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Neble

[스팍/커크 영픽 추천] What We Let Go 본문

SPOCK/KIRK 영픽 추천/단편 (Words: ~10,000)

[스팍/커크 영픽 추천] What We Let Go

Neble 2015. 9. 14. 17:54



What We Let Go by VulcanKissesHuman

4547 words

스팍이 자신이 일하는 커피숍의 단골 손님인 짐을 관찰하는 이야기.

 

여운이 많이 남는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둘이 다시 만나는 게 꼭 보고 싶다. 

 


밝은 머리칼의 남자가 텅 빈 지구식 커피숍에 들어온 것은 서른일곱 번째였다. 그는 항상 스팍의 야간 근무 시간에 들어와, 바 끝에서 두 번째 의자에 앉곤 했다. 그는 늘 설탕이나 유제품이 섞이지 않은 기본 커피를 주문했다. 그 커피숍에서 가장 안 비싼 형태의 카페인 음료였고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계속 그 커피를 주문하는 거라고 스팍은 확신했다.

 

그 남자는 수입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입은 어두운 옷은 자주 세탁해서 종종 헤지거나 색이 바랜 상태였고 작은 체구에 근육은 붙어 있었지만 눈에 띄는 저체중에 어깨도 가난한 지구인에서 볼 수 있는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스팍은 바 뒤에서 남자가 텅 빈 커피숍에서 늘 앉던 자리에 앉는 걸 지켜보았다. 스팍은 서둘러 사용한 커피잔을 초음속 식기 세척기에 넣어 닦고 밝은 머리칼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가 고개를 들었고 스팍이 늘씬한 두 사람 사이에 오크 나무로 된 바를 두고 제 앞에 서자 눈꼬리가 조금 접히며 파란 눈동자를 조금 가렸다. 지구인들이 자주 웃는 것을 보면 놀라웠다. 스팍은 제 어머니가 지구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감정을 완연히 드러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벌칸을 떠나오기 전까지 어머니가 아버지의 종족과 함께 살기 위해 얼마나 희생을 하셨는지도 알지 못했다. 스팍이 그렇게 감정적인 종족에게서 나타나는 선명한 표정을 보며 익숙해지기까지 지구 시간으로 6.38개월이 걸렸다.

 

안녕, 스팍 씨.”

 

밝은 머리칼의 남자가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남자는 둘이 자주 만나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그는 인구 통계학 상 그 나이의 지구인에 비하면 예의가 바른 편이었다. 스팍은 처음에 남자가 지구 나이로는 스팍의 또래인 열아홉 살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에게 아직 어린 기색이 남아 있어서 스팍은 아직 남자가 청소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팍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커피숍의 파란 불빛이 스팍의 검은 머리카락 꼭대기를 비췄다.

 

손님.”

 

스팍의 말에 남자가 손을 흔들며 얼굴을 찌푸렸다.

 

짐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잖아요.”

 

스팍도 알고 있었다. 남자는 스물아홉 번이나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의 성씨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사람을 애칭으로 부르는 것은 너무 무례한 일이었다. 스팍의 고용주는 커피숍 손님들과 그런 가벼운 교제를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짐이 스팍을 올려다보자 마르고 지친 얼굴임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남자의 홍채는 너무 선명해서 바에 비추는 강렬한 파란 불빛을 흡수한 것 같았다. 그 눈은 특별했다. 벌칸인들은 그런 색의 눈동자가 없었고, 짐의 밝은 눈동자는 스팍을 매료시켰다. 이제 남자의 눈은 스팍이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충혈 되지도, 아픔에 반쯤 감겨 있지도 않았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스팍이 조용히 물어보자 짐이 또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무 맥락 없는 질문이었고, 짐이 늘 같은 음료를 마시는데도 스팍에게 그 질문은 습관이었다. 스팍은 짐이 스팍의 머리 위 여러 화면에서 파란 홀로그램 글자로 떠오르는 메뉴를 훑어보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 행동도 둘의 교제에 포함된 관례의 일부였다. 스팍은 짐이 다른 메뉴를 시킬 것도 아니면서 메뉴에 빠져드는 이유도, 열심히 읽다가 가끔씩 웃는 이유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지구인들의 행동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일 때가 많았다.

 

늘 마시던 거요, 스팍 씨.”

 

짐이 언제나처럼 말을 마치고 파란 눈으로 스팍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스팍이 장갑을 낀 손으로 전자 패드에 주문을 입력하며 내려다보았다. 장갑은 인간들과 자주 손을 스치다보면 인간들의 감정을 견디는 게 힘들어질까봐 예방차원에서 착용한 것이었다. 스팍은 제 고용주에게 제 종족 사이에서 손이 닿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알리려 했지만, 점장은 그런 문화적 차이에 적응하는 일에 분을 냈다. 스팍은 원치 않는 교류가 일어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을 하는 중엔 장갑을 꼈다. 스팍은 짐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짐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스팍이 남자의 커피가 든 머그를 짐 앞에 내려놓자 짐은 스팍의 손에 닿지 않게 조심하며 잔을 들었다. 예의바른 행동이었지만 결국 쓸모없는 행동이었다. 스팍은 제 텔레파시가 계속 제 방어막을 피해 짐에게 향하는 걸 알고 있었다. 스팍이 남자 곁에 16.72초 이상 함께 있으면 스팍의 몸은 이상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은 감각으로 울렸다. 그런 경험은 걱정되기도 하고 강렬하기도 해서 명상을 아무리 해 보아도 스팍은 텔레파시가 없는 사람에게 제 지각이 향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짐이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재빨리 들이마셨고 서두르는 바람에 하얀 머그잔에 이빨을 가볍게 부딪쳤다. 짐은 짜증스런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려 스팍을 쳐다보았다. 의자에 앉으면 스팍과 눈높이가 비슷해지긴 하겠지만 스팍은 키가 컸고 완벽한 자세에 늘씬한 몸매가 돋보였다. 스팍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둘이 눈을 마주쳤다.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지구 문화에서 예의가 바른 행동은 아니었지만 짐은 스팍의 진갈색 눈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걸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 눈빛 교환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그게 왜 그렇게 꼭 필요한 일처럼 느껴지는 건지는 짐을 향해 제 텔레파시가 반응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이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밝은 머리칼의 남자는 독특했고 그것만은 스팍도 확실히 알았다.

 

커피 맛있네요.”

 

그 말 역시 짐이 늘 꺼내는 말이었다.

 

스팍이 조용하게 대답하기도 전에 남자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매번 대화의 내용은 달라서 어느 날은 스팍에게 우주선 엔진의 워프 스피드를 늘리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어느 날은 이른 아침에 바다에 가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벌칸에 대해 묻기도 했지만 과하지는 않았다. 스팍은 제 행성 이야기를 많이 하길 꺼렸다. 오늘 스팍이 바를 닦는 동안 짐이 이야기하기로 한 주제는 더욱 효율적인 용접 방식에 대한 이론이었다.

- - -

 

사실 마지막 부분에서도 발췌 해석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은 없는데 의외로 길어서 못하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