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시그마 9은 현재 살아남은 벌칸 종족이 거주하는 행성인 바퍼-토와 비슷한 대기 조성을 보였다.
바퍼-토와 달리 시그마 9은 기온이 거의 영하에 가까웠다. 탐사 조원 모두가 이를 대비했지만 온 몸으로 전해지는 불편함에 초조해진 스팍은 집중하지 못했다. 보급품인 재킷은 방한이 잘 되는 편이었음에도 때때로 날카로운 바람이 소매를 타고 들어오기도 하고 채찍질하듯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스팍 외에도 과학부에서 세 사람이 탐사에 참여했다. 스타플릿 소속이 아닌 과학자인 그레이 박사는 구조 역학 전문가였다. 또 다른 일반 과학자인 엘스 박사는 지질 표본 채집을 담당했다. 체우스 소위는 보조로 참가했다. 체우스 소위는 이번에 과학부에 들어온 신참이었기 때문에 올바른 절차와 기술을 배우는 데 현장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는 게 스팍의 생각이었다.
커크 함장은 붉은 먼지 구름 너머 궤도에서 대기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함교에 남기로 했다.
“중령님! 측정값이 이상한데요.”
그레이 박사가 스팍을 불렀다.
스팍은 채집하던 광물 먼지를 담은 작은 튜브를 뚜껑으로 덮고 그레이 박사에게로 향했다.
“지표 아래 움직임을 분석 중인데 이 아래에 뭔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레이 박사는 기계를 기울여 스팍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은 불규칙한 간격으로 뾰족한 산 모양을 그렸다. 행성의 표면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고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지질학적으로는 이런 움직임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스팍이 내심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스팍은 조금 떨어져 통신기를 꺼냈다.
“여기는 스팍, 엔터프라이즈호, 응답하라.”
“여기는 커크.”
다른 사람도 아닌 함장 본인이 탐사 팀의 통신을 받는다는데 놀라며 스팍은 눈을 몇 번 깜박였다.
“무슨 일이야, 스팍?”
“그레이 박사가 행성 지표 아래에서 설명 불가능한 움직임을 발견했습니다. 토마스 소위에게 고주파 센서로 심층 검사를 요청합니다.”
“알았어, 기다려 봐.”
43초 뒤에 다시 통신이 들어왔을 때 토마스 소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생체 반응이 있습니다. 행성 지표 밑에 살아있는 유기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보에 비추어 볼 때 엄청나게 큰 생물 한 종이거나 생물 군락으로 보입니다. 중령님 바로 밑입니다.”
“탐사 팀을 전송할 수 없나?”
뒤에서 경계하는 커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유기체 혹은 유기체들이 탐사 조에 위험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함장님.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싶습니다.”
“알았어. 네 판단을 믿지. 하지만 그 놈이 보이면 바로 연락해. 난 자네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위험해지길 바라지는 않으니까. 나중에 사과할 일이 생기더라도 안전한 쪽이 나아.”
“맥코이 박사의 태도는 무척이나 감정적이고 예측할 수 없기는 하지만 함장님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모양입니다. 함장님의 새로운 습관이 어떤지 제 의견을 물으신다면 찬성한다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대답하는 커크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고마워, 스팍. 너 건방지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
“함장님께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상.”
두 시간하고 이십 일 분 뒤에 갑작스레 안전한 쪽을 선호하는 함장에 대한 가벼운 농담이 쏙 들어갔다.
...
커크는 앉아서 의자를 빙글빙글 돌렸다. 교대 시간이 지났지만 달리 할 일도 없었기에 계속 의자나 돌릴 뿐이었다. 함장 의자에 달린 기능은 많지만 별 걸 다 즐거워하는 커크에겐 이 순간 돌아가기만 해도 충분했다.
