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의 머릿속에서 여러 감정이 폭발하고 네 시간이 흘렀다. 스팍은 내면에서 빛나는 연결고리에 집중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헤아렸다. 연결고리가 반짝였다.
자신의 반려는 감정 때문에 지치면서도 이유는 전혀 알지 못한 채 건너편에서 잠이 들었다. 유대는 의사소통의 통로였다. 열려야 했다. 스팍은 통로를 막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을 때 느낀 충격을 떠올려보면 이는 우연의 산물이었다.
유대는 쌍방의 온전한 헌신을 요구하는 대신 완전한 인식을 제공했다. 스팍이 허락도 없이 반려를 느끼고, 이야기를 듣고, 전부를 아는 것은 옳지 않았다.
스팍은 침대 가에 앉았다. 보호막은 짐에게 고통을 줄지도 모른다. 그 또한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용인되지 않았다. 거미처럼 실을 자아낸 스팍은 느슨하면서 약간 통기가 되는 내면의 커튼을 짰다. 이렇게 한다면 자신의 반려가 어느 정도는 사생활을 지키게 된다.
내심, 스팍은 마음 저편에서 빛나는 존재와 헤어진다는 생각에 멈칫거렸다. 그러나 짐이 유대에 대해 의사표시를 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해야 옳았다.
온 몸에 한기가 돌았다. 지난 몇 주간, 아니 몇 개월 전부터 스팍은 자신의 감정을 함장에게 전한 뒤 생길 결과에 대해 예상하곤 했다. 자신의 마음을 말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상상은 순전히 가정이었고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유대를 이야기 하자마자 짐이 거절만 해도 스팍은 망가질 수 있다.
스팍은 마음속 커튼에 구멍 몇 개를 뚫어 유대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제자리에 조심스레 매달았다. 그것으로 충분하기를 바랐다. 소중한 빛을 가리자 외로움이 창처럼 박혔다.
자신의 반려가 대답해 줄 때까지는 견딜 것이다. 스팍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운명에 조바심 쳐도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래서 스팍은 컴퓨터를 켜고 스타플릿 지휘부에 보고할 문서를 작성했다.
우주력 2259.60
일등 항해사 스팍
임무 보고서 No. 158
M등급 행성 니비루에서 진행된 임무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보고서에서 스팍은 프라임 디렉티브를 어긴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돌렸다. 일어날지도 모를 불상사로부터 함장을 지켜야 한다고 본능이 울부짖었다.
….
알파 조 근무가 끝나면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스팍은 함교에서 일하느라 바쁜 커크를 바라보았고, 자신과 반려의 생각을 분리하는 가벼운 장막 너머로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까지 커크가 보호막 때문에 영향을 받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지구 궤도에 있는 정류장에 정박하기까지 이제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지구에 도착하면 함장을 식사에 초대할 생각이었다. 함장과 단둘이서라면 유대를 해명할 기회도 있을 것이다. 내키진 않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짐에게 넘치는 낙천주의가 자신에게도 조금이나마 주어지길 바라며 스팍은 마음을 굳히고 업무로 돌아갔다.
“대위, 우주항 1번 부두에 연락해.”
“네,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우후라가 대답하고 몇 초 뒤, 웰라리아 여성이 나타났다. 털로 덮인 얼굴은 온화하고 명랑했다.
“엔터프라이즈, 돌아온 걸 환영해요.”
“고맙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것 같군요. 정박 절차를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웰라리아 여성이 인사하자 커크가 대답했다.
“그럼요, 함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죠.”
남은 시간동안 커크와 웰라리아 여성은 번갈아가며 절차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부두 바로 앞에 도착하자 웰라리아 여성이 웃으며 말했다.
“함장님, 정박을 허가합니다.”
“술루.”
“네, 함장님.”
술루 대위가 대답하며 엔진을 작동시켰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천천히 부두에 다가갔고 마침내 거대한 죔쇠가 엔터프라이즈호를 제자리에 고정시켰다.
“엔터프라이즈, 커크 함장이다.”
커크가 함선 전체에 방송했다.
“1조와 2조는 하선해도 좋다. 내려가면서 전송기 망가뜨리지 말고, 안전히 지내도록.”
물론 알파 조가 하선할 때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았다. 스팍은 커크를 따라 복도를 걸었고, 우후라는 맨 뒤에서 따라왔다. 모퉁이에서 스콧이 돌아 나왔는데, 조금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함장님!”
