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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ing] So Here We are

[스팍/커크 영픽 번역] So Here We Are (3)

Neble 2016. 1. 22. 20:54

So Here We Are By LieutenantL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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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스팍의 이야기


스팍은 제임스 T. 커크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치 제 기억 속에 짐이 스며들기라도 한 것처럼. 제 과거는 그저 짐이 주인공인 쇼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것처럼.

 

어쩌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무척 강렬한 감정이었다. 이는 짐도 이미 지켜본 바 있었다. 하지만 스팍이 가장 알 수 없었던 부분은 그 감정을 다루는 법이었다. 이 문제를 직면해야 하는가. 아니면 감추는 게 나은가. 짐을 향한 제 마음이 얼마나 강렬한지 드러내지 않는 게 나은 것일까. 스팍은 두 사람의 경력에 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함장과 일등 항해사 사이의 연애가 금지되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에 관해선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스팍은 짐을 향한 제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해 생각해 보았고, 연애 감정이 거의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적어도 그런 부분이 많았다. 스팍이 혼란스러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짐을 향한 스팍의 마음은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었고 자신이 책으로 배운 '연애'에 대한 설명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제 감정을 정확히 묘사하기에는 헌신이라는 말이 제일 가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스팍은 (명상이라기보다 정말로 숙면을 하고는) 제 목에 닿아오는 따뜻하고 깊은 짐의 숨결에 잠에서 깨어났다. 평소 코를 잘 골던 짐은 그때만큼은 코를 골지 않았다. 짐은 자신이 코를 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 스팍은 궁금했다.

 

더욱이 스팍은 짐 곁에서 자는 것을 꽤 좋아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곁에 있고, 또 있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스팍을 무척이나 편안하게 했다. 스팍이 악몽을 꿀 때면 어머니가 곁에 와서 앉아 주던 어린 시절 이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오후 11시 2분이 될 때까지 스팍은 하루 종일 (이미 훌륭한 수준인 우후라의 벌칸어를 점검해 주려고 잠시 쉬었을 때만 빼고) 다음 날에 있을 시험공부를 했다. 스팍은 과학 장교가 되기 위한 전공과정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스팍의 시험 과목은 전부 과학 관련 과목이었다. 짐의 지휘 및 전술 시험은 오늘이었다.

 

진작부터 스팍과 짐은 함께 훌륭한 함장과 일등 항해사가 되어보자고 결심했고 그때부터 겹치는 수업마다 늘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고급 장교 과정 선발 여부는 이번 시험 결과를 통해 판가름 날 예정이었다. 대부분의 생도는 자신의 전공 과정을 졸업하고 차근차근 진급을 하게 된다. 그러나 매년 사관학교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생도들이 우주선에 발도 디뎌보기 전에 함장, 일등 항해사 및 대위로 직접 진급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사관학교 내내 최고의 성적을 얻은 생도들만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졸업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스팍과 짐은 이런 우수한 학생들이었다.

 

짐이 시험이 끝나고 들러도 되느냐고 물었다. 스팍은 언제나처럼 짐과 함께 있는 건 늘 환영이라고 대답했다.

 

차분하게 기다리는 동안 스팍은 책상에 앉아 메일을 확인했다. 어머니가 보낸 메일이 있었다. 부모님이 벌칸에 돌아가셨으니 매주 한 통씩 편지를 보내시리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랑하는 스팍에게,

내일 시험을 잘 보길 바랄게. 너야 바랄 필요는 없다고 하겠지. 늘 그렇듯 시험 준비는 이미 철저히 했을 테니까. 그래도 난 네 엄마니까 네 대신 그런 걱정을 하게 된단다. 할 일도 참 없지, 엄마도 알아.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 건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니까. 요즘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안 춥니?

친구들은 잘 지내고? 제임스 커크는 어떻게 지내니?

늘 사랑한단다.

엄마가.

 

스팍이 얼굴을 찌푸렸다. 어머니가 보내신 평범한 메일이었다. 스팍이 충분히 대비했거나 적절하게 관리하는 부분들에 대한 비논리적인 걱정으로 가득했으니까. 다만 마지막 질문 두 개는 달랐다.

 

어머니가 가끔씩 친구들에 대해서 묻기는 했다. 하지만 짐만 따로 물어본 적은 없었다. 그건 꼭 짐이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뜻 같았다.

 

스팍은 어머니가 높은 통찰력을 갖고 계시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했다.

 

문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에 스팍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익숙한 소리였다.

 

"들어와."

 

그리고 불시에, 짐이 눈앞에 나타났다. 머리카락은 두드러질 정도로 헝클어져 있었지만 보기 흉하지는 않았다. 짐은 붉은 스타플릿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 제복은 짐에게 잘 어울렸다. 들어와서 문을 닫은 짐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지겨운 시험도 없을 거야."

"시험이 어렵지 않고 지겨웠다는 건 그만큼 네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야."

 

짐이 스팍의 책상 위에 교재와 전자패드를 내려놓았다.

 

"세 시간짜리 시험을 세 개나 봤어. 그것도 하루에. 그 정도면 누구라도 지겨울 거야."

 

짐이 스팍의 침대에 풀썩 뛰어들고는 피곤해하며 신음을 내뱉었다.

 

짐이 모험과 신나는 일을 좇는 사람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루 종일 시험을 본 날이니 지겨워하며 침대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풀썩 뛰어들 만도 했다.

 

짐이 등을 돌려 눕더니 뜬금없이 킥킥댔다.

