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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ing] So Here We are

[스팍/커크 영픽 번역] So Here We Are (2-2)

Neble 2015. 12. 29. 22:34

So Here We Are By LieutenantL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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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은 침대 가에 앉아 있었다. 그는 마치 기도하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을 감고 입도 다문 채 불규칙하게 숨을 쉬었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짐은 제자리에 서 있었다.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용감하게 스팍을 쫓아오긴 했지만 와서 무엇을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스팍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안아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스팍이라 짐은 어쩔 줄을 몰랐다.

 

옆에서 조심스러워하는 게 더 스팍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 같았다. 스팍은 짐이 자신을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는 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불안정한 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래서 짐은 아무렇지 않게 스팍 곁에 다가가 등 뒤에 손을 받치고 비스듬하게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팍에게 어떤 기분인지 말해보라고 강요하는 건 좋은 생각 같지가 않았다.

 

둘은 30분여를 그렇게 앉아 있었다. 스팍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짐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확실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스팍이 평생 억눌러왔던 감정의 파도와 관계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스팍이 내내 참았던 것처럼 큰 한숨을 쉬었다. 마치 감정을 내뱉는 것처럼. 스팍의 볼을 타고 눈물이 한 방울 흐르는 것을 보자 짐은 경악을 하고 말았다. 스팍은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고 눈을 떴다. 당황한 눈동자였다.

 

짐이 자세를 바로 했다.

 

나는 내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줄 알았어.”

 

스팍은 여전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그 손이 또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평소엔 통제할 수 있지. 그런데 달라.”

 

목소리만 들어서는 울고 있다는 게 아주 희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조금 거칠게도 들렸다.

 

어렸을 때에는 분노나 고통에 굴복하는 일이 잦았지. 그런데 지금도 그때만큼이나 혼란스러워...”

 

마지막 단어와 함께 울음을 터뜨린 스팍은 눈물을 참아보려는 듯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스팍의 숨소리는 빠르고 또 떨렸다.

 

스팍이 울고 있었다.

 

짐이 머뭇머뭇 다가가 스팍을 바라보았다. 스팍을 끌어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알기 전에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 스팍이 말을 한다는 건 좋은 뜻이었다. 짐은 스팍을 안지 않으려고 기를 쓰면서도 자리에 앉아 스팍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스팍은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짐을 쳐다보기 부끄러운 것처럼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스팍은 경계도 하지 않고 가끔씩 딸꾹질을 더해 훌쩍거리며 느려지긴 했지만 떨리는 호흡을 내쉬었다.

 

그래서 짐은 무서웠다. 오랫동안 우정을 나눈 두 사람 중 차분하고 침착한 사람, 누군가를 두들겨 패려고 할 때 말리는 사람, 술에 취했을 때 집에 데려다 주는 사람은 늘 스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 두꺼운 장벽을 벗어버리고 제 앞에 선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았다. 짐은 고맙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이것은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스팍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스팍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서성거린다는 건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난 늘 내 감정을 잘 다스려왔어... 제임스 커크, 널 만나기 전까지는.”

 

제 안에 있는 커다란 블랙홀이 모든 것을 심연으로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뭔가 계기가 됐나? 짐에게서 등을 돌린 스팍은 굳은 어깨로 양 손을 꼼지락거렸다.

 

여기에 와서 친구를 사귀었지. 늘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었어. 두 세계에 뿌리를 두었지만 난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넌, 너 때문에 난... 내 예상을 뛰어넘는 감정을 느끼게 됐어.”

 

좋은 의미라고 생각하려 했다. 스팍이 그토록 강한 힘으로, 그토록 답답해하며 주먹을 휘둘러 벽을 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스팍이 휘두른 주먹에 페인트가 벗겨져 벽에 큰 자국이 남았다. 꼭 작은 운석이 떨어진 듯 했다.

 

스팍이 벽에 손을 짚은 채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훨씬 진정이 된 듯 숨소리도 느려지고 안정을 찾아갔다.

 

짐은 스스로도 눈치 채지 못하는 새 일어서 있었다.

 

그러니까 짐 때문이었다.

 

짐 때문에 스팍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을 품게 됐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어째서인지 갑자기 짐은 어린 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해할 수도 없었고 뭘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내가 미안해.”

 

스팍이 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사과하는 거지?”

 

짐도 알 수 없었다.

