티는 침대에 앉아 두 사람에게 맥주 두 병을 던졌다. 짐이 눈을 샐쭉하게 떴다. 보아하니 오늘도 술을 마시게 될 모양이었다. 하지만 절대 취하고 싶지는 않았다.

 

짐은 제 방으로 자신을 옮겨주던 스팍이 떠오르자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짐은 분명히확실하진 않지만- 스팍의 엉덩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냥 꿈이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더 나아지는 건 없었지만.

 

몇 주 전이라면 스팍이 술을 마시는 모습에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짐은 스팍이 술을 마신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스팍이 고른 음료는 아니었지만. 아마 스팍은 술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우주선에서 일하게 된다면 난 수많은 행성의 관행을 따라야 할 거야. 내가 속한 곳의 전통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와 수백만 광년이 떨어진 행성의 문화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분명 논리적인 말이었고 스팍은 논리라면 사족을 못 썼다.

 

오랫동안 짐은 스팍이 모험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해도 그런 오해가 없었다. 스팍은 낯설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위대한 전통과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자신의 고향 벌칸을 떠났다. 게다가 스팍은 지구에서 학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지구는 벌칸과 달라도 너무 다른 곳이었다.

 

그러니까 짐은 현재 스팍이 맥주를 들고 앉아있는 것에도 놀라지 않았다.

 

문득 술에 취한 스팍을 떠올린 짐은 마시던 술에 사레가 들고 말았다. , 정말 이상하겠다.

 

짐은 다음날 오후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영 불편했다. 게다가 그 전 주에는 스팍이 엄청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하지만 스팍이 쉬는 게 좋다고 하니 짐은 그의 의견을 존중했다. 스팍은 거의 항상 뭐가 제일 좋은지 아니까. , 스팍은 짐보다 더 나은 함장이 될지도 모른다.

 

짐은 멍하니 본즈와 스팍이 뭔가 쓸데없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소리를 들었다. 둘은 종종 말싸움을 했지만 그 이유는 대부분 그저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려는 것뿐이었다. 스팍은 본즈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모두가 사실은 그렇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둘은 재미로 서로의 신경을 건드렸다. 또 둘 중 누구도 인정하진 않았지만 친구이기 때문에도 서로의 화를 돋웠다.

 

간단한 오렌지로도 불안해하면 실제 긴장되는 응급 상황에선 잘하지 못하겠군.”

오렌지를 깔끔하게 못 꿰맸다고 갑자기 내가 형편없는 의사란 거냐?”

 

짐이 웃었다. 짐은 이런 게 좋았다.

 

평소 같으면 짐은 둘 사이를 중재할 사심 없는 말이나 던지며 둘을 보고 웃었을 것이다. 짐은 둘의 말싸움을 듣는 게 즐거웠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딴 곳에 정신을 팔았다. 일이나 또... 다른 것에.

 

정확히 무어라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짐은 스팍이 어쩌다 곁에 없으면 계속 스팍 생각만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짐은 스팍을 그리워했고 술에 취한 채 스팍에게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그때의 기억에 짐은 얼굴을 찌푸렸다. 스팍은 왜 아직도 자신과 어울리는 것일까?

 

아마 그래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둘이 함께 일하게 된다면 서로를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 짐은 스팍에겐 그럴만한 논리 정연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논리 정연한 이유는 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짐에겐 부족했다. 짐이 자꾸 딴 곳에 정신을 파는 이유도, 자꾸 다른 이유를 찾아댔던 이유도 결국 스팍이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대주길 바라서였다. 짐은 스팍이 늘 자신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짐이 그런 것은 분명하니까.

 

처음엔 스팍이 싫었다. 돌아보면 참 이상하게도 스팍의 고집스럽고 논리적인 태도는 늘 짐을 짜증나게 했다. 스팍이 하는 모든 행동은 짐을 짜증나고 화나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뻣뻣한 자세도, 꾹 다문 윗입술도, 날카로운 시선도.

 

하지만 이제 짐은 그런 불만에도 즐거웠다. 둘 다 고집이 세도, 둘이 너무나 달라도 짐은 즐거웠고, 스팍과 대화를 나누며 수많은 벽을 마주해도 좋았다. 짐은 그 벽을 넘어서는 게 좋았다. 스팍이 제아무리 도발을 해도, 제아무리 화를 돋워도 짐은 좋았다. 스팍이 인간들에겐 아주 사소한 것들에 익숙하지 않아도 좋았고, 짐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도 좋았다. 짐은 스팍이 곁에 있으면 무척 행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얼얼하고 뜨거운 고통의 물결이 밀려왔다.

