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용 요약이고 자시고 번역이랄까, 번역이라해도 초벌 번역 수준이지만 아무튼. 그런 것을 해 보았다. 평소 해석 하던 거랑 비슷한데 좀 더 많이 해석한 정도?;; 퇴고 이딴거 모름. 그냥 직독직해여. 배째 =_=;;
길이도 짧고 내용도 내용인지라 읽을 땐 슉슉 집중해서 읽었는데 한국어로 옮기려니 늬미... 욕하고 싶으...
뭐, 그런 이유로 중간에 때려친 것도 있지만 작가님께 허락 받은 것도 아니라서 원래 중요한 부분(응?)에서 끊을 의도도 있었음. 그 뒤는 작가님이 쓰신 걸 직접 읽으세용. 옹홍홍. 이런 거지 뭐.
보랏빛 하늘과 위성 군단이 있던 나브리치 행성을 방문한지 삼 개월이 흘렀다. 그 말인즉, 깊은 계곡을 거칠게 휩쓸고 간 바람이 의학적으로...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온 꽃가루를 잔뜩 몰고 왔던 나브리치 행성 남쪽 대륙에서의 정찰 임무로부터 삼 개월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커크로서는 분하게도 “섹스꽃가루,” 라고 본즈가 별명을 붙였다. 간호사 차펠은 항의했다. 그녀는 공식 보고서에 실릴 물질에 그런 비과학적인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본즈를 설득했다.
“나는 처음으로 그 물질을 분석한 스타플릿 연구원이라고.” 본즈가 주장했다. “뭔 지랄이든 내 맘대로 붙일 수 있어.”
제임스 T. 커크와 그의 부함장이 행성 대기에 갑작스레 낮게 깔리기 시작한 불편한 전리 폭풍을 만난 지 삼 개월이 지났다. 그 폭풍은 통신과 전송 신호를 차단해버렸다. 당연하게도.
대기 속 전리 폭풍은 갑자기 다가오는 폭풍우 같았다. 건조하고 밝고, 혼돈처럼 짙은 먹구름 위에서 번개가 산산이 부서졌다. 커크와 스팍은 그때 아름다움을 따질 여력이 없었다.
짐 커크가 그의 부관과 성교한지 삼 개월이 흘렀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많은 행성들에 강력한 자연 최음제가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었다. 커크는 그 중 여섯 개를 직접 경험했는데, 그가 스팍과 동행하지 않고 함선을 떠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가 스팍과 여섯 번이나 성교했다는 사실도 문제는 아니었다.
아니, 문제는 소유권을 나타내는 듯 커크를 괴롭히는 간지러움이었다. 사실, 서로 그 이야기를 전혀 안하는 게 문제였다. 아무도 상처 받지 않았는지, 혹은 누구라도 공적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지 확인할 어떤 짧은 대화라도 나눌 수 없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어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잘 추스를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제 거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외에는 특별히 친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 서로 집적거린 적도 없고, 빤히 마주본 적도 없으며 필요 이상으로 오래 만지도록 둔 적도 없었다. 커크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떤 벽이나, 바닥이나, 모래로 뒤덮인 낯선 곳이 아니라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는 스팍을 말이다.
스팍이 그를 만지고 결국 자게 된다면 어떨까? 전처럼 뜨거운 간절함이 여전히 그들을 감싸게 될까? 스팍의 손은 여전히 거칠고 급할까? 전처럼 탐욕스러운 힘으로 커크를 눕힐까 아니면 차가운 이성으로 부드럽게 애무할까?
표면적으로는 냉정한 벌칸의 논리로 무장했지만, 커크에게 있어 그 속에 숨겨진 본능이 차가울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스팍은 절대 작업을 거는 적이 없었고, 커크는 그런 문제로 모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스팍이 관심이나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빌어먹게도 그는 함장이었다. 어떨지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부함장에게 들이댈 수는 없었다.
그 부함장이 스팍이라 해도 말이다. 스팍에게서 무슨 맛이 나는지, 그가 내는 가장 은밀한 소리들이나 그가 눈을 감고 갈 때의 모습이 어떤지 커크가 안다고 해도 말이다. 스팍과 우후라가 더 이상 사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정찰 임무가 처음 그런 식으로 엉망이 됐을 때는 아직 사귀는 중이었지만. 우후라에게 원한을 산 건 아니라고 말 할 수는 있지만 그녀는 그 일 이후 전송실에서 커크를 때려눕혔다.