모두가 집중한 함교에는 기계음만 들렸다. 커크는 교대하러 온 사관을 잠시 쉬라고 돌려보냈다. 주변 사관들은 자기 자리에서 업무를 수행하느라 바빴다. 커크로서는 읽어야 할 임무 보고서도, 입력해야 할 기록도, 승인해야 할 하급 부서의 요청도, 확인해야 할 스타플릿 사령부로부터 온 통신도 없는 건 처음이었다.
“함장님, 행성 지표 밑에서 보이는 움직임이 증가했습니다.”
스팍 대신 임무를 보던 토마스 소위와 교대한 대위가 할 일이 없다고 조용히 투덜대던 커크를 깨웠다. 커크는 대위를 쳐다보았다.
“증가했다고? 자세히 말해봐.”
커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여기는 그레이, 엔터프라이즈호, 응답하라!”
커크가 함장 석의 통신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입니까, 박사님.”
“함장님! 뭔가 있어요!”
박사가 소리 질렀다. 큰 파동이 부딪히면서 박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탐사 팀 전송시켜.”
통신을 끊지 않고 커크가 명령했다.
“그레이 박사님, 말씀하십시오. 무슨 일입니까?”
박사가 통신기를 켠 채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는지 어딘가에 쓸리는 소리가 나던 그때였다. 쾅!
“전송이 불가능합니다!”
커크 오른편에서 다비 소위가 소리쳤다. 다비 소위의 크고 검은 눈이 공포로 가득 찼다.
“전송을…”
“그레이 박사님!”
커크는 박사에게 들리기를 바라며 소리쳤다. 다비 소위가 뭔가 말을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젠장. 스팍 연결해 봐.”
“함장님, 스팍입니다. 전송 부탁드립니다.”
그레이 박사의 통신기에서 스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가능해. 확인 중이야. 무슨 일이야?”
커크가 대답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다비 소위를 돌아보았다.
“행성이…―들립니다, 함장님. 저희―”
잡음 때문에 통신이 불가능했다.
“스팍!”
통신이 끊겼다.
“젠장! 대체 뭐야?”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보고했다.
“생물체가 지면으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함장님.”
“신호가 약해 전송이 불가능합니다. 행성에서 방해받는 것 같습니다.”
“탐사 팀 전원, 생존신호 잡힙니다.”
“계속 보고해.”
명령할 필요도 없었다. 커크는 함선 전체에 경보를 울리고 셔틀 격납고를 호출했다.
“행성에 내려갈 긴급 셔틀 준비해.”
커크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통신 맡고, 계속 보고해.”
“네, 함장님.”
커크는 터보리프트로 뛰어 들어갔다. 마음같이 빠르지 않았다. 리프트가 움직이는 몇 초에도 커크는 초조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불안한 생각이 커져갔다. 커크는 셔틀 격납고로 내려가면서 자신이 세운 계획에 집중했다. 도착알림을 듣자마자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커크가 터보리프트 밖으로 뛰쳐나갔다.
“제발, 제발.”
커크는 뭘 바라는지도 모르면서 되뇌었다.
계단을 몇 계단씩 뛰어내려 셔틀 격납고로 달려가자 경보음이 울리는 가운데 비상대기 사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4번 셔틀입니다, 함장님.”
남자의 안내에 커크가 가장 끝에 있는 4번 셔틀을 향해 달려갔다. 막 안전벨트를 착용했을 때 통신기가 울렸다.
“뭐야.”
“탐사 조의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함장님.”
소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흐르고 피가 차갑게 식었다. 죽지 마, 죽지 마, 제발.
셔틀이 출항준비를 마쳤다. 보안 요원이 커크 주변에 착석했고 셔틀이 출발했다. 커크가 통신기를 켰다.
“함교, 현재 상황은?”
“스팍 중령님의 최종 위치 좌표를 전송합니다.”
우후라였다. 사이렌 소리에 함교까지 뛰어온 듯 숨이 가쁜 목소리였다. 우후라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고마워.”
커크는 그리드 패널을 켜고 좌표를 입력했다.
