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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영픽 추천] Dear Spock/Beautiful 본문

SPOCK/KIRK 영픽 추천/장편 (Words: 30,000~)

[스팍/커크 영픽 추천] Dear Spock/Beautiful

Neble 2016. 5. 28. 07:20

Dear Spock/Beautiful by Misscar

130,735 words


스팍과 싸운 커크가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심리치료 일환으로 스팍에게 보내지도 않을 편지를 쓴다는 게 컴퓨터 에러로 스팍에게 보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몇 년 전에 남자친구가 뭐하냐고 묻기에 이 소설을 읽는다고 하면서 줄거리를 설명해 준 적이 있다. 남자친구가 아주 절묘한 이모티콘들로 반응해서 킬킬대며 캡처해 뒀는데 최근에 우연히 그 캡처를 발견하고 생각이 나서 다시 읽었다. 사실 이 소설은 Dear Spock과 Beautiful이라는 두 개의 소설이 합쳐진 소설인데, 이번에 읽을 땐 Dear Spock 부분은 보지 않았다. (그래서 발췌된 부분도 전부 Beautiful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Beautiful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스팍과 커크가 물 없이 고구마 백 개 먹은 답답함을 보여주는데, 그게 진도가 안 나가서라기보다 할 거 거의 다 하면서 사귀지만! 않아서....ㅋㅋㅋㅋ


 

1.

평소보다 1.2초가 더 지나서야 제 함장과 성관계를 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린 스팍이 제 함장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건 불과 5.2일 전부터였다. 그러나 당장 세탁이 시급한 침대 시트는 본래 4.4일 뒤에나 교체할 예정이었다. 촉감을 통해 자신의 침대 시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스팍에겐 엄청나게 민망할 상황이었다. 발기 상태를 의지력만으로 가라앉히느라 정신이 없었던 스팍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달을 겨를이 없었다.

 

옆에서 끙끙거리고 신음하는 소리를 들은 건 그로부터 5.2초가 지난 뒤였다. 아무래도 혼자가 아닌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인간들이 흔히 스푸닝이라고 하는 자세로 얽혀 있어서 제임스는 스팍을 베개처럼 끌어안은 채 누워 있었다. 아직 40퍼센트의 조명이 남아 있던 탓에 스팍은 제 눈으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팍은 최근 대화에서 제임스가 언급한 특정 문화에 대한 자신의 질문 때문에 두 사람이 제임스의 선실에서 지구의 TV 프로그램 몇 편을 함께 보았던 것을 기억해 냈다.

 

꿈속에서 손가락으로 제임스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던 감각은 너무나도 선명했는데 아마 실제로도 그랬던 모양이었다. 스팍은 제임스의 신체 일부가 제 허벅지 사이를 찔러대는 건 남성으로서 평범한 생물학적 반응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속이는 짓이었다. 이 상황은 스팍 자신의 생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한 방에서 잠이 든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전에 제임스는 스팍과 얽혀 잠든 게 아니라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잠이 들었다. 그 일이 있었던 건 두 사람이 화장실에서 마주쳐 함께 스팍의 방에 왔던 닷새 전이었다. 어째서인지 제임스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대화를 오랫동안 나누고도 자기 방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임스가 먼저 잠이 들었다고 98퍼센트 확신하지만 스팍도 차마 돌아가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은 제임스가 급히 공동욕실로 뛰어 도망치는 바람에 그저 조금 어색했었다. 스팍은 그 이후에 꾸는 꿈에 비하면 그날 밤에 꾸었던 꿈이 상대적으로 심심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스팍.”

제임스.”

 

제임스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온 스팍은 대답하고 나서야 제임스가 아직도 잠들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너무 좋아. 네가 절정에 오르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정말 좋고.”

 

잠에서 깨지 않은 제임스가 몸을 부비며 스팍의 어깨에 대고 속삭이는 통에 스팍은 제 함장의 신체 상태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특히 시트를 더럽혀 민망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스팍은 모든 정신력을 동원하고 있었다. 그 순간 스팍은 머릿속으로 최근 실험에 관련된 수식을 계속 검토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이 싫어지는 만큼, 스팍이 어색한 상황을 피하려면 최대한 빨리 제임스의 품을 벗어나 이 방을 떠나야만 했다. 그러자니 제임스를 깨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함장님.”

