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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ing] So Here We are

[스팍/커크 영픽 번역] So Here We Are (4-2)

Neble 2016. 6. 19. 03:51

So Here We Are By LieutenantL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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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서 있던 방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짐은 팔짱을 끼고 방을 둘러보았다. 어지럽혀지진 않았지만 남은 시간 동안에라도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짐이 깨끗한 옷을 걸친 뒤 침대를 정리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 들어가도 될까?”

 

스팍은 언제나처럼 정시에 문을 두드렸다. 짐이 급히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 모양을 손질했다. 여전히 엉망이긴 했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 들어와.”

 

아직 붉은 스타플릿 생도복을 입은 채였던 스팍은 문 옆에 있던 짐의 책상 위에 전자패드와 책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시험은 어땠어?”

 

스팍은 지친 듯도, 조금 짜증이 난 듯도 했다. 짐은 벌칸인이 로봇 같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팍도 얼마든지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았다.

 

예상대로 시험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역시 즐길만한 일은 아니었어.”

그래, 하루가 길었겠어.”

 

짐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스팍에게 다가갔다. 정말이지 부끄럽고 초조해하는 십대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맞아. 하루의 길이는 지구의 다른 날들과 같지만 그 표현에 담긴 정서에는 동의하는 바야.”

여기 오자마자 9시간을 더 잤다니까. 기가 막혀서.”

 

짐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짐은 여전히 숙인 고개를 그저 조금 돌려 스팍을 올려다보았다.

 

스팍을 마지막으로 본 게 그리 오래 된 일도 아닌데 짐은 그 짙고 따스한 눈동자를 독점하고만 싶었다. 도드라지는 광대뼈와 강한 턱선도. 살짝 고개를 기울인 모습도. 너무나 귀엽게만 보이는 서늘한 표정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듯 굳게 다물었던 아랫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모습도.

 

자신과 입을 맞추려 할 때도 좋았다. 최근에 발견한 사실이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인간 사회의 사교 행위는 언제나 짐이 담당해 왔으니까.

 

연애 상대와는 입맞춤으로 인사하는 것이 관례인 줄 알고 있어.”

 

짐이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아닌가?”

, 맞아, 그럴 거야.”

 

짐이 헛기침을 했다.

 

왜 스팍 앞에서는 여유 있게 시시덕거리지를 못하는 걸까? 짐은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짧은 대답을 하고 말았다. 스팍이 다가오자 짐의 머릿속이 텅 비었고, 스팍은 전과 달리 망설임 없이 다가와 한 번 입을 맞췄다. 짧고 달콤했다. 짐에게는 더 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는 입맞춤이었다.

 

하지만 이 관계를 망치고 싶진 않았다. 망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것들을 먼저 행동에 옮기는 쪽은 스팍이었다.

 

둘이 바짝 붙어 섰고, 스팍은 뚫어질 것만 같은 시선으로 짐을 내려다보았다. 짐은 스팍을 침대에 눕히고 그 웃기는 바가지 머리를 헝클어뜨릴만한 짓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이 관계는 망치고 싶지 않았다.

 

스팍.”

 

짐이 꽉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짐은 다시 헛기침을 했다.

 

, 내가 그동안 네 벌칸 정서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스팍이 얼굴을 조금 굳혔다. 왜 얼굴이 굳는 거지?

 

나도 말이야, 벌칸인들한테 인간 식으로 입 맞추는 게 조금 이상하다는 건 알아. , 많이 이상하지. 그러니까그러니까 내 말은 뭐든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려고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래. 맞잖아, 그렇지?

 

오해를 하는군.”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였다.

 

내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네게 입을 맞추기로 한 거야. 그리고너도 그러길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지.”

아니, , 나야 그렇지.”

 

짐의 대답은 조금 급했다. 스팍이 눈썹 하나를 들어올렸다. , 정신 좀 차려라.

 

아니 그냥인간 식으로만 했으니까, 너무 한쪽으로 기운 관계는 싫거든. 전달이 됐나 모르겠네.”

이해했어.”

 

스팍이 입을 살짝 오므리더니 얼굴을 굳히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혹시 내가 이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이라도…….”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으아.”

 

짐은 답답한 듯 고개를 숙이며 스팍의 말을 잘랐다. 짐이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스팍을 올려다보았다. 스팍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런 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 난, 그냥 너랑 어색해지는 게 싫어서 그래. 이런 경험은 나도 처음이라서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상대가 너니까. 넌 소중한 사람이니까.”

 

망했다, 안 해도 될 말까지 해버렸어.

 

스팍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가 말했잖아, . 난 반만 벌칸인이야.”

그야 그렇지.”

 

제 말을 떠올린 짐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말대로 스팍은 반만 벌칸인이니 스팍이 벌칸인인 걸 걱정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넌 불편한 게 있어도 말을 잘 안 하잖아.”