“6분 뒤 도착 예정. 계속 통신하지. 전송기 동작하면 셔틀이 위험해지더라도 탐사 팀부터 전송해. 알았나?”
“네, 함장님. 행운을 빕니다.”
커크는 통신기를 허리띠에 대충 수납했다. 6분. 커크가 심호흡했다.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
“중령님?”
스팍이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눈앞이 핑 돌아서 다시 눈을 감고 어지러움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여기 있습니다.”
스팍은 움직여도 속이 메스껍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답했다.
자갈과 본래 땅이었던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소리에 엘스 박사가 다가왔음을 알았다. 스팍은 다시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려 했다.
잠깐 살펴본 스팍은 두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 너무나 추웠다. 바람의 영향을 빼고서라도 지표 밑의 기온은 행성 표면 기온보다 훨씬 더 낮았다. 섭씨 영하 40도쯤은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확신하지 못했다. 벌칸인은 일정 온도 이하가 되면 즉각적인 위험으로 인지하고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생명에 직결되지 않은 모든 기능을 멈추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 부적합한 현재의 복장으로 스팍은 고작 두 시간도 버티지 못할 터였다.
또 하나, 스팍은 절벽 위에 있었다.
거대한 육식 동물인 그 유기체는 탐사 조가 실험 중이던 장소에서 23미터 떨어진 곳에서 튀어 올라왔다.
다행히 이상 현상을 미리 인지한 덕에 탐사 조의 전멸을 면했다. 먼저 체우스 소위는 작은 채집 유리병에 담겨있던 식염수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레이 박사가 사용하던 장비 또한 유기체가 송출하던 자연 방해 전파에 반응하며 켜졌다 꺼지길 반복했다. 유기체가 땅 위로 튀어 올라와 모두를 날려 버리기 전에 스팍은 자신이 가진 벌칸인의 청력과 감각을 동원해 경고했고 탐사 조는 안전히 도망칠 수 있었다. 엘스 박사는 추락할 때 충격을 받아 기절하기도 했다.
어렴풋이 지구의 스펀지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유기체는 너무나 거대하여 갑자기 튀어 올라왔을 뿐인데도 행성 표면이 들쑥날쑥 갈라지고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깊은 시커먼 암흑 구덩이가 생겨났다.
스팍은 좁고 울퉁불퉁한 절벽 모퉁이 바위에 누운 채였다. 주위는 표면을 거칠게 누비는 생명체 때문에 진동하는 어둠뿐이었다. 그 거대한 생명체는 냄새를 맡지도, 사물을 볼 수도 없는 모양이었다. 일종의 신경 전자 센서를 통해 먹이를 탐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스 박사가 스팍 곁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괜찮으세요, 중령님?”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박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저희를 탐지하지 못할 겁니다. 통신기 가지고 계십니까?”
스팍의 통신기는 스팍이 추락할 때 떨어져 나갔다. 그레이 박사도 통신기를 잃은 상태였다. 엘스 박사는 허리띠에 달려있던 더러워진 통신기를 힘겹게 분리해 건넸다.
“엔터프라이즈호.”
아무 대답이 없었다. 주파수를 조절해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엄청나게 강력한 흔들림에 그들은 절벽에서 떨어질 뻔 했다. 스팍은 팔을 뻗어 엘스 박사를 엎드리게 했다. 진동 때문에 머리 위에서 흙 부스러기가 비처럼 내렸다.
수분 뒤, 진동이 멈췄다. 스팍은 또 다른 흔들림에 대비하며 조심스레 팔을 치웠다.
“유기체가 통신을 방해하는 모양입니다. 그것보다도 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유기체는 전자기적 미세 센서를 이용해서 목표를 탐색할 테니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엘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먼지 자욱한 공기 너머 저 멀리 희미한 빛줄기를 찾았다.
스팍은 깊은 어둠 속을 응시했다.