 

스팍이 부러 두 사람 사이가 공적인 관계라는 선을 그으려고 했다. 제 함장이 발기한 물건을 제게 들이대는 지금 상황에서는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부르지 마.”

 

여전히 잠든 게 분명한 목소리였다.

 

지금도 함교에 있는 시간 절반은 다리를 꼬고 있어야 한단 말이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 순간 스팍은 제임스가 정말로 함교에 있는 시간 중 85.2퍼센트는 다리를 꼬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있었던 대화를 통해 그 행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스팍의 볼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어색한 대화나 부끄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시급히 제임스의 방을 떠나야만 했다.

 

함장님.”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불러보았다. 얼마 안 가 스팍은 제임스가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함장님, 괜찮으십니까?”

 

스팍은 상황 상 어색함이 뒤따르더라도 일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짐이나 제임스라고 해. 너만은 날 내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어. 같이 뱀파이어 해결사를 보다가 내가 너한테 기대서 잠들 정도면 넌 날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

 

제임스가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제임스, 괜찮으십니까?”

 

스팍이 제임스의 요청에 따라 다시 물었다.

 

난 괜찮으니까 그 말이 애매하다는 잔소리는 하지 마. 새벽 42분부터 잔소리 들을 정신없어. 오줌 싸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 말을 하면서 제임스는 벌써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럴 겁니다.”

 

스팍이 대답하고 방을 나설 채비를 했다.

내가 자면서 잠꼬대를 한 건 아니지?”

 

함께 공동욕실을 향해 가면서 제임스가 물었다. 물론 스팍은 그저 제 방으로 돌아가느라 욕실을 통과하는 것뿐이었다. 뛰어난 벌칸의 시력이 아니었다면 스팍은 약간 붉어진 제임스의 볼을 못 본 채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묻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도 제임스는 애써 참고 있었다.

안 하셨습니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 스팍은 거짓말을 했다.

 

 



2.

도와주겠다던 니요타는 몇 권의 전자책을 보내왔다. 그 중에는 멍청이들을 위한 정신적인 종족의 관계 맺기, 멍청이들을 위한 인간과의 데이트, 오피스 허즈번드를 죽이지 않는 방법, 멍청이들을 위한 직장 내 인간관계, , 젠장, 상사와 사랑에 빠졌어요, 초보자들을 위한 이종 게이 섹스, 어쩌면 그는 당신에게 반했다, 살아남으리-멍청이들을 위한 상실과 그 이후의 삶,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 다시 사랑하는 법이 있었다. 이 중 몇 권은 무척 흥미로웠다 꽤 흥미진진했다. 비록 책 뭉텅이를 받은 게 불과 1.2일 전이라 몇 권이나 읽을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멍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 무척 분했다. 초보자들을 위한 이종 게이 섹스의 이전 판본은 스팍이 16살 때 어머니께도 이미 받은 적이 있다는 말에 니요타는 어째서인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스팍의 어머니는 늘 스팍의 아버지보다 관찰력이 좋은 편이었다.

- - -

fascinating과 intriguing은 정말, 정말, 뭐가 다르냐!!!!!! 





3.

방금 유대를 맺는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단어를 썼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 질문을 듣자마자 스팍의 얼굴이 굳었다.

 

제임스 커크를 사랑해요?”

 

스팍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 없이 유대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썼던 겁니다.”

 

스팍은 순간적으로 최대한 빨리 그 방을 떠나고 싶어 하던 것을 감추려 변명을 했다. 그런 변명이 수아레스 박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전 상담 시간 때 수아레스 박사는 계속해서 치료 받기를 거부할 경우에는 직속 상사에게 알려야만 한다고 했다. 스팍의 입을 다물게 하는 덴 그 협박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 둘 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알잖아요. 내가 이 정착지에서 보낸 시간이 얼만데, 사랑이 유대 상대와 별 관계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죠. 차라리 정신적인 적합성이나 논리, 개체 증식에 있어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더 관계가 있다면 모를까. 사랑은 논리와는 상충되는 개념이라 유대에 있어 적절한 고려사항은 아니에요. 게다가 사랑은 감정이기 때문에 이 개척지 사람들 대부분은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거부하는 걸요.”

 

수아레스 박사가 히죽 웃었다.

 

그래도 전 사랑이 있기를 바랍니다.”