 

스팍이 다시 뚫어질 것만 같은 시선으로 짐의 눈을 쳐다보았다. 짐은 그 눈동자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어째서 남들은 이런 눈을 차갑다고 하는 거지?

 

불편하지 않아.”

 

침묵이 흘렀다. 다만 짐은 콩닥거리는 제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해, 심장아. 잘해보려고 하잖아, 지금.

 

침대 옆에 반이나 빈 술병이 있어.”

 

스팍의 시선은 계속 짐을 향해 있었다. 아마 들어올 때 본 모양이었다. 짐이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놀라서 발밑을 쳐다보았다.

 

, . 본즈가 와서 한 잔 하고 갔어.”

병이 반이나 비었는데.”

, 본즈가 원래 그렇잖아.”

.”

 

스팍이 본즈라면 알만 하다는 듯 눈썹 하나를 치켜 올렸다. 스팍이 바닥을 보더니 짐에게 다가갔다. 짐은 스팍이 자신을 지나치자마자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젠장, 왜 얘랑 있으면 사소한 것까지 다 의식하게 되냐?

 

돌아보니 스팍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스팍이 앉은 자세는 언제나 훌륭했다. 벌칸에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몸에 든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짐은 가만히 서서 스팍을 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팍의 오른편에 앉았다. 짐이 스팍을 향해 몸을 틀었다.

 

내가 벌칸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게 걱정스럽다는 말을 했는데.”

 

스팍이 짐을 흘끔 쳐다보고 말을 멈췄다가 짐과 같은 자세로 앉아 짐을 마주보았다.

 

벌칸에도 인간의 입맞춤 같은 게 있어.”

 

문득 스팍의 손에 시선이 갔다. 무릎 위에 놓인 손에서 긴장이 묻어났지만,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도 했다.

 

. 그러고 보니, 그래서 그런 거였군. 짐은 그제야 스팍이 절대 악수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벌칸인들의 손이 예민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이야.

 

짐이 조금 더 다가가 스팍의 오른손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해도 돼?”

 

스팍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짐이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물며 스팍의 오른손 위로 제 손을 얹었다. 손끝이 닿자 둘은 손바닥이 닿도록 손을 들어 올렸다. 짐은 조심스레 스팍과 손바닥을 마주 댔다. 스팍의 손은 서늘했다. 스팍에게는 짐의 체온이 너무 뜨겁게 느껴지리라. 두 사람의 손은 거의 비슷한 크기였지만 스팍의 손이 조금 더 크고 가느스름했다.

 

짐은 스팍이 뭔가 해 주기를 기다리며 바라만 보았다. 가끔 스팍은 놀라우리만큼 다정한 표정을 지을 줄도 알았다. 스팍은 두 사람의 맞닿은 손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팍이 벌칸식 인사를 하듯 손가락 사이를 벌리자 짐도 따라했다.

 

내 벌칸식 키스에 비하면 네 인간식 키스는 엄청 잘 하는 거야. 난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잘 할 리가 없지.”

 

다정한 목소리였지만 짐이 바라던 대답은 아니었다.

 

벌칸인들은 그런 문화적 요소를 다른 종족들에게 비밀로 해 왔거든.”

 

짐이 제 엄지손가락으로 스팍의 엄지손가락을 비벼댔다. 스팍이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럼이건 좀 다른 거야? , 볼에 하는 뽀뽀쯤은 돼? 아니면, , 프렌치 키스?”

 

마지막으로 한 말에 스팍이 얼굴을 굳혔다. 스팍이 프렌치 키스의 정체를 모르리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스팍이 손을 빼더니 제 검지와 중지를 내밀었다. 짐도 똑같이 따라했다. 두 사람의 손끝이 맞닿았다.

 

이건 연인들이 공공장소에 있을 때 볼 수 있는 동작이야. 만났을 때나 헤어질 때에 하곤 해.”

 

다시 스팍이 벌칸식 인사를 하듯 손을 내밀었고 짐도 따라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동작을 공공장소에서 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짐이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짐은 이 수업을 즐기고 있었다. 짐이 손을 살짝 틀어 스팍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깍지를 꼈다. 스팍이 몸을 굳혔다.

 

그럼, 이런 건 뭐야?”

 

짐이 천진하게 물었다. 짐이 벌칸식 입맞춤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해도 전혀 이해를 못한 건 아니었다.

 

스팍이 고개를 조금 들어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깍지를 낀 두 사람의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공공장소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야.”

 

짐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던 스팍은 짐이 또 다시 엄지손가락을 비비적대는 지금에 와서는 동요하는 듯 보였다. 스팍이 이를 악물었다.

 

내가 원하던 거야.

