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Neble

[스팍/커크 영픽 번역] There is a reason (14장 형제여, 아버지가 돌아가셨네) 본문

SPOCK/KIRK 영픽 번역/There is a reason

[스팍/커크 영픽 번역] There is a reason (14장 형제여, 아버지가 돌아가셨네)

Neble 2014. 6. 20. 05:49
 

14장 형제여, 아버지가 돌아가셨네.




파이크 제독은 허름한 술집에 있는 커크를 찾아왔다. 그 술집에서 커크는 커크 함장도, 켈빈호 영웅인 조지 커크의 아들도 아니었다. 그저 짐일 뿐이었다. 커크라면 날이 밝도록 술집에 있으려 했겠지만, 파이크 제독은 긴급회의에 호출됐고 일등 항해사인 커크도 함께였다. 젠장. 커크 중령. 커크 중령은 자신의 어머니를 가리켰다. 커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제임스 T. 커크 함장이어야 했다. 스팍 대사조차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했다. 지금은 뭐란 말인가? 결국 골칫거리에 불과하다는 건가?

씁쓸해하며 커크는 진절머리 나는 모자를 팔꿈치에 끼고, 정복의 단추를 채우며 스타플릿 본부 로비를 걸어갔다.

“함장님.”

이제 더 이상 그 목소리를 아는 척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분노가 말이 되어 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제 아니야, 스팍. 일등 항해사지.”

돌아보지도 않았다. 스팍은 언제나처럼 뒤따랐다.

스팍이 자신과 함께 리프트에 올라타자 커크는 자기 운명을 원망했다.

“난 강등됐고 넌 재배치됐지.”

스팍은 어두운 표정을 했다. 이제 커크는 필요 이상으로 스팍을 쳐다보지 않았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다행입니다.”

여전히 커크를 바라보며 스팍이 말했다. 커크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장난인 줄 아는 거야 뭐야.”

커크가 중얼거렸다. 자세히 말을 해 줘야 하나? 이 자식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함장님, 제 의도는 절대 그런―”

“함장 아니라고.”

커크는 몸을 돌려 스팍을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화가 나서 신경이 곤두섰다. 피곤하지 않았다면 더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기운이 없으면 화도 못 내는 법이다.

“네 목숨을 구한 거야, 스팍. 너는 그걸 보고했고 나는 함선을 잃었지.”

너무 늦기 전에 리프트 문이 열렸다.

“중령님,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사전에 알려야 했던 거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규정을 지키라고 하는 네 말은 익숙하지만 말이야, 그럴 수가 없어. 우리 고향에서는 목숨을 구해준 사람의 뒤통수를 치면 안 된다고.”

커크가 겨우 멈춰서 몸을 돌려 자신의 전 일등 항해사를 마주보았다.

스팍은 갈등하는 눈치였다.

“벌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지구인인 반쪽 너한테 말 한 거라 치고. 내가 왜 널 구하러 갔는지는 알아?”

커크가 차분하게 말했다.

“스팍 중령. USS 브래드버리 함장 프랭크 애봇일세. 자네가 내 일등 항해사로군.”

애봇 함장이 끼어들어 자기소개를 했다. 커크가 내심 실망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스팍이 말을 꺼내려다 말고 커크를 잠깐 바라보고는 애봇 함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 함장님.”

애봇 함장이 자리를 떠났다. 커크는 무척 실망했고 이에 지긋지긋해하며 조용히 서있었다. 커크는 고통을 삼키고 마지막이라 맹세하며 말을 꺼냈다.

“사실, 보고 싶을 거야.”

스팍이 입을 여는 듯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커크는 끙 소리를 내며 눈을 홉뜨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스팍을 내버려 둔 채 회의를 준비하는 파이크 제독에게 갔다.

회의가 시작됐다. 존 해리슨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런던에 있는 켈빈 추모 기록 보관소를 터뜨렸는데, 그곳은 커크에게도 익숙한 장소였다. 어머니와 자신을 포함해, 블랙홀에서 네로가 빠져나오던 날 실종된 다른 사람들의 가족과 함께 개관식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범인수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시작하지.”

마커스 제독이 입을 열었다. 커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책상 위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록 보관소를? 왜 기록 보관소에 폭탄을? 해리슨이 평범한 사람을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로 만들 정도로 강하다면 더 좋은 목표가 있을 터였다. 게다가 그는 스타플릿 소속이었다. 동기가 뭐지?

커크는 사진을 훑어보고 확대한 뒤 시점을 변경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해리슨은 반파된 자동차 트렁크에 있는 검은 더플 백을 집어 들려 했다.

“가방에 뭐가 든 겁니까?”

“제임스, 나중에.”

파이크 제독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록 보관소가 목표인 게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도서관을 터뜨린 거잖아요.”

커크는 멈추지 않았다.