“그레이 박사님?”
스팍의 목소리가 깊은 동굴 속에 메아리쳤다.
“스팍 중령님!”
목소리가 대답했다. 훨씬 더 아래 깊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스팍은 집중해야 했다.
“체우스 소위?”
엘스 박사가 물었다.
“네! 어디 계십니까?”
젊은 소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표면에서 약 47미터 아래인 것 같군.”
스팍은 메아리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전파를 송신하는 어떤 기계도 사용하지 말도록.”
체우스 소위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안 됩니까?”
“물론, 사용해선 안 되네.”
“…네, 중령님.”
땅이 흔들렸다. 스팍은 손가락을 흔들리는 땅에 박고 버텼다. 바위가 머리 위에서 흔들리더니 심연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통신기도 추적 장치도 없이 엔터프라이즈호가 자신들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구조되기 전에 유기체에게 발견되거나 절벽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손을 떨기 시작하는 엘스 박사를 보며 스팍은 이 말은 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겠다고 생각했다.
...
셔틀이 구름층을 빠져나왔다. 눈앞이 붉은 먼지로 자욱했다. 커크는 지표면이 가까워지자 속도를 올렸다. 외부 기온은 섭씨 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탐사 조는 행성 기후에 대비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영하에 가까운 온도는 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 했다.
커크는 다시 스팍을 떠올렸다. 스팍은 과학자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하지만 탐사 조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스팍 자신을 희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커크가 옆에 있었다면 생각조차 허락하지 않을 일을.
커크는 지표면을 탐색하고 굳어버렸다.
“함장님!”
커크의 눈에도 보였다. 거대한 고동색의..무언가가. 천천히 움직이는 산호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생명체는 너무나 거대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절반도 넘는 크기로 보였다.
“지표면 탐색해.”
“탐색기가 완전히 죽었습니다, 함장님.”
커크도 예상했던 일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저게 스팍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을 밟고 있어.”
커크는 작동 불가능할 정도로 켜졌다 꺼지길 반복하는 탐색 화면을 흘끔 돌아보았다.
“최대한 지표에 붙어 보자고. 눈들 크게 뜨고.”
셔틀은 느릿하게 움직이는 생명체를 향했다. 그 생명체는 마치 커다란 혀처럼 그저 앞뒤로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커크는 주의하며 행성 표면을 둘러보기 위해 셔틀을 돌렸다.
“함장님, 갈라진 땅 사이에 깊은 구덩이가 보입니다. 센서가 정상이 아니긴 하지만 제 눈으로도 꽤 깊어 보입니다.”
“알았어.”
비행 시스템 수치를 흘끔 쳐다보고 커크가 대답했다.
“저게 센서에 뭔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셔틀 안정성엔 문제없어.”
커크는 스펀지처럼 생긴 생명체 주위를 크게 돌았다. 생명체가 셔틀로 다가오는 것을 본 커크가 지표 근처에서 방향을 휙 틀었다. 탐사 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탐사 조가 추락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함장님. 틈이 꽤 넓으니까요.”
왼쪽에 앉은 안도리아인 장교가 대답했다.
생명체를 다시 쳐다보았다. 먼지 자욱한 공기 속에서 무턱대고 허우적거렸다. 숨을 쉬는 건지 공기를 맛보는 건지 외피가 규칙적으로 떨렸다. 지표면에는 군데군데 셔틀이 들어갈 만큼 넓은 틈이 보였다.
충동적으로 결정한 커크는 칠흑 같은 어둠에 혀를 차며 첫 번째 틈새로 뛰어들었다.
“라이트가 안 들어와.”
스위치를 몇 번 조작해 본 커크가 중얼거렸다. 외부 조명 시스템이 고장 난 듯 힘없이 켜졌다 꺼지길 반복했다.
“손전등 있나?”