스콧이 커크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이 개선사항 보셨습니까?”
“어, 뭐가 문젠데?”
스콧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더니 함장의 코앞에 전자패드를 들이밀었다.
“뭐가 문제냐고요? 뭐가 문제인지 말씀 드리죠. 23B-6 연결 스위치 접속이 이지스 전력관리실에 이렇게 가까우면 안 됩니다. 말도 안 돼요, 함장님! 잠깐 깜빡만 해도 이중 빔 정렬이 틀어집니다. 사고 나달라는 꼴이란 말입니다.”
전송실로 가는 내내 스콧은 야단법석이었다.
“알았어!”
커크가 잠시 아쉬운 듯 전송대를 바라보더니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자.”
커크는 전자패드를 받아들고 뭔가를 입력한 뒤 스콧에게 돌려주었다.
“개선사항 전반에 대한 권한을 주지. 고장 내지만 마, 알겠나?”
“감사합니다, 함장님.”
전자패드를 받아들며 스콧이 한숨을 쉬었다. 별다른 말없이 절도 있게 몸을 돌려 복도를 향하는 폼이 아마 기관실로 가는 모양이었다.
“스콧 소령은 상륙하지 않습니까?”
전송대에 선 함장 옆에 자리 잡으며 스팍이 물었다. 커크가 피식 웃었다.
“스콧한테는 이게 휴가야. 전송해.”
금색 빛줄기가 사라지자 스팍이 함장을 돌아보았다.
“짐.”
“응, 스팍?”
두 사람은 스타플릿 사령부 앞 붐비는 정거장에 서 있었다. 스팍은 시야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붉은 빛을 보았고, 두 사람이 몸을 돌리자 우후라 대위가 화가 난 듯 어깨에 힘을 주고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게 보였다.
“우후라는 왜 저래?”
“저도 모르겠습니다.”
셔틀에서 있었던 일을 반추해보면, 우후라와의 우정이 온전히 돌아왔다는 자신이 있었다. 스팍이 화산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후라가 웃으면서 환경복을 다정하게 두드려 주기도 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나눈 사적 교류는 그 정도였다.
“어쨌든, 무슨 일인데, 스팍?”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으십니까?”
“본즈랑 한 잔 하기로 했는데. 너도 오겠어?”
스팍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무척 중요한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조용한 장소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본즈랑 약속을 해 놓기도 했고―”
“그렇다면 선약을 지키십시오.”
스팍이 대화를 마무리했다.
“물론 내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괜찮은 시간을 알려주십시오.”
“그럴게.”
…
커크는 맥코이를 찾으러 가면서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스팍은 평소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적어도 커크에게 말은 걸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든 갑자기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커크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분명히, 어제 일어난 일과 이 이상한, 금빛... 무언가는 두 사람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스팍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척 중요한’ 할 말이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지난 일 년 간 천천히 자라난 넘실거리는 감정을 스팍이 보았다고 생각하니 속이 답답했다.
초조한 속을 달래려 커크는 몇 번 더 크게 숨을 쉬었다. 맥코이는 2블록 건너에 있는 환승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걸어가는 커크는 얼굴에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불안함을 가라앉혔다.
스팍이 내일 무슨 이야기를 하든, 커크는 그저 남자답게 받아들이면 그만이었다. 자신이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시발. 커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인사 대신 맥코이의 어깨를 툭 쳤다. 둘은 즐겨 찾는 술집을 향했다. 제임스 T. 커크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고환 두 쪽이 난소가 된다는 뜻은 아니니 말이다.
“이제 좀 살겠네.”
맥코이가 카운터석에 앉으며 낮게 탄성을 질렀다.
“위스키. 스트레이트로.”
“같은 걸로.”
커크는 카운터에 팔을 괴고 기대어 사람들의 목소리와 음악 소리에 파묻혔다.
“짐.”
고개를 들자 맥코이가 카운터 끝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을 따라가자 고혹적인 카이티안 여성 둘이 보였다. 쌍둥이였다. 두 여성은 흥미가 동한 듯 꼬리를 튕겼다.
“여성분들!”
커크는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헤어 나와야만 하는 스팍에게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이 순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맥코이가 부르자 두 여성이 뽐내듯 걸어왔다.
“커크 함장님이네요.”
