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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There is a reason

[스팍/커크 영픽 번역] There is a reason (17장 전투 준비)

Neble 2014. 7. 14. 19:08

17장 전투 준비



이후 몇 시간은 아마 스팍이 살아온 날을 통틀어 가장 다사다난한 시간이었으리라.

캐롤 마커스는 자산이 되었다. 맥코이 박사는 죽다 살아났다. 어뢰 안에는 300년 된 냉동인간이 있었다. 존 해리슨의 본명은 칸이었다. 워프코어는 파괴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마커스 제독이 연관된 듯 했다.

가장 흥미로워 보이면서도 불안한 일은 칸이 한 말이 전부 사실이었고 점점 더 진정한 배신자로 보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스타플릿의 수장인 마커스 제독이라는 점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스팍은 구금실에 갇힌 남자를 믿지 않았다. 칸은 현재까지는 진실했지만 자신의 동기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칸이 가진 사고력과 육체적 능력에 자신에게 방해가 된다면 죽이기를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볼 때 그 남자는 믿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정체를 알 수 없는 함선이 접근 중이었다. 스팍은 커크를 따라 함교로 달려갔다. 두 사람은 터보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스팍은 자신의 자리로 향했고 커크는 함장석에 앉았다.

“접근 중인 함선의 도착 예정 시간은?”

“3초 뒤입니다.”

술루가 대답했다. 긴장이 함교를 훑고 지나갔다. 전원이 상황에 대기했다.

“방어막 올려.”

커크가 명령했다.

“네, 함장님.”

먼저 밝은 섬광이 빛나고 거대한 함선의 검은 몸체가 워프를 빠져나왔다. 스팍은 마커스의 책상 위에서 모형을 본 기억이 났다.

“교신이 들어옵니다, 함장님.”

우후라가 보고했다. 함교는 너무나 조용해서 우후라는 목소리를 키울 필요도 없었다.

“화면 띄우고. 전체 방송해서 공식 기록 남겨.”

커크가 지시했다.

수신 전파가 검은 함선을 비췄다. 마커스 제독의 모습이 보였다.

“커크 함장.”

마커스 제독이 말을 꺼냈다.

커크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마커스 제독님, 제독님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대단한 함선인데요.”

“자네가 명령을 어기고 해리슨을 체포했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네만.”

스팍이 커크 곁에 서서 신중한 모습으로 지켜보았다.

“그게, 저희가, 아.”

커크가 잠시 말을 멈췄다.

“워프코어가 갑자기 고장 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알고 오신 거 아닙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마커스 제독은 위협하듯 대답했다.

“음, 그래서 여기 오신 것 아닙니까? 저희 수리를 도우러 오신 줄 알았는데요? 스타플릿 수장께서 몸소 중립지대 구석까지 오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커크는 대답을 알고 있는 듯 물었다.

“함장님, 저희 함선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술루가 조용히 보고했다.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제독님?”

“포로는 어디 있나, 커크?”

“스타플릿 규정에 따라 지구에 도착하면 칸은 재판에 회부할 생각입니다.”

그 말에 마커스 제독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마의 주름이 후퇴하는 머리 선까지 올라갔다.

“이런, 젠장.”

마커스 제독이 눈썹을 긁적였다.

“이야기를 해 봤군. 자네는 안 겪었으면 했는데 말이야. 내가 전략 상 위험을 감수하고 그 망할 놈을 깨웠지. 그 잘난 지능이면 우리를 지키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봤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마커스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게 내 실수였지. 그러니 그놈이 죽인 모든 사람의 책임은 내게 있어. 그래서 부탁하네. 내게 넘겨. 내가 시작한 일은 내가 끝내겠네.”

커크가 생각하느라 눈을 내려 감았다.

“그럼 다른 선원들은 어떻게 처리하길 바라십니까, 제독님?”

스팍이 멈칫하며 커크를 바라보았다. 스팍은 커크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커크는 일부러 자신과 반대 입장을 취하는 중이었다.

“클링온에 어뢰를 퍼부어 72명을 죽이고, 그러다가 전쟁을 시작하라는 겁니까?”