 

그냥, 나도 내가 귀찮은 사람인 거 알아, 게다가 사람들 신경도 거스르고, 또 재수 없는 놈인데다 난, 난 잘난 체도 너무 많이 하니까. 나도 내가 이런 놈인 게 정말 미치겠는데, 정말, ,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 바람에 네가 데려다 줘야 한 적도 있고.”

 

문득 자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르겠어, , 넌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친구를 만나야 하는데.”

...”

나는...”

 

짐이 적당한 말을 찾으려 노력하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냥... 그런 마음이 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

, 네가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이렇게 된 게 나 때문이기도 하다는 게 정말 미칠 것 같아.”

 

스팍이 짐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내가 망쳐 놨으니 정말 미쳐버릴 것...”

.”

 

스팍이 짐 앞에 서서 짐의 팔을 잡았다. 여태 본 적 없는 젖은 눈으로 스팍이 짐을 바라보았다. 어둔 눈빛에 담긴 뜻은 알 수 없었다.

 

내가 감정 때문에 곤란해 하는 게 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

 

스팍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눈빛은 강렬했다.

 

문제는 나지 다른 누구 잘못도 아니야.”

하지만 스팍. 잘못이 아니야. 넌 그냥... 감정을 다루지 못할 뿐이잖아. 감정은 이해하거나 완전히 없앨 수가 없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난 벌칸인이야, .”

 

짜증 섞인 짐의 말에 스팍이 조금 지친 듯 대답했다. 스팍이 짐의 팔을 꼭 쥐었다.

 

일부만 그렇잖아.”

 

짐이 강조했다.

 

넌 벌칸 혼혈일 뿐이야, 스팍. 반은 인간이기도 하잖아. 그렇게 오랜 시간 감정을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건...”

 

짐은 할 말을 잃은 채 고개를 저었다. 가끔씩 짐은 스팍 곁에 있는 제가 낯설었다. 보통은 달변에 가까운데 말이다.

 

벌칸의 전통을 받아들여 벌칸인이 되기로 한 건 나야.”

 

스팍의 손에서도 눈빛에서도 전처럼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엔 모든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포함되지.”

하지만 완전히 벌칸인이 된 건 아니잖아, 안 그래?”

 

짐이 물었다. 짐은 스팍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스팍의 눈은 조금 젖어 있었고 평소보다 조금은 풀어진 듯 보였다.

 

넌 여기 있잖아. 거기가 아니라. 벌칸 과학 학술원이 아니라 이곳을 택했잖아.”

 

짐은 제 타고난 설득력으로 스팍이 설득되길 바랐다. 하지만 스팍은 다른 사람처럼 예상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스팍, 넌 네게 있는 인간적인 부분을 받아들이기로 했잖아. 거기엔 네 감정도 포함하는 거야. 네 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 봐, 이렇게 됐잖아, 아니 너무 속상해서 그래. 네가...”

 

짐이 말꼬리를 흐렸다.

 

스팍이 짐을 바라보았다. 전에도 스팍과 함께 일하다가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스팍은 짐의 표정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알고 싶은 것처럼 짐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눈에 있기라도 한지 스팍은 짐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짐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그런 시선에 조금 놀라기도 했겠지만 지금은 스팍과 마주 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인정하려니 부끄러울 정도였다.

 

짐은 스팍을 바라보는 게 정말 좋았다. 그 철저하게 감춘 표정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려 노력하는 것이, 마치 정확하고 정밀한 조각처럼 균형이 잘 잡힌 날카로운 얼굴 윤곽과 턱 선을 바라보는 것이. 짐은 스팍이 가진 낯선 면들을 받아들이는 게 좋았다. 뾰족한 귀와 눈썹도, 연한 올리브색을 띠는 피부도. 하지만 스팍에게서 인간적인 면을 보는 것도 좋아했다. 이를 테면 가끔씩 너무도 따스한 빛을 띠는 짙고 총명한 눈처럼. 스팍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처음 보는 기분이 들 때도, 말하고 있는 스팍의 입술에 눈길을 주지 않으려 노력할 때도 좋았다.

 

짐은 스팍에게 느끼는 감정이 좋으면서도 혼란스럽기도 했다. 짐도 낭패스러웠다.