뒷좌석에 앉았던 두 명의 장교가 일어나 셔틀 출입구를 향했다. 천장에 매달린 끈으로 몸을 의지하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커크는 이를 악 물고 보안 요원이 고광도 손전등으로 비추는 부서진 바위틈에 신경을 집중했다.
커크는 좁은 틈바구니를 최대한 느리게 탐사하면서 때때로 깊은 어둠속에서 생존 신호를 찾으려 셔틀을 거의 멈추기도 했다.
셔틀 위로 바위가 떨어졌다.
“조심해!”
열린 문 앞에서 몸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두 사관에게 소리쳤다. 바위가 또 하나 떨어져 앞 유리에 부딪혔다. 욕이 절로 나왔다.
골짜기가 점점 좁아졌다. 몇 번인가 셔틀의 안전판이 바위 표면에 스쳤고 그때마다 셔틀이 흔들렸다.
“고도를 올리지.”
보안 요원을 향한 말이었다. 또 다른 바위가 셔틀에 부딪혔다.
“제길.”
“함장님!”
갑자기 놀란 커크는 셔틀을 세웠다.
“뭐야?”
커크가 돌아보자 문 앞에서 버티던 장교들이 위쪽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12미터 더 위입니다.”
전방을 주시하고 고도를 올렸다.
“세상에 감사합니다!”
엔진 소리에 섞여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셔틀이 공중에 멈춰 섰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심하세요, 박사님.”
보안 요원이 떨고 있는 그레이 박사에게 말을 건넸다. 박사는 보안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매달려있던 절벽에서 셔틀로 옮겨 탔다.
“괜찮으십니까, 박사님?”
“발목이 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어요.”
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속 찾아보지요.”
박사에게 보온 담요를 덮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레 위쪽을 탐색했다. 어찌나 이를 악 물었는지 턱이 아파왔다. 한 명 구조. 앞으로 세 명. 죽지 마, 죽지 마.
그레이 박사가 아픔으로 날카로운 신음을 흘렸다.
“발목이 부러졌습니다, 함장님.”
안도리아인 장교가 보고했다.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크는 계속해서 어둠 속을 수색했다. 고광도 손전등은 수 킬로미터를 비추었다.
이 분. 칠 분. 이십일 분. 삼십사 분.
시간이 흐를 때마다 긴장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이 타들어갔다. 제발, 제발.
돌멩이 하나가 앞 유리로 날아왔다. 커크는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젠장.”
위가 아니라 옆에서 날아온 돌멩이였다. 바로 왼쪽에서.
“왼쪽을 비춰봐.”
셔틀 앞이 더 잘 보이게 일어서며 명령했다. 또 다른 돌이 창문으로 날아왔다. 그 궤적을 따라가던 커크가 가리켰다.
“저기야. 저길 비춰봐.”
밝은 빛이 어두운 공간을 비추자 두 명이 보였다. 한 명은 두 팔을 흔들었고 다른 한 명은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흔드는 이를 잡고 균형을 유지했다.
“스팍!”
커크가 소리쳤다. 말도 안 되게 따뜻한 안도가 밀려왔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이 풀렸다. 조심스레 셔틀을 최대한 가까이 붙였다. 보안 요원이 스팍과 엘스 박사를 셔틀에 태웠다.
“바로 밑에 체우스 소위가 있어요.”
엘스 박사가 숨을 헐떡였다. 커크는 운항 패널을 돌아보며 체우스 소위가 보일 때까지 천천히 셔틀을 하강시켰다.
모두 무사했다. 커크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겨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모두 살았다. 보안 요원이 체우스 소위를 갈라진 바위틈에서 구조한 뒤 문을 닫았다. 밀려들어오던 차가운 공기가 멎었다. 셔틀이 상승했다.
밖으로 나온 커크는 거대한 생명체를 주의 깊게 보았다. 오른편 의자가 움직였고 일등 항해사가 옆자리에 앉았다.
“어이.”