 

"아, 미안. 오늘 우연히 본즈를 만났는데…"

 

짐이 말하다 말고 또 다시 웃었다.

 

"시험을 보고 나왔다는데, 스팍, 내가 진짜 그렇게 툴툴대는 본즈는 처음 봤다니까."

 

스팍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의 어디가 재미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마 맥코이 박사는 늘 '툴툴거리니까' 더 툴툴거릴 수 있다는 사실이 꽤 놀라운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짐은 맥코이의 행동에서 늘 재미있는 구석을 찾곤 했는데 스팍으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서 장점을 발견해내는 짐은 대단하다고 여겼다.

 

스팍은 짐이 자신을 좋게 봐주는 것이 고마웠다.

 

짐이 하품을 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낸 뒤라면 피곤한 게 당연하지."

"그렇지."

 

짐의 대답은 꼭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다는 투였다.

 

"내가 잠들기 전에… 너랑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눈 감으면 바로 잘 것 같거든."

 

그러니까 머무르겠다는 뜻이었다. 흥미로운 전개였다.

 

짐이 침대 왼쪽으로 이동했다.

 

"공간은 충분해."

 

짐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지난 밤 스팍이 했던 말을 따라했다. 마치 유혹하는 듯한 미소였다. 전에도 짐이 저런 미소를 짓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스팍을 향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스팍은 전날 밤처럼 망설이지 않았다. 짐 곁에 눕자 두 사람의 팔이 스쳤다. 스팍이 배 위에 두 손을 얹어 놓았다.

 

"지난 밤 내 제안으로 동요했던 것 같아서 걱정했어."

 

짐이 고개를 돌려 스팍을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야?"

 

스팍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스팍이 정면에 놓인 벽을 쳐다보았다.

 

"있어도 된다고 했을 때 말이야."

"아, 그거. 아니야. 일이 이렇게 돼서 엄청 놀라긴 했는데 동요하진 않았어. 오히려 기쁘지."

 

짐이 눈을 감자 이마에 희미하게 주름이 생겼다.

 

"있잖아, 지금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생각이거든. 빙빙 돌려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그리고 금방 잠이 들 것 같으니까…. 네가 좋아. 말해두는 거야. 그러니까,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눈은 여전히 감은 채였다. 호흡도 점점 느려졌다.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친구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좋아해…. 그래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이제 스팍은 짐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짐의 표정에서 긴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침에 시간이 없어 채 면도하지 못한 수염 자국도 보였다. 짐은 입술을 살짝 불퉁하게 내밀고 생각에 잠겨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느린 호흡에 맞춰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짐이 고개를 모로 돌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바스락댔다. 짐은 지쳐 있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짐이 깨어 있는 건 스팍의 대답을 듣기 위함이었다.

 

짐이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스팍은 짐을 바라보았다.

 

"나도… 네게 그런 감정을 느껴."

 

짐이 나른하게 미소 짓더니 잠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일상이 될 것 같았다.

 

몸을 기울여 불을 끄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전날 충분한 잠을 잤으니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기도 했고 어둠 속에서 잠든 짐을 바라보며 감탄하느라 잠을 잘 수 없기도 했다.

 

새벽 2시가 되자 스팍은 자신이 짐을 향해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짐도 벽을 향해 등을 돌리고 스팍을 향해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지척에 있었다. 짐의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가까운 두 사람의 거리에 짐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벌칸인인 스팍의 청력은 더욱 민감해져 있었고 짐의 심장은 강하게 뛰었다. 심장 소리가 조금 빨라지는 것이, 짐이 잠에서 깨고 있다는 신호였다. 짐이 먼저 행동하지 않으리란 것은 알고 있었다. 전날 자신의 모습을 보았으니까. 죄책감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 밀려들었다. 그런 식으로 무너져 내린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짐은 그런 자신을 지켜보았다. 짐으로서는 스팍이 감정에 영향을 받을 만한 외부 요인을 더는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터였고, 그러니 자신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 조심할 것이다.

 

그러니까 스팍이 먼저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좋은 기회였다.

 

"짐."

 

스팍이 속삭이는 말에 짐은 잠시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잠에 취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지금 하지 않으면 짐이 다시 잠이 들어버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토록 원하는 자기 자신에게도 흥미가 일었다. 짐에게 더 가까이 얼굴을 가져간 스팍은 초조하게 마른침을 삼켰다.

 

"네게 입을 맞출까 해. 지금."

 

먼저 알려줄 필요가 있었는지 확신은 없었지만 짐이 간신히 깨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고마워 할 것도 같았다.

 

스팍이 몸을 기울여 둘 사이의 작은 틈을 메우고 짐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조심스레 망설이며 짐의 아랫입술에 입을 맞췄다.

 

스팍은 그게 고작일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놀랍게도 짐 역시 스팍에게 입을 맞춰왔다. 짧고,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익숙한 열기가 스팍의 가슴을 채우기는 충분했고 이번에는 평소보다 더욱 뜨거웠다. 입술을 떼는 짐의 숨결이 느껴졌다. 첫 (인간식) 키스는 분명 기분이 좋았다. 왜 인간들이 이 행위를 즐겨하는지 알 것 같았다.

 

짐이 그럴 만한 기력만 있었다면 더 오래 입을 맞추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 대신 짐은 다시 잠들기 전에 스팍에게 이마와 코를 맞대고 중얼거렸다.

 

"더 자주 하는 게 좋겠어."

 

그날 밤 스팍은 잠을 설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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