커크가 말을 마쳤다.

“어뢰 안에 선원을 넣은 건 그놈이야. 난 그저 자네가 그 사실을 알고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했을 뿐이지. 그놈이 혼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봤잖아. 그놈이 나머지 선원을 깨우면 어떨 것 같나? 또 뭐라 하던가? 자기가 평화 지킴이라도 된다고 해?”

마커스 제독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점점 더 강경하게 나왔다.

“그놈이 자네를 가지고 노는 거야, 자네는 그게 안 보이나? 칸과 그 선원들은 전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어. 이제 그놈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죽기 전에 사형을 집행하는 게 우리 임무야.”

스팍이 다가갔다. 커크가 스팍을 올려다보았고 마커스 제독이 끼어들기 전까지 두 사람은 짧은 시선을 교환했다.

“다시 부탁하지. 마지막 기회야. 방어막 내리고 그놈이 어디 있는지 말해.”

커크가 망설이더니 스팍이 아는 한 가장 번지르르한 거짓말을 했다.

“기관실에 있습니다, 제독님. 즉시 전송실로 옮기겠습니다.”

“기다리지.”

마커스 제독이 대답하고 교신이 끝났다. 커크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어막 내리지마, 술루.”

“함장님, 함장님께서는 사실 칸이 의무실에 있다는 것을 아시니 무슨 생각이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커크가 술루에게 명령을 내리자마자 스팍이 물었다.

“칸을 지구로 데려간다고 말했어. 그럴 예정이고.”

커크가 기관실과 통신했다.

“체콥, 우리 워프 가능해?”

크게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증기가 뿜어져 나와 통신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 꼬어가 씸각하게 쏜상될 위험이 있씀미다.”

기관실에서 수리하는 소리에 체콥이 말하는 목소리가 묻혔다.

“할 수 있다는 거야?”

커크가 다시 물었다.

“굳이 말하면 할 쑤 있찌만 꿘장하지 않씀미다, 함장님.”

“알았어.”

“술루, 지구로 항로 설정해.”

커크가 술루에게 지시하며 함장석으로 돌아갔다.

“출발.”

엔터프라이즈호는 빠르게 워프로 진입했고 별과 은하계가 선을 그리며 스쳐지나갔다.

“우후라 대위, 스타플릿과 교신해. 중립지역에서 미확인 연방 함선에 쫓기고 있다고 해.”

우후라가 머리 위에 있는 스위치를 움직였다.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함장님.”

잠시 후 함교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함교 출입 허가를 요청합니다.”

마커스 박사가 숨을 헐떡이며 곧바로 커크에게 달려왔다. 스팍이 엄한 표정으로 마커스 박사를 바라보았다.

“마커스 제독은 저희를 따라올 겁니다. 이 함선을 공격하지 말라고 말릴 수 있는 건 저 뿐입니다. 제가 이야기 하게 해주세요.”

“캐롤, 우리 지금 워프 중이야. 따라올 수 없어.”

커크가 설명했다.

“따라올 수 있습니다.”

마커스 박사가 대답했고 스팍은 피가 차갑게 식었다.

“최신 워프 기술을 가진 배를 개발했―”

“함장님, 이해할 수 없는 신호가 잡힙니다.”

뭔가 부딪혀 폭발하면서 함선이 흔들렸다. 모든 사람이 옆으로 흔들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워프에서 벗어났다.

“현재 위치는?”

커크가 숨을 헐떡이며 일어섰다. 온 함선에 경계경보음이 울렸다.

“지구까지 237,000킬로미터 남았습니다.”

술루가 딱 스팍이 느끼는 만큼 떨리는 목소리로 즉시 대답했다. 스팍은 조심스레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피해 상황 보고해.”

커크가 명령했다. 즉시 모든 부서별 보고가 들어왔다. 대혼란이었다. 그런 큰 혼란 속에서도 함교 선원들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임무를 수행했다.

또 다시 연이은 폭발로 함선이 흔들렸다. 우후라가 충격에 신음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회피 기동! 당장 지구로 간다!”