 

젠장, 내가 스팍을 좋아하나? 내가 언제부터 남자를 좋아했지? 젠장, 젠장, 이건 아니잖아. 아 진짜.

 

짐의 눈이 스팍을 향했다. 스팍은 뭔가 생각하는 것처럼 뚫어져라 컵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짐은 전혀 다른 눈으로 스팍을 보고 있었다. 짐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젠장. 쟤 엉덩이는 진짜 끝내주잖아.

 

, 이런, 이건 좋지 않았다.

 

“...? 듣고 있냐?”

 

딴 생각을 얼마나 했던 거지? 십 분 쯤 되나? 우후라와 스코티, 본즈가 무슨 일인가하고 짐을 바라보고 있었다.

 

?”

넌 마지막 시험이 언제야?”

 

짐은 기억을 떠올리느라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 15일인 것 같아.”

복 받은 자식. 난 이 지옥에서 탈출하려면 빌어먹을 시험을 두 개나 더 봐야 하는데.”

 

스코티가 병나발을 불며 중얼거렸다.

 

어이구, 그러셔. 너도 불쌍하지만 날 봐라. 내가 오렌지를 몇 개나 꿰매야 하는 줄 알아? 06시에 시험 본 적은 있냐?”

, 작작해.”

 

본즈의 말에 스코티가 대꾸했다.

 

아우, 그만 투덜대. 조금 있으면 끝나잖아.”

시험 이야길 꺼내신 분께서 저러고 계신다!”

 

우후라가 눈을 흘기며 투덜대자 스코티가 우후라를 향해 병을 흔들어댔다.

 

? 나야 당연히 시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그래도...”

지난번에 너한테 시험공부 할 거냐고 물었더니 날 한 대 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바보 같은 질문이잖아.”

시험공부를 안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짐은 다시 딴 생각을 했다.

 

, 미치겠다. 그럼, 난 이제 어떡하지?

 

아무 것도 안 하는 거야.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 마. 너랑 스팍은 공적인 관계일 뿐이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지내라고.

 

그렇잖아, 죽었다 깨나도 내가 스팍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갑자기 스팍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심스레 들고 있던 술을 내려놓았다. 손을 떨지만 않았어도 더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본즈의 표정이 순수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스팍, 너 혹시...?”

먼저 실례하지.”

 

그리고 다른 말도 없이 스팍이 자리를 떴다.

 

스팍의 뒤를 따른 짐의 시선이 한동안 문에 머물러 있었다. 스팍이 알았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던 걸까?

 

그럴 리가 없다. 벌칸인은 접촉하고 있을 때만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둘은 닿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였...?

 

책상 위에 놓인 잔이 눈에 들어왔다. 짐이 안을 들여다보니 비어 있었다.

 

젠장.

 

아무래도 내가...”

 

짐이 걸어가면서 문을 가리켰다. 우후라와 스코티, 본즈 모두가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럼 고맙... 그래.”

 

짐은 세 사람이 뭐라고 대답할지 돌아볼 생각도 않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스팍을 찾아야만 했다.

 

보통의 인간에게 맥주 한 잔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인간의 감정이라는 커다란 바다를 거의 감추고 살아왔을 벌칸 혼혈에게는 아마 과했을 것이다. 스팍이 기숙사 방을 향했을 것 같아서 짐은 그곳부터 확인할 생각이었다. 짐은 혹시나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며 복도를 내달렸지만 스팍은 보이지 않았다. 짐은 누가 봐도 서두르고 있었다.

 

스팍의 방문 앞에 선 짐의 심장 박동이 빠르게 뛰었다. 달려와서만은 아니었다. 너무나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문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니 짐은 초조했다.

 

방문 앞에 선 짐이 목 뒤를 긁적이며 문을 세 번 두드렸다. 도대체 뭐라고 하지? 아님 뭘 하지?

 

스팍?”

 

십 초 간 정적이 흘렀다.

 

지금 당장은... 날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아, .”

 

짐이 멈칫했다.

 

내가 널 보기 싫어하는 일은 없어.”

 

짐 자신의 숨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물었다.

 

들어가도 돼?”

 

또 다시 한참이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은 열려 있어.”

 

짐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로 가야만 했다. 짐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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