삼 개월은 충분하다고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삼 개월이면 스팍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쉽게 지울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커크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욱 더 문제가 될 만큼 정신이 산만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섹스한지 얼마나 됐지?” 본즈가 그에게 물었다. 그 질문은 뜬금없었지만, 붐비는 오락 갑판 때문인지 목소리는 낮았다.
커크는 무심코 대답하려다 그가 인정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세상에, 삼 개월이나 지나있었다. 나브리치 이후 정말 아무와도 잔 적이 없을까? 그 전에는 얼마였더라? 한 달하고도 반, 그리고 그 전에 잔 것도 스팍이었다.
커크는 대답대신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그저 아무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그의 오래된 습관이었고, 그는 그동안 어떻게 아무와도 사귀지 않으면서 한 사람하고만 계속해서 섹스하게 된 건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봐,” 본즈는 매우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사람 일에 쓸데없이 참견할 마음은 조금도 없거든.”
커크가 비웃으며 눈을 굴렸다. 맥코이가 참견 대마왕인 건 둘 다 알고 있었다.
“다음주에 9번 우주기지에 입항하잖아, 안 그래?” 맥코이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발, 짐. 거기 가면 어쩌라는 거냐고? 누구라도 좋으니 좀 해.”
“그거 네 전문 의학적 소견인가, 의사선생님?”
“그럴 수도 있지.” 맥코이가 팔꿈치로 커크를 쿡 찔렀다. “내 친구인 너는 말이야, 식물에게 광합성이 필요한 것처럼 섹스가 필요하거든.”
“그 정도는 아니거든.” 커크가 항의했다.
맥코이는 그런 반박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커피를 천천히 삼키며 표정을 감추고 빈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아리 쇼가 9번 우주기지에 막 파견됐지, 안 그래? 걜 좀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마 그럴 터였다. 어쨌든 그는 연애 중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는 자유롭게 판매 중인 상품이고 남자에겐 욕구라는 게 있다. 아마 그는 엔터프라이즈호가 우주항에 닿자마자 그녀에게 전화를 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녀는 사건을 맡았을 거고, 법무감 업무 중에 기지 설비를 보여줄 시간을 낼 수도 있다.
그녀는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일은 예상한 대로, 그렇지만 즐겁게 흘러갔다. 그녀는 그의 기억 속에서처럼 멋졌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큼 다정했다.
커크는 스카티의 유능한 손에 함선의 유지 계획을 맡겨두고 사흘간 그녀와 함께 보냈다. 스카티는 그런 식으로 일하는 걸 좋아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커크에게 연락할 방법도 알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문제는 없었고, 커크는 출발 직전에야 엔터프라이즈호로 돌아왔다.
그는 함선으로 돌아왔고 만족감이 흘러넘쳤다. 스팍은 그를 전송실에서 맞이하지 않았는데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규칙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부함장이 함장이 승선하는 것을 환영하기 위해 참석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거의 일반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스팍의 부재는 눈에 띄었고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보고해,” 커크는 전송 제어장치를 담당하는 사관에게 명령했다. 그녀도 스팍의 부재가 불편한 것처럼 순간 당황하는 듯 보였다.
“일곱 명이 9번 우주기지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금새 회복했다. “모두 한 시간 안에는 돌아올 예정입니다. 0900 시에 출항 허가 되어 있습니다.”
“고마워, 소위.”
전송실 밖 복도는 붐볐다. 커크가 근처에 있던 벽 제어판으로 가서 몇 개의 빛나는 금속판을 누르고 “컴퓨터, 스팍 중령의 위치.”라고 말하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복잡했다.
컴퓨터의 금속성 목소리가 대답했다. “스팍 중령은 수중 재배 구역 2번에 있습니다.”
커크는 그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비논리적인 실망감 외에는 적당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만 두었다.
- - -
스팍은 평소 함교에 있을 때보다 더 조용했다.
