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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추천]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 본문

SPOCK/KIRK 영픽 추천/단편 (Words: ~10,000)

[스팍/커크 영픽 추천]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

Neble 2014. 8. 21. 22:03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 by sinestrated
6698 words

STID를 지내고도 건재하신 파이크 제독님이 상황도 모르고 삽질하는 스팍과 커크를 보며 속이 터져서 기어코 이 둘을 맺어주겠노라 결심하시고 실행하시는 이야기.
파이크가 부글부글 속 끓이는 게 얼마나 웃긴지 ㅠㅠㅠㅠ 영감님 성깔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파이크 제독님 보니까 좋드라... ㅠ 



1.
그러니까, 크리스는 사람을 볼 줄 안다. 비록 크리스가 전략 전문가도 아니고 제 빌어먹을 함선 기관실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긴 해도 사람을 볼 줄 아는 것만으로도 꽤 멋진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별 것 아닌 재주에 화가 치밀었다. 짐이나 스팍 중령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똑똑한 사람 축에 드는데, 이 두 사람이 지금 왜 이렇게 멍청한지 크리스는 알 수가 없었다.

동결 장치에서 짐이 반쯤 언 채로 병원에 실려 온 지 삼 주가 되었다. 맥코이는 방사선이 어쩌고 초 혈청이 어쩌고 하며 소리 질렀다. 자기희생을 했던 쪼끄만 녀석이 말도 잘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틀림없이, 멋지게 살아 돌아온 게 지난 주였다. 크리스가 거짓말 하지 말고 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라고 빌어먹을 스팍 목을 조르고 싶은 건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크리스가 정말 미칠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을 볼 줄 아는 레이더가 둘이 지내는 걸 볼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사랑에 빠진 벌칸인에 주의! 크리스는 스팍의 행동거지나 입에서 나오는 말만 보면 스팍이 짐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뼛속 깊이 충성하며 헌신하는지 알았다. 방에 누가 있든 짐에게로 돌아가는 시선으로, 짐이 자는데 그 옆에서 그저 몇 시간이고 앉아 바라만 보는 모습으로, 누가 의 이름을 속삭이기라도 할라치면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알았다.

스팍의 감정은 너무 빤해서 크리스는 목이 다 멜 지경이었다. 안타까운 건 둘 중 누가 더 멍청한 놈인지 크리스도 모르겠다는 사실이었다. 고백도 안하고 꿈꾸는 눈을 한 채 사랑을 갈망하는 고통에 자신을 처박은 스팍이 더 멍청한 놈인지…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르는 모양인 짐이 더 멍청한 놈인 건지.

심각하게 따져보자. 크리스가 너저분한 연기 가득한 아이오와의 바에서 영리하고 통찰력이 있다고 짐을 채용해 온 게 정말 맞나? 지금 크리스 눈에 보이는 짐은 코마 상태에서 막 깨어나 녹슨 컴퓨터 패널보다 더 덜떨어진 환자로 밖에 안 보였다. 물론 크리스는 여전히 그 녀석을 사랑했고, 제가 짐을 사랑하는 마음에 때로 겁이 나기도 했지만, 크리스는 짐을 함장이나 동료나 친구가 아닌 가족으로 보았다. 하지만 크리스는 나라다를 파괴한 블랙홀보다 더 앞이 깜깜한 함장이 지휘하는 엔터프라이즈호에게 외교 임무를 맡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 -
열불딱지 나신 영감님.




2.
한 시간이 지나, 크리스는 겨우 사무실로 돌아왔다. 예상했던 바대로, 아처가 보낸 요청이 수신함 제일 위에 슬쩍 올라가 있었다. 이제는 긴급 딱지를 붙이고 있으니 장성들이 당장 하시든가 아니면 제가 하겠다는 뜻이었다. 크리스가 오 분간 문서를, 특히 엔터프라이즈호와 호킹호의 지휘부 이름을 바라보았다.

“신이여, 저를 용서하소서.”

크리스가 중얼거리며 서명을 하고 전송했다.



 
제가 장담한 대로 스팍이 접견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는 팔 분밖에(그렇다, 크리스는 또 시간을 쟀다) 걸리지 않았다. 크리스는 메시지를 지웠다. 이 분 뒤 또 다른 요청이 도착했다. 그리고 또 다른 요청이 왔다. 그러더니 사무실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들렸다.
크리스는 진심으로 무시하고 카드게임이나 하려고 했지만 부서진 사무실 문을 배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카드게임을 하던 창을 내려놓고 책상 위에 손을 모은 크리스는 숨을 들이마셨다.
“들어와.”

화가 나서 걸어오는 벌칸인을 보니 칸은 그저 우스웠다. 스팍은 화가 나서 쇠막대기처럼 뻣뻣하게 걸어왔고 행진을 마친 듯 크리스가 앉은 책상 앞에 섰다. 눈은 단단한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제독님.”

스팍의 시선은 정면을 향했다.

크리스는 저러다가 스팍이 이쑤시개처럼 똑 부러지는 건 아닐까 궁금해졌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기로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썹을 깜빡이려는 유혹을 떨치고 위엄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접견을 허락한 건 아니네만, 중령.”
“저도 알고 있습니다.”

가능한지는 몰라도 스팍은 더 뻣뻣해졌다. 크리스는 좋지 않은 의미로 동전 던지기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왜 새로운 선원 명단이 다른지 알고 싶―”

밖에서 나는 소란에 스팍은 말을 멈췄다. 크리스가 나오는 한숨을 억눌렀다. 제때에 왔군.

“젠장, 짐, 너 아직 이러면 된다니까―”
“닥쳐, 본즈, 나 네 허락 받을 시간이 없― 파이크! 파이크, 시발, 이 빌어먹을 문 열어요!”

죄값을 치를 시간이군. 크리스가 책상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하얗게 질려 땀을 흘리며 목발을 짚고 선 짐이 보였다. 환자복을 입었는데도 화난 눈빛은 감출 수 없었다.
맥코이 박사가 말을 꺼내며 앞을 막고 섰다.

“죄송합니다, 제독님, 안 된다는 말을 듣지를 않아서, 의료팀이 지금 오고 있으니―”
“괜찮아, 박사. 이만 가보게.”

맥코이는 크리스가 사임하고 오리온 바 댄서라도 되겠다는 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멍하니 바라보았다. 크리스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자네 없어도 짐을 돌보는 데는 스팍 중령과 나로도 차고 넘쳐. 이만 가보게.”

누구들과는 다르게 맥코이는 명령에 따를 줄 알았다.

“네, 제독님.”

한 번 더 사납게 짐을 바라보고 맥코이가 퇴실했다.

- - -
스팍과 커크가 어떻게 나올지 다 예상하고 카드게임(Solitaire)을 하며 시간 재고 있던 파이크 ㅋㅋㅋㅋㅋㅋㅋ
파이크가 접견 허락을 하든 말든 냅다 쫓아온 스팍, 제 몸이고 제독이고 눈에 뵈는 거 없는 커크, 이 모든 상황에서 안된 건 '누구들과는' 다르게 말 잘 듣는 맥코이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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