 

짐이 하려던 말이 뭔지 이해한 스팍이 (지난 몇 주 새 짐이 꽤 좋아하게 된 습관대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네가 한 말은 논리적이야, . 하지만 내 부족한 자제력엔 실망을 금할 수 없어. 너 때문에 실망스러운 기분이 든다는 게 아니라 감정을 느낀다는 게 실망스러워.”

 

짐이 살짝 인상을 썼다.

 

논리적이지 않지. 말도 안 되고.”

아니, 말은 돼, 이해가 가.”

 

스팍의 고백에 짐이 얼른 반박했다. 정말 이해가 됐다. 그렇다는 건 어쩌면...

 

혹시, 혹시 이런 거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짐이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스팍은 여전히 짐의 팔에 손을 올려놓은 채였다.

 

나 때문에 어떤 기분이 드는데?”

 

엄청나게 몰아붙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스팍이 생각에 잠긴 동안 짐과 마주보던 시선이 흔들렸다.

 

안타깝지만 나도 모르겠어. 정확하게는.”

 

짐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나도 꽤 복잡한 심정이거든.”

 

복잡한 심정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스팍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것만은 잘 알았으니까. 관계를 진전시키고 추이를 살핀다는 건 참 한심한 작전이긴 했다. 특히 지금처럼 스팍의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두 사람은 한동안 목적지를 잃은 사람들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이제 기분은 좀 나아졌어?”

 

짐이 조심스레 물었다.

 

스팍이 짐의 팔에 얹어진 제 손을 겨우 내리더니 여태 그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눈을 깜박였다.

 

. 고마워, .”

 

짐이 코웃음을 쳤다. 짐이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제 이야기나 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면 모를까. 난 정말 한심한 새끼야. 짐이 힘없이 웃었다.

 

뭐 별 건가.”

 

긴장한 어깨나 뒷짐 진 손, 기울인 고개까지 스팍은 슬슬 제 본 모습을 찾아갔다.

 

괜찮다면 명상을 할까 해.”

, 그래, 당연히 괜찮지.”

 

짐이 목 뒤를 쓸면서 한 손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스팍은 침대에 등을 기대고 깍지를 낀 손을 가슴에 얹었다.

 

짐은 자리를 뜰지 말지 고민했다. 가라는 소린가? 이렇게 커다란 감정의 골을 남기게 되는 건가? 그냥 명상을 하라고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해도 돼.”

 

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말이었다. 스팍은 이미 훨씬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스팍이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꼭 자는 것만 같았다.

 

너와 함께 하는 건 늘 환영이야, .”

 

짐이 웃었다. 그 말을 해 주길 바랐다. 그런 비슷한 말이라도.

 

짐은 맨바닥에 앉아 침대 옆 탁자에 등을 기댔다. 처음엔 그렇게까지 불편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간도 늦었고 최근엔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했으니까. 게다가 불과 몇 시간 전엔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의 짐을 덜기까지 했으니 피곤이 몰려왔다.

 

짐의 고개가 앞으로 툭 떨어졌다. 스팍에 대한 수많은 생각이 흐릿한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따뜻했다. 스팍이 곁에 있었다.

 

?”

 

짐이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잠에서 깨며 고개를 들었다. 짐이 눈을 깜박였다.

 

.”

거기서 자면 안 좋은 자세로 자게 돼.”

 

짐이 얼굴을 찌푸렸다. 스팍의 이상한 화법을 상대하기엔 너무 피곤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말투가 좋았다.

 

침대 옆 옷장은 침대 매트리스만큼 편하지 않잖아.”

 

짐이 몸을 돌려 바로 앉았다. 스팍이 천천히 다가왔다. 스팍은 순진한 표정으로 짐을 쳐다보고 있었다.

 

공간은 충분해.”

 

짐이 찌푸렸던 얼굴을 펴고 웃었다. 짐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러는 동안 등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침대 옆 옷장은 확실히 불편했다) 스팍 왼편에 자리 잡고 누웠다. 이번만큼은 멀쩡한 정신이었던 짐은 제 팔에 맞닿은 스팍의 팔을, 두 사람의 숨소리를, 무척이나 가까운 둘의 거리를 분명히 눈치 채고 있었다.

 

뭔가 말을 할 만한 상황이지만 아무 말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짐은 눈을 감고 미소 지으며 더욱 따뜻한 상태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그날 밤은 두 사람 다 편안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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