왼쪽에 선 여성이 가르랑거렸다.
“나는 탈리샤에요. 얘는 카타니아.”
커크가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맥코이가 대화를 주도하며 터무니없는 말로 수작을 걸어댔다. 자신이 아닌 친구가 대화를 주도해도 커크는 만족했다. 불과 일 년 전이라면 커크는 이 사랑스러운 여성들을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을 것이다. 지금은…
전혀 흥미가 없었다. 전혀.
“배가 멋있다면서요, 함장님.”
카타니아가 몸을 기대오며 속삭였다. 카타니아는 유혹하듯 손으로 커크의 복부를 쓸었다. 온 몸 가득 역겨움이 차올랐다.
“음.”
커크는 애매하게 대답하며 카운터에 느릿하게 기대어 카타니아에게서 몸을 뗐다. 카타니아는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십오 분 뒤, 맥코이가 한 잔씩을 더 돌렸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채 열 번도 입을 열지 않은 커크만 빼고.
“당신 친구는 별로 재미없나 봐요.”
카타니아가 맥코이에게 말을 걸며 커크 대신 맥코이에게 바싹 기댔다.
“우주선 함장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
맥코이가 부드럽게 둘러댔다.
“신경 쓸 일투성이야.”
하지만 맥코이는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커크에게 말을 걸었다.
‘나중에 나 좀 보자.’
커크는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하고는 술잔을 기울였다.
맥코이와 쌍둥이 여성은 새벽이 되자 함께 떠났다. 커크도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낸 편이었다. 술에 취하면 기분이 괜찮았다. 엄청난 술값을 받아드는 것, 커크는 그것을 밤이라 불렀다. 술값을 계산한 커크는 택시를 불렀다.
술기운이 눈꺼풀을 잡아당겼다. 아파트에 도착한 커크는 술에 취해 비밀번호를 두 번이나 틀렸고, 소파로 걸어가자마자 쓰러져 고개를 파묻은 채 잠이 들었다.
…
이십 분 뒤, 통신기가 울렸다. 홈 인터페이스와 동기화 된 덕에 온 집안이 불쾌한 음악소리로 시끄럽게 울렸다.
소파에서 떨어진 커크는 잠에서 깨어 눈을 껌벅였다. 통신기는 주방 식탁 위에 놓여있었다. 즉, 커크가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제길.
“네.”
잠시 후 커크가 팔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며 식탁 위에 놓인 통신기 앞에서 웅얼거렸다.
“커크 대령님. 파이크 제독님께서 오늘 0900시에 개인적인 면담 약속을 잡으셨습니다. 일등 항해사와 함께 오시기 바랍니다.”
“이유를 말씀하시던가요?”
“아니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커크가 매끄러운 식탁 위에 놓인 통신기를 쓱 밀어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파이크 제독을 만나는 것. 다른 일일 리가 없다.
5년 탐사.
피곤에 절은 미소를 지은 커크는 승리감에 취해 휘청거리며 샤워실로 향했다. 이거지. 스팍과 나누기로 한 대화만 미룰 수 있다면 오늘은 인생 최고의 날이 될 것이다.
규정상 커크는 정복을 입어야만 했는데, 현 상황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었다. 회색에, 어깨가 각이 진 뻣뻣한 정복을 입으면 등을 꼿꼿이 펴고 서야만 했다. 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여태 커크가 본 것 중 가장 끔찍한 모자도 써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주선 함장이면 자기 제복 하나 마음대로 입지 못하는 건가? 20세기 기차 기관사 같단 말이다, 라고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품위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어.
몇 시간 뒤 스팍은 사령본부 앞에서 커크를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암회색 정복 때문에 자세가 경직되어서인지 훨씬 더 엄격해 보였다. 하지만 제길, 정복이 가슴팍에 달라붙는 모양새가… 또 다시 커크는 자신의 일등 항해사가 무척 섹시한 벌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스팍조차 모자는 어찌할 수 없는 듯했다. 우스꽝스러웠다.
“스팍!”
커크가 스팍을 불렀다. 스팍이 커크를 돌아보자 머릿속에 있던 멋진 감각이 반짝였다. 복도 사건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이후로 얼마나 초조해하고 있든 말든, 스팍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이런 감정을 다스려야 할 이유는 또 있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스팍 옆에서 평범하게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거나 들뜨기 때문이었다.
“함장님.”