나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게 긍정적이네요. 그래서 짐이랑 그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그것보다, 짐을 사랑하고 싶어요?”

 

스팍의 속에서는 그렇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전 사랑이란 개념이 낯선 곳에서 성장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유대는 논리와 관계가 있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전 아버지께서 지구와 벌칸 사이의 외교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어머니와 결혼하신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야 어머니를 사랑하셨다고 말씀해 주셨지요. 어머니께서 절 사랑하시는 것을 알면서도 전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말은 하면 안 된다고 배웠으니까요.”

 

스팍은 수아레스 박사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설명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해서 죄책감이 들어요?”

.”

 

스팍은 벌칸인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따지지도 않고 구구절절 핑계도 대지 않았다. 수아레스 박사에게 그런 시시한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가끔 난 사랑해라는 말이 과대평가됐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리 입으로 떠들어도 행동이 더 중요한 법이에요.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을 때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 걸 내가 얼마나 많이 봤는데요. 내가 전에 상담했던 사람들 중에 배우자에게 얻어맞고도 자기 배우자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 말 그대로 항상 퍼렇고 까맣게 물든 얼굴을 하고서도요. 스팍,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스팍은 함교 사건이라고 명명한 사건을 떠올리며 죄책감에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 - -

난 이 소설에서 수아레스 박사가 나오는 장면이 특히 좋다.





4.

보낸 사람: 스팍 X

받는 사람: 커크 JT

제목: 어제의 행동을 비롯해 여러 가지 것들을 사과합니다

시각: 2258-11-03 12:21:15

 

제임스에게

 

(중략)

 

무엇보다 이제 나는 다른 모든 이들처럼 그 행성에서 죽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내게 살고 싶은 이유를 주었습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어제 있었던 사건들 때문에 내가 엔터프라이즈호에서 떠나길 바란다면 재배치를 신청하겠습니다.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당신을 더 아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비겁한 행동 때문에 본의 아니게 당신을 많이 아프게 했습니다. 내가 한 행동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건 알지만 당신을 많이 아낍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당신의 마음이 어떠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 - -

보낸 사람: 커크 JT

받는 사람: 스팍 X

제목: Re: 어제의 행동을 비롯해 여러 가지 것들을 사과합니다

시각: 2258-11-03 12:56:19

 

옮기지 마. 뭐든 중요한 사실을 말 안 한 너한테 말도 못하게 화가 났을지는 몰라도 네가 가는 건 싫어. 내가 뭐든 이라고 말할 땐 진짜 전부 다를 말해. 컴퓨터의 사소한 문제 때문에 네가 우연히 내 치료용 편지를 받게 된 건 네가 납치됐다고 말 안 한 거에 비하면 진짜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내가 네 치료용 일기를 훔쳤으니까 편지 일 가지고 그렇게 화를 낼 입장은 아니지. 최소한 수아레스 박사님이 보실 때는 그래. 내가 화내면서 악을 쓰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내가 네 직속 상사이기 때문에라도 그런 일은 알아야 하잖아.

 

네 친구로서도 알아야 되는 거고 그래야 내가 그런 상황에서 널 도울 수 있는 건데 넌 나한테 일부러 숨겼잖아. 다른 것보다도 네가 나한테 그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이 더 속상해. 날 좀 믿어. 그 부분을 읽을 때 내가 꽤 큰 재산손괴를 일으켰어. 그래, 네 치료용 일기를 가져오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는데 (특히 몇 명이나 그걸 가지고 나한테 소리를 지르니까)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너랑 무슨 수로 잘 지내겠냐? 솔직히, 내가 완전 바보 되기 전에 니요타랑 헤어졌다는 이야기는 해 줄 수도 있었잖아. 무릎 꿇고 조금 빌었더니 두 사람 다 기꺼이 용서해 준다니 다행이지. 아무튼, 내가 너한테 자리를 옮기라고 해야 할 사람이긴 한데 이런 저런 일이 있긴 했어도 네가 안 옮겼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벌써 널 용서했다는 뜻은 아니다. 나 아직도 화났어. 사실 지금 네가 안 떠났으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 일등 항해사랑 손발을 맞추는 게 귀찮아서야. 지금은 그냥 화내게 둬. 함선에 돌아갈 때쯤이면 네 옆에 있어도 스타일러스를 네 엉덩이에 쑤셔 박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거야. 그런데 네 일기를 보니까 네가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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