 

짐이 바짝 다가가자 둘의 무릎이 맞닿았다. 짐의 심장이 뛰었다. 깍지 낀 손으로 전해지는 스팍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 머릿속에 물러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짐이 두 사람의 손을 쳐다보았다가 다시 스팍을 바라보았다.

 

내가 뭘 좀 해봐도 돼? 너무 심하다 싶으면 말해줘.”

 

스팍이 짐을 바라보았다. 긴장한 눈치였다. 아마 벌칸인에게 있는 접촉 텔레파시를 통해 짐이 뭘 하려는지 알았을 테니 그게 놀랍지는 않았다. 짐은 천천히, 장난치듯 스팍의 집게손가락 마디에 입을 맞췄다.

 

짐은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스팍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모습을 기대했다. 스팍을 감싸고 있던 벽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정말 끝내줬다.

 

그럼, 이건 엄청나게 부적절하겠네.”

매우 그렇지.”

 

스팍의 대답이 급했다.

 

짐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손에 입을 맞추는 게 그토록 즐거울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짐이 눈치껏 알아서짐의 전문 분야였다새끼손가락 끝에도 연이어 입을 맞췄다. 스팍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온 몸을 긴장시키면서 또 다시 뜨거운 시선을 짐에게 보내고 있었다. 짐은 그 상황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 그럼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해야겠다.”

 

짐이 읊조렸다. 스팍이 마른 침을 삼켰다. 짐이 가운뎃손가락으로 입술을 옮길 때쯤 스팍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심하다 싶으면 꼭 말해줘.”

 

짐이 대답을 기다리며 스팍을 쳐다보았다. 스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팍은 그저 그 까맣고 뜨거운 시선으로 짐을 마주보다가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그게 스팍의 대답이었다.

 

이제 짐은 스팍의 가운뎃손가락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이번엔 혀끝으로 손가락을 톡 치기도 했다. 스팍은 반대쪽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시선을 피한 채였다. 스팍은 숨을 참고 있었다. 짐의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만족감과 몰입감이 너무나도 컸다. 스팍이 짐 때문에 (게다가 좋은 의미로) 방어막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짐은 스팍에게 입을 맞추고 싶었다. 그러니까, 인간식으로. 하지만 이런 기대감도, 이렇게 장난치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 짐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었다. 스팍에 대해선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

 

손에 입을 맞추는 정도로 그렇게 크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이 일을 마음에 새겨두기로 했다.

 

스팍을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기며 지내온 몇 년 동안 짐은 스팍에게 입 맞추는 상상을 한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스팍이 보여주는 표정들을 짓게 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울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짐의 입술이 마침내 집게손가락에 이르렀다. 짐은 손가락에 입을 맞추기보다 혀로 핥기만 하면서 가볍게 빨아들였다.

 

.”

 

스팍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짐이 고개를 들어 반응하기도 전에 스팍은 이미 짐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뜨거운 입맞춤이었다. 짐은 스팍과 손을 깍지 낀 채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둘이 입을 맞출 때 본능적으로 올라간 손이 스팍의 얼굴을 스치며 스팍의 머리를 헝클었다. 짐이 무릎을 굽혀 올리자 허벅지가 스팍의 엉덩이를 스쳤다. 눈 깜짝할 새 스팍은 짐의 위에 올라타 있었고, 그래도 짐은 스팍을 더 원했다. 짐은 이 입맞춤이 끝없이 이어지길 원했다. 하지만 헐떡이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

 

짐이 가쁜 숨을 내쉬며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다였다. 스팍은 짐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눈빛으로 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진도가 나가버렸네.”

 

짐이 웃었다. 스팍의 품에 안긴 채 그와 함께 웃는 기분이 좋았다.

 

, 세상에, 스팍. 방금 건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고.”

 

스팍이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스팍은 가볍게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올린 짐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댔다. 스팍의 목소리는 낮았고, 그가 내뱉는 숨결은 짐의 입술을 간질였다.

 

방금 얼마나 강렬하게 입을 맞춘 건지 몰랐군.”

 

짐이 웃었다. 짐이 웃자 짐의 몸뚱이가 스팍에게 닿아 흔들렸다. 짐이 자기도 모르게 등허리를 휘며 스팍의 입술을 부드럽게 깨물었다. 스팍이 숨을 내쉬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아무래도 우린둘 다 벌칸식으로든 인간식으로든 키스를 잘 하는 것 같아.”

맞아.”

 

중얼거리는 짐의 말에 스팍이 대답하며 짐의 턱선을 타고 목덜미에까지 입을 맞췄다. 짐이 손이 본능적으로 스팍의 등을 감싸 안았고 스팍이 제 목덜미에 입을 맞추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틀었다.

 

짐이 한숨을 쉬었다.

 

, 세상에, 스팍.”