스팍이 커크 곁으로 걸어왔고 두 사람은 함께 파이크 제독의 집무실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새 임무 받을 준비 됐어?”
커크가 들떠서 물었다.
“새 임무 말입니까? 오 년 탐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스팍, 그래서 부르신 거라니까! 느낌이 좋아!”
“함장님 생각만 그렇지 저희가 새 임무를 맡게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커크와 달리 스팍은 표정으로 보나, 목소리로 보나 자신만만하지도 열광하지도 않는 모양새였다. 커크는 조만간 스팍을 웃게 할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게 아니면 파이크 제독님이 왜 우릴 보자고 하겠어?”
커크가 몸을 돌려 스팍을 바라보면서 뒷걸음질로 걸었다. 태양에 눈이 부셨지만 커크는 흔들림 없이 계속 걸었다. 눈이 부시다 해도, 모자가 태양을 가려준다 해도, 바보 같은 모자는 쓰지 않았다.
“연공서열 신경 쓰지 마. 함대 내 최신예 함이 우리 배라고. 누굴 보내겠어?”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만―”
“오 년 탐사야, 스팍! 탐사 된 적 없는 먼 우주라고. 멋지지 않아?”
커크는 왕이 된 기분으로 문을 밀어 젖혔다. 왼편에서 장교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크는 리프트에 올라타기 전에 그들을 보며 미소 지었고 스팍이 바로 그 뒤를 따라 리프트에 올라탔다.
파이크 제독은 책상 뒤에 앉아 두 사람을 기다렸다. 가슴에는 계급을 드러내는 스타플릿 휘장이, 양 어깨에는 4개의 구릿빛별이 달려있었다. 파이크 제독이 매일같이 겪는 다리 통증을 생각해보면 일어나서 두 사람을 맞이하지 않는 일은 예상했지만, 파이크 제독은 두 사람을 바라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커크에게 알리는 첫 번째 신호였다.
스팍이 한 손에 모자를 들고 차려 자세로 섰다. 걱정으로 열기가 식은 커크도 스팍과 같은 자세로 섰다.
…
“큰 사건 없음.”
“제독님.”
“자네가 함장 일지에 기록한 니비루 행성 탐사 내용이지.”
스팍이 긴장했다. 영향이 없을 리가 없었다.
“아, 네, 제독님. 세세한 사항을 기록함으로써 귀한 시간을 낭비하실까봐…”
“화산 이야기를 좀 해 보게.”
파이크 제독이 명령하며 전자패드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자료를 보니 무척 위험했더군. 폭발하면 행성을 쓸어버릴 수도 있겠어.”
“그러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트하일라가 거짓말을 하는 게 불안했다. 이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리가 없다.
“그러지 않은 모양이더군.”
파이크 제독이 흘끔 스팍을 쳐다보았다.
“아, 음, 제독님. 위험하다는 말은 언제나 상대적입니다. 아무래도 저희 자료가 잘못 되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스팍 중령이 화산 안에서 상온 핵융합 장치를 폭파시켜서 터지지 않았던지. 그러고 났더니 바퀴를 이제 겨우 발명한 종족이 바다에서 우주선이 떠오르는 걸 우연히 보고 말이야.”
소리를 지르는 일이 거의 없는 파이크 제독이 지금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차분한 얼굴로 스팍을 바라보며 파이크 제독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자네가 보고한 내용이 대충 이렇지, 아닌가?”
“제독님―”
“보고했어?”
얼굴을 돌렸을 때 마주한 믿을 수 없다는 커크의 표정에 비하면 이해할 수 없어하는 작은 목소리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탐사는 계획대로 수행되었습니다, 제독님. 토착민들이 저희 개입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스팍이 겨우 변호할 기회를 얻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주로 반려를 위해서였다.
“절차상으로는 그렇겠지.”
“저는 벌칸이기 때문에 절차를 지키고 따릅니다.”
파이크 제독이 절뚝거리며 스팍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명백히 강한 권위를 드러내기 위한 의도였다. 스팍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게 바른 태도인가, 스팍?”
“저는 동시에 다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어느 태도를 말씀하십니까?”
“나가.”
파이크 제독이 고개를 까닥여 문을 가리키며 나직이 말했다. 스팍은 움직이지 않았다. 파이크 제독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이상 나가봐도 좋네.”