우주 기지 출항 절차는 관례대로 부드럽게 진행됐고 엔터프라이즈호는 9번 우주기지에서 멀어졌다. 체콥이 어디로 향할지 물었을 때, 커크는 거의 마음 내키는 대로 대답하기로 했다. ‘저기 아무데나.’ 그렇게 말한 것도 같았다. 방향이 중요하기는 해도 말이다. 어디로 가든 놀라운 발견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커크는 스팍과 눈을 맞추기 위해 의자를 돌려 과학 제어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스팍은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스팍은 주 센서 정보판 위에 웅크리듯 앉아서 굳은 표정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가 눈을 피하는 모습에는 뭔가 의도적인 데가 있었다. 주 전향 장치가 화면에 어떤 정보를 띄우고 있든 그게 그렇게 놀라울 리가 없었다. 이 구역은 대부분 탐사 된 우주였다. 게다가 스팍의 어깨는 심하게 뻣뻣했다. 그의 표정은 단순히 무표정한 게 아니었다. 그건 요새처럼 지키는 깨끗한 철판과 같았다. 커크는 스팍의 표정에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를 잘 읽어내는 편이었는데, 갑작스럽게도 아마 그들이 만나고 처음으로 커크는 스팍의 계산된 무표정 밑에서 아무 것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당황스럽고 심히 불쾌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여전히 강한 스팍의 방패 뒤에 뭐가 있는지 커크가 짐작조차 할 수 없자 더 좋지 않았다.
커크는 둘 사이에 있는 설명되지 않는 방해물이 분했다. 그와 스팍이 라이벌에서 친구로 변하자 마자 그들은 (현재까지) 어떤 것도 진심으로 이 둘을 갈라놓을 수 없도록 서로의 궤도에 안정적이고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스팍의 고집스러운 조용함은 안 좋은 순간에 커크를 괴롭히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전과 같이 본능적으로 대화 없이도 통하는 팀이 아니었다. 커크는 곤경에 빠졌을 때 스팍을 바라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이 있는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그는 방을 가득 채운 적들이 탐사팀의 안전을 위협할 때 스팍의 눈에 나타난 말 없는 분석을 읽을 수가 없을 터였다.
상황은 불편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위험했다.
“스팍” 알파조가 끝날 때 터보리프트에서 커크가 그를 가로막았다. 그가 물을 때 등 뒤에서 제어판을 만지던 손의 임자가 바뀌었다. “시간 있어?”
“물론입니다, 함장님.” 예의를 차리는 호칭. 단어 자체는 새로울 게 없었지만, 스팍이 이번에 ‘함장님’이라고 말할 때에는 뭔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잘못된 게 있었다.
“회의실,” 커크는 리프트에 타자마자 결정했다. 함교를 떠나는 사람은 몇 있었지만 다른 선원들은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모두가 안 보이는 긴장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함장과 부함장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커크는 터보리프트 버튼을 눌렀고 문이 닫혔다. 안내판의 불빛이 반짝이며 두 층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커크가 먼저 내려 복도로 걸어갔다. 또 붐비고 있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복도는 늘 붐빈다.
C 회의실이 가장 가까운 곳이었고 또한 비어있었다. 그들 뒤로 문이 부드럽게 소리를 내며 닫혔다.
커크는 잠시 가만히 서 있다 회의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스팍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움직이지 않을 만큼은 문에서 떨어져 서 있었지만, 그 외에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그래서,” 커크가 말했다. 그는 팔을 꼬고 큰 회의실 책상에 기댔다. 부드러운 모서리가 그의 허벅지 뒤를 파고들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약간 문지를 정도였다.
“함장님?” 커크가 더 이상 말이 없자 스팍이 재촉했다.
커크는 갑자기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무심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대화가 필요해’라는 분명한 말 말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뭐에 대해서인지도 모르고 뭔가 사과해야 한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괜찮으십니까, 함장님?” 스팍이 물었다. 그는 겨우 문 근처에서 커크 쪽으로 걸어왔고 고개는 한쪽으로 약간 기울였다. 현란한 회의실 조명에 밝게 비춰진 그의 표정엔 순수한 걱정이 감돌았다. 몇 주 만에 스팍의 표정에서 커크가 알아낸 건 그게 최선이었다.
“그건 내가 할 소리 같은데.” 커크가 말했다.
스팍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고 그의 등이 곧추섰다. 그는 등 뒤에서 양 손을 맞잡았고 그의 얼굴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표정이 다시 돌아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스팍이 말했다. 커크는 그 말을 요만큼도 믿을 수가 없었다.
“못 알아듣는 척 하지 마.” 그가 나무랐다. “그 말을 믿기엔 넌 너무 똑똑하잖아.”