커크는 태연한 목소리를 내려 노력했다. 뒤에서는 안도리아인 사관이 구조자의 상태를 보는 중이었다.
“함장님.”
깊고 낮은 목소리를 듣자 또 다시 안도가 밀려왔다.
“구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널 그냥 둬. 알잖아.”
커크가 스팍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렇다고 해도 구조에 성공할 확률은―”
스팍이 입을 열었지만 커크가 웃으며 말을 잘랐다.
“스팍.”
스팍이 알았다는 듯 입을 다물고 커크를 바라보았다.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셔틀이 구름 너머 어두운 우주까지 상승했을 때 통신기가 지직거리며 다시 작동했다. 커크는 허리띠에서 통신기를 꺼내 스팍에게 건넸다.
“함장님? 커크 함장님! 구조 하신 건가요?”
“여기 있네, 대위. 탐사 팀은 모두 무사해.”
스팍이 대답하자 통신기 너머로 우후라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게 들려왔다.
“함장님께 스타플릿 사령부가 보낸 수송선이 도착했다고 전해주세요.”
우후라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언젠가부터 커크가 머금던 미소에 필적할 만했다. 세상에, 정말 감사했다. 그레이 박사가 겁에 질려 연락해 왔을 때부터 느끼던 폐와 심장의 고통이 밀려오는 기쁨에 사라졌다.
엔터프라이즈호로 돌아온 커크는 그레이 박사가 셔틀에서 내리는 걸 도와 대기하던 의료진에게 넘겼다. 부하들은 안전했다. 커크는 자신의 심장을 쥐어 삼킬 것 같은 끔찍한 두려움을 이제야 겨우 인정했다. 스팍을, 아니 탐사 팀을 본 안도감에 그 모든 공포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구조 팀에게 시선을 준 커크는 스팍의 어깨를 한 대 툭 치고 입구에서 기다리던 수송 관계자를 맞이하러 갔다.
커크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스팍을 보지 못했다.
토요일 안에 올리려고 했는데 나갔다오니까 너무 피곤하드라구요...
자고 일어나니 토요일이 끝났더라구요....(멍)
죄송합니다 (_ _)
- - -
길다...orz
내용은 또 어찌나 다이나믹한지, 옮기는 중간 중간 멈추는 것도 힘들었다 으아 orz
이런 걸 한 호흡에 가고 싶었는데 길이가... 길이가...
상황 묘사는 또 어찌나 많은지!!!! 이건 진짜 나중에 수정할 거 엄청 나올 듯;;; 근데 지금 당장은 못 보겠다...;;;
어려웠던 거 너무 많아서 자세한 거 다 생략. 다만 챕터 제목에 대해서 한 마디 하자면...
Give me the Odds and Watch Me Break Them
Odds는 역경, 고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 이런 의미를 갖는다.
어떤 역경이 와도 이겨낼 수 있어! 뭐,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었겠지만 스팍이!!
스팍이샤기가 구조되고 나서 한 마디.
"Nonetheless, the odds of successful rescue-"
이새뀌가 니가 odds를 쓰면 그건 거의 200% 확률이란 소리잖아!!!!
나 스팍 말 옮기기 쉽다는 거 취소야 -_-
이샤기가 하는 말 때문에 다른 말을 신경 써서 옮겨야 하는 일이 종종 이쒀!!
그래서 '확률'을 살리다보니 저렇게 됐다. 썩 맘에 들지는 않음.
+ + +
자자, 드디어 이 두 사람이 프리 슬래쉬에서 슬래쉬로 움직이기 시작!!
스팍을, 아니 탐사 팀을 이런 식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도 고치는 커크.
왜, 너무 속보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셔틀에서 목소리도 막 신경써서 말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스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명의 은인에게 반한고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7장 작업 중.
또 영어 3장 남았지만 일요일 안에 올릴 수 있을지는... '-'
보채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마음이 급해서 점점 퀄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_=;;
일단은, 다 하고 수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으면 꼭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