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Neble
[스팍/커크 영픽 추천] Armchair Psychology 본문
3548 words
함선의 최고 책임자들 주제에 툭하면 티격태격하는 스팍과 커크를 보다 못해 폭발한 맥코이는 두 사람에게 매주 서로의 장점 열 가지씩을 쓰라는 명령을 한다. 스팍과 커크는 영 불만스럽지만 내사는 피해보자는 마음으로 서로의 장점 열 가지씩을 적어보는데...
“너희 둘은 이 은하에서 제일 유치한 지휘관들일 거다!”
“지금 뭐라고 말 한...”
“난 안 유치하...”
“그만, 듣기 싫으니까!"
맥코이가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흥얼거렸다.
“하, 지금 유치한 게 누군데 그래?”
짐이 코웃음을 쳤다. 맥코이가 손가락을 빼고 화를 내며 두 사람에게 삿대질을 했다.
“너희 둘 때문에 내가 미쳐 죽을 지경이다! 행성인들이 원정팀을 쌈 싸먹든지 말든지 서로 약 올리느라 바빠서 임무를 망칠 뻔한 게 벌써 세 번째야.”
“그 사태를 예상할 방법은 없었어.”
스팍이 언성도 높이지 않고 대답했다. 짐이 눈을 치뜨더니 행성에서부터 시작된 말다툼을 끝내려 들었다.
“내가 그 대장이란 놈이 수상하다니까 네가 기분은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씹었잖아. 그게 직감이라는 거고 덕분에 우리가 목숨 건진 거야.”
“아시겠지만 함장님, 함장님이 그 대장을 싫어하는 내색만 안 했어도 수비태세에 나설 필요까진 없었습니다.”
짐이 발끈했다.
“그럼 내가 뭐, 그 자식이 제 마누라를 때리는 동안 가만히 앉아만 있어야 했다는 거냐?
“그들의 문화는 우리와 다르...”
“그만!”
맥코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짐과 스팍이 입을 다물고 화가 나 상기된 맥코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맥코이의 눈빛이 형형한 걸 본 짐이 몸을 좀 사리고 싶어졌다. 사나운 눈빛엔 ‘확 그냥, 내 말 안 들으면 기절시키는 주사 놔 버린다’고 쓰여 있었다.
“두 사람의 행실을 스타플릿에 보고하는 게 싫으면 순순히 말 듣는 게 좋을 거야. 임무 시작한 지 두 달 동안 둘이 내 혈압 올린 거 말고 한 게 뭐야.”
맥코이가 자리를 뜨자 짐은 제가 까먹은 운을 따져볼 생각이었는데 금세 맥코이가 돌아와서 얇은 전자패드 두 개를 짐과 스팍에게 떠밀었다.
“나랑 내 사촌이 레슬링하다 미끄럼틀을 망가뜨렸을 때 어머니가 시켰던 거야. 너희 두 애새끼들에게 숙제를 내 주지. 매주 서로에게 마음에 드는 점 열 가지씩을 적는 거야. 내 성질을 건드리거나 거짓말 하는 것 같지만 않으면 읽을 일 없어.”
그리고 여기까지 말한 맥코이가 짐을 노려보는 게 절대 짐은 못 믿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그래도 이 전자패드는 부정적인 표현은 걸러낼 줄 아니까 ‘스팍은 엿을 먹을 줄 안다’거나 ‘함장은 무모할 정도로 부주의하다’ 같은 소리를 쓰면 대번에 알 거야.”
“자네는 그런 명령을 내릴 자격이 없어.”
스팍이 당당하게 말하면서 전자패드가 제 제복에 들러붙기라도 한 듯 질색을 하고 쳐다보았다. 잘났다.
“그렇지. 하지만 내가 너희들 행실을 보고하면 기록에 남을 테니 내사과에서 이 함선을 점검하러 오겠지. 그럼 둘 중 하나는 전출될 수도 있어.”
짐은 스팍이 그 정도까지도 감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스팍이 자세를 바로하고 ‘그렇다면야’하며 각 잡힌 자세로 뒤돌아 자리를 벗어나는 모습에 편히 숨을 내쉬었다.
“짐.”
금세 화를 가라앉힌 맥코이가 입을 열었다.
“진지하게 해 봐. 너흰 서로 싸우지만 않으면 참 좋은 조합이란 말이야.”
*
첫 주는 정말 지옥 같았다. 짐은 어찌어찌 스팍의 장점 세 개를 생각해 냈다.
1. 가끔 닥치고 있을 때가 있다.
2. 우후라랑 사귀고 있으니 뭔가 매력이 있기는 하다.
3. 자기 일은 잘 한다.
나머지 숫자 일곱 개 옆 빈 공간은 마치 깎아지른 절벽으로 향하는 열린 문처럼 휑했다. 스팍은 짐의 신경을 거슬렀다. 늘 뭔가 참견하고 항상 짐이 하는 일에 잔소리를 늘어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스팍은 개새끼고’가 아닌 말로 시작하는 문장을 생각하려니 머리가 아파왔다. 주말쯤이 되자 짐이 최선을 다해 떠올린 온갖 것들로 나머지도 대충 채워질 수 있었다.
4. 규칙적으로 목욕을 한다.
5. 오늘은 못 봤다. 그러니 오늘은 날 행복하게 해 준 셈이다.
6. 시간을 잘 지킨다.
7. 함교 난간에 걸려 넘어질 뻔해서 날 웃겨줬다.
8. 걔가 먹는 음식은 걔가 재미없는 것만큼이나 별 맛도 없어서 식당에 냄새를 안 풍긴다.
9. 이름이 간단하고 귀엽다.
10. 휴식 시간엔 상대할 필요가 없다.
짐이 전자패드를 끄고 벌써 최선을 다 해 버렸는데 이제 또 뭘 써야하나 고민을 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 -
이 소설을 북마크 해 둔 건 2014년 말. 몇 번이고 읽어서 이미 내용은 알고 있지만 잠이 안 와서 추천이나 할까하고 발췌 해석을 하다보니 공교롭게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엔터프라이즈호의 상황이 딱히 다르지 않아서 당황했다;; 내가 평소 스팍커크 사이의 영고본즈 좋아하는데 오늘만 같이 울자 ㅠㅠㅠㅠ 네가 고생이 많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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