 

지금 이 상황은 뭐지?

 

지금 상황은 짐이 오늘 밤 일어나리라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전날까지 스팍과 함께 하리라 상상했던 일을 완전히 뛰어넘은 상황이었다. 스팍이 이렇게 열렬하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제 목덜미에 스팍의 입술이 맞닿은 감촉에 짐은 신체의 특정 부위가 어떤 은밀한 반응을 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분명 스팍도 지금쯤이면 알아차렸겠지만 그것도 스팍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는지 스팍이 짐의 목을 가볍게 깨물었다.

 

어디서이런 건 대체 어떻게 배운 거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스팍의 능숙함에 짐은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조사했어.”

 

짐이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 스팍이 다시 목덜미에서 턱선을 타고 오르며 입을 맞췄다.

 

조사했다고?”

.”

 

짐이 다시 웃었다.

 

대부분 본능을 따르고 있지만.”

 

스팍이 덧붙이며 손으로 짐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른 한 손은 여전히 짐과 손을 맞잡은 채였다. 스팍이 짐에게 살짝 입을 맞췄다. 그것만으로도 짐은 무척 흥분했다. 말보다 더 마음을 전하는 행동이었다. 말을 하기보다 그저 입을 맞추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감수할 만한 희생이었다.

 

스팍이 짐을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스팍이 짐의 얼굴에서 머리카락 몇 가닥을 쓸어냈다. 짐이 스팍의 얼굴을 감싸며 다시 스팍을 마주보았다.

 

스팍은 짐의 얼굴에서 이제 막 만물에 대한 해답을 발견한 표정이었다.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스팍이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스팍은 연약한 듯도, 혼란한 듯도 했다. 거의 어린아이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짐은 몰랐지만 짐도 거의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짐이 엄지손가락으로 스팍의 볼을 쓸었다. 무척이나 까만 스팍의 눈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다정해서, 그 눈을 오래 쳐다보고 있다간 모든 것을 버리게 될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게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어떤 면에서 이미 그런 셈이었다. 그 순간은 그들만의 것이었으니까. 오직 두 사람만 존재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 오가는 깊은 숨결조차. 둘은 서로의 입술을, 그 감촉을 기억했다. 서로에게 속해 있음을 조금씩 알아가는 그 따뜻한 감각도 기억했다.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스팍이 눈을 감고 짐과 이마를 맞댔다.

 

.”

 

한 번 말을 멈춘 스팍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스팍이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 나는너를.”

알아, 스팍. 나도야.”

 

짐이 속삭이며 한숨을 쉬었다. 모든 게 너무나도 빨랐다. 짐이 몸을 굴려 스팍을 모로 뉘이고 마주 잡은 두 손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짐이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스팍 뿐이었다. 짐의 가장 은밀하고 어두운 비밀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스팍 뿐이었다. 게다가 짐은 그런 비밀이 무척이나 많았다.

 

짐은 스팍이 제 인생의 일부가 되길 원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짐은 숨기고 있는 것도,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아픈 상처도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스팍에게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그럴 준비가 된 건 아니었다.

 

벌칸은 어떤 곳이야?”

 

스팍이 무척이나 지구인 같은 표정으로 짐을 바라보았다. 스팍은 갑작스레 변한 화제에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스팍이 짐과 맞잡지 않은 다른 손을 뻗어 짐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주었다. 어차피 머리카락은 도로 내려앉을 테니 하나마나 한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스팍은 그 행동을 즐기고 있었다.

 

덥고 건조해. 내 종족을 제외하고는 거의 위험한 맹수들만 살고 있지. 사막은 광활하고 건물조차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는 곳이야.”

 

짐은 스팍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내가 살던 도시 시카르에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어. 대부분 자연 그대로인 바위를 깎아 만든 건물이지. 시카르는 조용하고 발전된 도시야. 너무나 뻔하고 심심하지. 우리 가족은 시카르의 변두리에 살아. 난 종종 터진 입술을 하고 하늘을 보며 집에 걸어 돌아가곤 했어. 어쩌면 나는 벌칸인이 아니라 지구인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하늘은 주황빛을 띄고 구름은 없어. 대기가 너무 건조하거든. 해질 무렵엔 두 개의 태양이 보여.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면, 사막은 차갑게 식지만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아. 하늘은 언제나 맑고 별도 늘 빛나지. 알다시피 벌칸의 별자리는 이곳과는 전혀 달라.”

 

스팍은 계속 짐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았다.

 

나는 항상 별을 올려다보곤 했어. 지금까지는 그저 과학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봤었고 어릴 때는 탐험하기를 갈망했어. 하지만 이제는 별들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지칠 때까지 한참 이런 말들을 하던 스팍은 잠이 들었다. 짐은 스팍이 피곤한 줄도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다. 짐은 잠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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