“크리스.”

마커스 제독이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나?”

“아닙니다.”

파이크 제독이 탁자 위에 양 손을 올리고 깍지를 끼며 대답했다.

“커크 중령이 이제 막 일등 항해사에 적응하느라 그렇습니다.”

“할 말이 있나본데, 커크 중령. 말 하지. 때를 놓치지 말고.”

마커스 제독이 말했다. 회의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는 걸 느끼고 커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닙니다, 제독님. 죄송합니다.”

“말 하지 그래, 빼지 말고.”

마커스 제독이 커크를 부르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거들먹거리는 목소리였다.

“제 생각이지만― 왜 기록 보관소입니까?”

커크가 스타플릿 수뇌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거기 있던 자료는 전부 공개 자료입니다. 스타플릿에 타격을 입히고 싶었다면… 이건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뭐의 시작이라는 거지, 커크 중령?”

“제독님.”

커크도 마커스 제독이 갑작스레 끼어든 자신의 말에 흥미를 잃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공격이 있을 시 고위 사령부는 함장 및 부함장을 스타플릿 본부로 소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회의실로 말입니다.”

말을 마쳤지만 커크 자신에게 하는 말에 가까웠다. 바로 이 회의실로. 젠장. 진작 눈치 챘어야 했다. 건너편에서 스팍이 동의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밝은 붉은 빛줄기가 벽에 붙은 창을 타고 넘어 들어오기 2초 전에 왱왱거리는 파동 소리가 들려왔다.

커크가 일어섰다. 마치 전조등처럼, 눈을 멀게 하는 하얀 빛이 붉은 빛줄기 사이로 쏟아져 들어왔다. 전조등이었다. 함선이었다.

“탈출해!”

커크가 소리 질렀다. 숨 쉴 틈도 없이 창문이 깨졌고, 커크는 바닥에 몸을 던졌다. 비명이 회의실을 가득 채우고, 조명이 터지면서 하얗고 밝은 빛이 쏘아져 나왔다.

페이저 사격을 의미하는 녹색 섬광이 회의실로 쏟아졌다. 시야가 어지러워 눈을 깜박이면서 커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여성이 악을 쓰며 다리였을 부위를 부여잡고 있었다. 유리조각이 뒤덮인 바닥은 피로 웅덩이를 이뤘다. 보안 요원들이 뛰어 들어와 총을 발사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기회를 틈타 커크가 몸을 일으켜 회의실을 가로질렀다. 사망한 보안 요원이 들었던 돌격 기관총을 들고 회의실 구석에 몸을 숨겼다. 빛줄기를 비켜나보니 1인 탑승기가 날아간 창문 앞에서 까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조준하고 반동을 조심하며 총을 발사했다. 창문이 깨졌다. 커크가 계속 총을 발사했지만 함선에 흠집도 내지 못했다. 몸체 오른편에 달린 날개 밑의 작은 엔진이 유일한 약점으로 보였다. 쓸모없는 무기를 내려놓은 커크는 벽으로 달려가 소화전을 열고 소방호스를 끄집어냈다.

바닥에 흩뿌려진 유리 조각은 신경도 쓰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복도를 미끄러져 간 커크는 기관총에 소방호스를 묶었다. 단단히 묶인 것을 확인하고 엔진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엔진에 빨려 들어간 기관총은 호스를 계속 끌고 들어갔다. 감겨있던 소방호스가 다 풀리자 커크가 뒤를 돌아보았다. 호스는 그대로 풀리지 않고 벽채로 뜯겨나갔다. 몸을 숙이라는 경고를 할 시간도 없이 소화전 전체가 뜯겨나가 함선과 맞부딪쳤다.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며 불꽃을 튀기더니 엔진이 멈췄다. 선체가 빙글빙글 돌았다. 순간 커크는 탑승하고 있던 사람을 본 듯 했다. 빛나는 빛이 조종석을 채우더니 사람이 사라졌다. 함선은 건물 한 면을 부수며 추락했다.

회의실 한쪽엔 여전히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부서진 창문은 내버려 둔 채 커크는 한때 회의실 책상이었던 시커먼 형체와 고통 속에 죽어간 시체, 그리고 건물 잔해 속으로 뛰어들었다. 스팍이 살아있는 모습에 머릿속에 반짝이던 빛이 숨을 쉬었다. 스팍은 시체를 앞에 두고 쭈그려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서보니, 아무 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바닥에 누워있는 시체는 파이크 제독이었다. 파이크 제독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커크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무릎을 꿇었다. 떨리는 손으로 맥을 짚으려 했지만 맥박이 뛰지 않았다. 스팍이 알 수 없는 굳은 표정으로 커크를 바라보았다. 커크는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얼굴로 스팍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스팍과 마주했을 때 현실이 몰려들었다.

파이크 제독이 죽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