스팍은 다시 항변하지는 않았지만 커크의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그곳에 고집스럽게, 말없이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는 커크가 움직이길 기다리는 것처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마침내 커크가 물었다. “만약 그랬다면 미안해. 그리고 뭘 잘못했는지 알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가 훨씬 쉬울 것 같은데 말이야.”
스팍은 그 말에 몸이 굳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것도 사과하실 일은 없습니다.” 스팍이 말했다. 완벽하리만큼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럼 왜 너는...?” 하지만 커크는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스팍의 태도가 명백하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스팍이 커크를 공적이든 사적이든 달리 대한 적도 없다. 커크가 명백히 지적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합장님, 무시할 의도는 없습니다만, 이 회의의 주제가 있습니까?”
“있어.” 커크가 쏘아붙였다. (실제 분노보다 자학적인 좌절에 가까운) 비이성적인 분노가 그의 가슴 속에서 타올랐다. 커크는 눈을 감고 그 감정을 흘려보내려 노력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꼬았던 팔을 풀어 양 옆으로 내려놓았다. 그의 손가락은 탁자의 부드러운 모서리를 꼭 감싸 쥐었다.
눈을 떴을 때, 스팍이 그를 보고 있었다. 뭔가 밝은 읽을 수 없는 빛이 벌칸의 표정에 스쳐지나갔고, 너무 빨리 지나친 나머지 커크는 자신의 감각을 의심했다.
“우리는 한 팀이야, 스팍.” 커크가 겨우 말을 꺼냈다. “우리는 좋은 팀이라고. 그리고 그걸 망치는 게 있다면 뭔지 알아야 고칠 게 아니겠어.”
스팍은 그에게 말대꾸 하지 않을 예의는 갖추고 있었지만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가 분명하고 단순한 답을 주는 일은 없겠지. 지랄 맞게도, 커크가 볼 수가 없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미치겠네, 스팍, 말을 해! 너 계속 이상했다고, 그러니까-”
커크는 갑자기 멈췄고 스팍은 긴장으로 더욱 몸을 굳혔다.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변화였지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커크는 그를 자세히 보고 있었다.) 9번 우주 기지에서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우주항에 정박해 있는 동안 어떤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9번 우주 기지에서 일어났던 유일한 일은 아리엘 쇼였고 스팍이 그 일로 화를 낼 수는 없을 터였다.
하지만 스팍은 눈을 피했다.
그의 시선은 커크를 완전히 피해 바닥을 향했고 커크는 놀라서 쳐다보았다.
커크는 날카롭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여기서 결론으로 바로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스팍의 어깨는 긴장으로 날카로운 선을 이루었고 초조하게 마른침을 삼키는 모습이었다. 커크가 자기 목숨이 달린 것처럼 스팍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가 뚫어질 듯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신호들은 밝고 휘황찬란한 빛 속에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커크가 해석할 줄만 알면 말이다.
그의 직감이 (단호하게) 스팍이 질투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커크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하지만 스팍은 달랐다. 그는 훨씬 복잡했고 무척 중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날카로운 교착상태에 막 다다른 차였다. 커크는 절벽의 끝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본능적인 부정이 그들 사이를 맴돌았고 어디로든 가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아리 때문이야?” 커크가 물었다. 가볍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등은 뻣뻣했고 손은 탁자 모서리를 더 강하게 쥐었다. 스팍의 눈은 바닥을 더욱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커크가 틀렸다면 그는 그 추측을 즉시 반박했을 것이다. 즉 그의 침묵은 커크가 바랐던 분명한 고백과도 같았다.
대화가 어색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미 충분히 어색했었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커크는 근육 어딘가가 망가지기 전에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
“스팍...”
“함장님은 성적 성향을 감추신 적이 없으십니다.” 스팍이 여전히 커크와 눈을 맞추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놀라울 정도로 직접적으로 말을 꺼냈다. “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소유욕하고는?“ 커크가 비꼬듯 제안했다.
스팍은 대답하지 않았다. 너무 대놓고 말했군. 아니면 둘 다 곤란하지 않게 설명하려고 생각을 정리중이거나. 대화는 이미 아무 일 없었던 척 하기 쉽지 않은 상태에 와 있었다.
하지만 스팍은 말이 없었고 커크는 참을성이 없었다.
“벌칸이 나눔에는 인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충분히 안전한 추측 같았다.