스팍이 파이크 제독을 한참 바라보다가 돌아봐주지 않는 자신의 트하일라를 바라보고는 집무실을 나섰다.
복도로 나가자마자 스팍은 남자 화장실, 그 중에서도 장애인용이라 표시된 동떨어진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팍은 유대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넘쳐흐르는 뜨거운 배신감을 받아들였다.
거칠게 숨을 쉬며, 스팍은 타일이 붙은 벽에 기댔다. 분노, 의심… 상처. 너무도 큰 상처. 감정이 육체적인 고통으로 변했다. 아닙니다, 트하일라… 아니에요. 제발.
하지만 스팍이 달래려하면 유대는 쪼그라들고 떨렸다. 배신감의 파도 너머 반려에게 닿지 않았다. 짐은 너무나 힘들어했다.
당신을 아프게 할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트하일라. 하지만 어떤 말도 전해지지 않았다. 스팍은 눈을 감고 온 몸을 벽에 기댔다. 뜨거운 눈물이 목구멍을 태웠다. 침을 삼켜보아도 나아지지 않았다.
해결해야 했다. 당장. 하지만 칠 분 뒤, 마음속 고통을 참으며 표정을 가다듬은 스팍은 어디에서도 짐을 찾지 못했다.
He settled into his resolve and turned back to his station, hoping for a single drop of Jim’s constant supply optimism.
짐에게 넘치는 낙천주의가 자신에게도 조금이나마 주어지길 바라며 스팍은 마음을 굳히고 업무로 돌아갔다.
Hoping 이후가 상당히 어려웠다. 의미는 대충 알겠는데 명사인 supply 뒤에 of가 없는 것도 신경쓰이고;; (optimism supply라면 또 모를까) single drop과 supply를 계속 이어서 생각하다 보니, 짐에게 계속 공급되는 낙천주의의 한 방울이라도 자신에게 있다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져 볼 텐데, 하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식으로 옮겨보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해석을 바탕으로 한 의역이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다.
Shore leave는 상륙 ‘휴가’가 아니고 상륙 ‘허가’였다. 뜨든. 내용상 휴가라도 용어가 허가였다. 헐!
jump relay connection, the Aegis transmission center, dual-beam alignment…@_@
스코티가 분노하는 대사에 나오는 단어들인데...
점프라 함은 전선을 따로 빼서 연결하든가, 혹은 합선을 방지하기 위해 겹치는 전선 중 하나를 잘라내고 다리처럼 전선이 밑에 지나갈 수 있게 넉넉히 잇는 방식을 말한다고 한다. 릴레이는 계전기라고도 하는데 전기를 들어왔다 나갔다 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자동 스위치라고...
Aegis가 이지스 함 할 때 그 이지스였다. 철자 처음 알았네 ‘_’
이지스 시스템은 미국 해군이 개발한 대공, 대잠함, 대해전용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아무튼 전투용 컴퓨터 시스템.
이중 빔 정렬은 아마 워프 코어에 있는 것 같..지?
후.. 덕후가 하는 말은 (같은 분야가 아니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 ㄱ-
“Are you giving me attitude, Spock?”
“I am expressing multiple attitudes simultaneously, sir. To which are you referring?”
“그게 바른 태도인가, 스팍?”
“저는 동시에 다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어느 태도를 말씀하십니까?”
Attitude 자체에 ‘반항적인 태도’라는 의미가 있어서 파이크 제독의 말은 말 그대로 “지금 반항하는 건가?”인데 스팍 이 시키가 반항하느라고 attitude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바람에 순간 열이 확!! 그런데 오오, ‘그게 바른 태도냐?’라는 표현이 확 떠오르지 뭔가 ㅠㅠㅠㅠㅠㅠ 오오오 그래서 이 말장난을 고대로 살렸다 올레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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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_ _)
1차적 이유는 연휴에 제가 딴짓을 하며 놀았기 때문이고, 2차적 이유는 제가 냉방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놔,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이 계절에 냉방병으로 콧물이 뚝뚝 떨어지는 감기에 걸려서 몇 페이지는 양쪽 콧구멍을 휴지로 막고 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실은 지금 상태가 바로 그렇습니다 ㅠㅠㅠㅠ) 글씨가 눈에 안 들어오고 머리가 안 굴러가고 ㅠㅠㅠㅠㅠㅠ 읽어주시는 여러분들도 부디 냉방병은 조심하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