“벌칸은 보통 평생 한 사람하고만 짝을 맺습니다.” 스팍이 고백했다. 그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거칠었지만, 그가 말을 잇는 동안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 분석은 학문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함장님은 제 짝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커크가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거나 적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때였다. 하지만 단단히 감겨있던 본능이 그의 가슴 안에서 툭 하고 끊어져 풀리면서 “하지만 넌 내가 짝이길 바라지.”라고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스팍은 대답하지 않았다. 맙소사, 당연히 대답할 리가 없지. 커크의 말이 아무리 맞다 해도 왜 그걸 인정하겠어? 그 침묵은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사과의 말이 커크의 혀 끝에 맴돌았다.
그가 적당한 말을 찾기 전에 스팍이 바닥에서 눈을 들어 그를 노골적으로 바라보았고 커크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었다.
“제가 뭘 원하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커크는 당황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허둥대는 동안 생각은 어지럽고 혼란했다.
“나를 그런 식으로 본 적 없었잖아.” 스팍의 표정이 아무리 저항하기 힘들다 해도 커크는 움찔거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말했다. “우리가 미세한 꽃가루나 분자 간섭이나 무슨 실험적 화학물의 영향을 받지 않을 때가 아니면 말이야. 네 자유의지로는 날 만진 적도 없잖아.” 어쨌든 그렇게는 만진 적이 없었다. 스팍은 그런 의도로는 여길 수 없는 여러 순수한 의도로는 그를 자주 만졌다.
그때를 제외하고 그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없었던 커크는 스팍이 사람들을 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수하게든 그렇지 않든 그가 커크를 전혀 만지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의미하는 바가 있었다.
스팍의 자세는 여전히 뻣뻣했고 이제 그의 얼굴은 훨씬 무표정했다.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너무 늦은지도 몰랐다. 하지만 강한 벽이, 그 훈련된 벌칸의 침착함이 돌아와 있었고, 커크는 그 꼼꼼한 시선에 안쪽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직전이었다.
“당신은 제 함장님입니다.” 스팍이 마치 그게 해야 할 설명의 전부인 것처럼 말했다.
“그게 네가 나에게 매력을 느낄 수는 없다는 뜻인가?” 커크가 압박했다. “나에게 끌리고 있어, 스팍?” 멍청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가 없었다.
스팍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바보같은 그 질문을 잊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커크를 바라보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게 반합니다. 저라고 예외일 이유가 있습니까?”
“그래도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너는 나한테 반했는데, 그게 왜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약간의 성적 긴장감 때문에 세상이 끝나진 않아.”
하지만 스팍의 시선은 다시 멀어졌다. 숨고 있어, 커크는 생각했다. 커크가 해석할 수 있을게 틀림없는 뭔가를 감추기에 충분히 빠른 동작은 아니었다. 어두운 감정, 어떤...
죄책감. 커크는 깨달았다. 스팍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커크에게 뭘 바라는지는 차치하고.
“여섯 번이야, 스팍.” 그의 심박수가 심장이 터져나갈 것처럼 튀어올랐다.
“너는 나랑 여섯 번이나 잤고 나는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어.”
“상관없습니다.” 스팍은 멀리 벽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장님께서는 어쩔 수 없는 실수를 책망하는 법이 절대 없으시니까요.”
그래, 그건 사실이지. 과실에 대해 커크도 조금쯤은 아니까.
“나는 자유로운 상상에 책임을 지라고도 하지 않는데 말이지.” 그가 꼬집어 말했다. 세상에, 스팍에게 자기랑 하는 걸 상상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는 벌칸도 상상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커크의 생각이 때때로 산만해지는 것처럼 스팍이 자기에 대해서도 상상해 본 적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물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식으로 화해의 말을 건넬 수는 있었다. 세상에, 이 대화가 흘러온 상태로는 스팍이 커크를 성희롱으로 고발하려고 한다면 이미 망했을 상황이었다. 얼마나 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한 번 볼까?
“나도 원한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모호하게. 확실하지는 않게. 만약 그들이 다른 이야기 중이었다면 스팍은 그에게 확실하고 유용한 정보를 전하지 못했다며 지적할 터였다.
불편한 침묵 아니면 끽해야 반박이겠거니 했다. 비현실적인 그들의 대화 내내 뭔가가 계속되고 있었다. 고백과 회피 그리고 고집스럽고 불안정한 침묵이.
그는 스팍이 움직일 거라고는, 더욱이 갑자기 확 다가올 거라고는 절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팍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커크가 알아채기도 전에 그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스팍은 커크에게 바싹 다가왔다. 그는 커크의 몸 양쪽에 자신의 손을 내려놓으며 커크를 감쌌다. 벌칸의 통제력이라는 분명한 가면 뒤에서 가라앉아 사라지기 전의 조용한 분노가 순간적으로 그의 눈에 스쳐 지나갔다.
“저를 놀리지 마십시오, 함장님.” 스팍이 분명하게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열기로 으르렁댔고, 그것은 커크의 물건으로 직접적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위험 구역에 서 있었다. 만약 스팍이 지금 커크를 만진다면, 부드러움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거칠고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을 테지. 통제되지 않은 격렬함과 욕구로 인간의 피부를 멍들게 하는 벌칸의 힘을 드러낼 것이다.
커크는 뼈마디가 아플 정도로 간절히 원했다.
“어쩔 셈이지, 스팍?”
스팍의 목에서는 낮게 으르렁대는 소리가 났고, 묵직한 으르렁 소리는 커크를 괴롭혔다. 스팍은 눈을 가늘게 뜨고 커크에게 손을 뻗었다. 강한 손가락이 커크의 머리카락을 파고들었고 스팍은 그의 얼굴을 끌어당겨 거칠게 키스했다. 아랫입술을 깨물자 커크가 숨을 들이마셨고 그때 스팍의 혀가 재빨리 들어와 그 입을 더 깊이 맛보았다.
그 거친 취급에 커크는 전율을 느꼈고 급격히 느껴지는 스팍의 몸에 비틀거리며 탁자에 기댔다. 단단한 모서리가 그의 허벅지를 불편하게 파고들었고 커크는 손을 들어 스팍이 입은 제복의 푸른 천에 손가락을 휘감았다. 그의 눈은 키스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감겼다.
스팍은 너무 빨리 몸을 떼었고, 떨어지는 순간은 부드러워서 커크는 숨을 멈춰야만 했다. 스팍은 (작은 기적처럼) 그의 공간에서 후퇴하지 않았고 우아하지 못한 소리를 내며 커크의 어깨에 그의 이마를 떨궜다.
“벌칸은 이런 욕구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스팍은 놀라우리만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반은 인간이잖아.”
“그렇습니다.” 스팍이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니까 더욱 더 제 기본적인 욕구를 다스려야만 하는 겁니다. 감정은 위험합니다, 함장님. 저는 함장님을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에 또 다시 커크는 전율을 느꼈다. 그의 섹스욕구는 조금 이상한 쪽과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날 상처 입히고 싶어?” 그는 조심스레 물었다.
정적. 미치겠네. 하지만 그때 스팍은 똑바로 서서 곰곰히 생각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꼭...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커크를 만지고 있었다. 한 손은 그의 엉덩이에, 그리고 다른 한 손은 그의 목덜미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길은 아까처럼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괜찮아” 커크가 불쑥 내뱉었다. “그거 전부 다. 네가 원하는 거면.”
* * * * *
이 뒤는 원작에서 확인하시고~~~
좀 더 뒤에서 자르려고 했는데, 결국 기력이 쇠해서 어쩔 수 없이 약간 앞에서 끊어버렸다.
단편인데 커크와 스팍 사이의 성적 긴장감은 진짜 대-박. 어지간한 장편 이상으로 팽팽해서 굉장히 좋다. 괜히 Kudo수가 많은 게 아니라니까.
해석하면서 힘들었던 건 이탤릭체를 한국어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그리고 작가가 문장을 절묘한 타이밍에 끊었을 때, 한국어로는 그걸 또 어쩔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일단 가장 크게 힘들었다. 결국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모르지. 전문가들은. 나는 못했다 아무튼.
“미치겠네, 스팍, 말을 해! 너 계속 이상했다고, 그러니까-”
"God damn it, Spock, talk to me! You've been weird since—"
이 절묘한 문장 끊김. orz
“꼭...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That is not… precisely what I want." But he doesn't deny it entirely.
절묘한 끊김 + 이탤릭체. 근데 이 문장 굉장히 중요하다고!! 스팍의 잔망스러움을 볼 수 있는 문장이란 말이야!!! ㅠㅠㅠㅠ 그러니까 원작으로 읽읍시다.
자잘자잘하게 힘든 거 말하자면 끝도 없음. 오죽하면 5000자 겨우 넘는 글을 다 해석하지도 못하고 기력이 쇠했겠냐고. 역시 번역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님;;;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