커크가 명령했다.

“함장님, 잠깐만요!”

마커스 박사가 소리치며 커크 앞을 막아섰다.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

겨우 커크가 동작을 멈추고 마커스 박사를 바라보았다.

“함선에 있는 사람이 다 죽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대화를 해 보겠습니다.”

거칠게 숨을 쉬며 커크가 통신부를 향했다.

“우후라, 교신하도록.”

“제독님, 접니다. 캐롤입니다.”

마커스 박사가 연결된 음성 통신망에 대고 말을 했다.

폭발이 멎었다. 한동안 경보음만 들렸다. 그때 마커스 제독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 배에서 뭘 하고 있는 게냐?”

마커스 제독이 느릿하게 물었다.

“이야기 들었어요. 실수를 하셨고 지금은 만회하려고 최선을 다하시는 중이라는 말이요. 그런데 아빠.”

캐롤은 애원했다.

“저는요, 절 키워준 분이 죄도 없는 사람들이 탄 배를 침몰시키려고 한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만약 제가 틀린 거라면 저도 같이 죽여주세요.”

“사실, 캐롤, 그럴 생각은 없단다.”

마커스 제독이 대답했다.

전송 고리가 마커스 박사를 감쌌다. 마커스 박사는 놀라서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도망치려했지만, 함교에 있던 마커스 박사는 다른 배로 전송되었다. 마커스 박사가 소리 지르는 목소리가 금색 빛이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졌다. 마커스 제독이 화면에서 커크를 노려보았다.

“커크 함장, 허가 없이 도망자 존 해리슨과 결탁해 적진에서 배신한 죄로 어쩔 수 없지만 사살하도록 하겠다. 무기 조준.”

커크가 계단을 달려 내려와 함교 한가운데 섰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독님!”

교신을 끊지 말라는 듯 손을 뻗으며 커크가 외쳤다.

“빨리 보내주지. 목표는 엔터프라이즈호 함교 내 어뢰다.”

마커스 제독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스팍은 놀라서 화면을 바라보며 함교 문 옆에 선 우후라에게 다가갔다.

“제독님, 선원들은 그저,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제가 전부 책임지겠습니다. 제 행동은 제 독단으로 행해진 일입니다. 곧바로 칸의 현재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선원들은 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독님… 명령만 하십시오. 선원들은 살려주십시오.”

“거창한 사죄군. 위로가 될지 모르겠네만, 자네 선원들도 살려주지 않을 생각이야. 발사.”

마커스 제독의 대답은 가벼웠다.

교신이 끝났다. 끔찍한 적막이 함교를 채웠다. 커크는 천천히 선원들을 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스팍과 눈이 마주쳤고, 스팍은 새삼 커크의 파란 눈동자에 말문이 막혔다. 정말 아름다워.

“미안하다.”

커크가 모든 선원과, 그리고 스팍에게 사과했다. 스팍의 심장이 아플 만큼 쩍 벌어졌다. 죄책감과 절망감이 닫혀있던 유대를 다시 비틀어 열었다. 용서하는 마음이 천천히 흘러들어왔다. 스팍은 반려에게 다가가 입을 열고 모든 일에 대한 사과를 하려고 했다.

“적선 무기 전원이 차단됐습니다.”

술루가 침묵을 깨고 보고했다.

커크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채 짓기도 전에 함교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엔터프라이즈호, 내 말 들리는가?”

“스코티!”

커크가 화면을 향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목성 뒤에서 뭘 봤을 것 같습니까?”

“그 함선이구나!”

스콧의 질문에 커크가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유대를 통해 희망이 거세게 흘러들어와 스팍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몰래 탑승해서 구경하다가 지금 막 스타플릿 제독에게 반역죄를 저질렀으니 이 빌어먹을 배에서 정말 내리고 싶습니다. 전송해 주세요.”

“자넨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야.”

커크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

“지금 전원이 조금 부족하니까 잠시 대기해.”

“‘전원이 부족하다’니 무슨 소립니까? 엔터프라이즈호가 왜요? 다시 연락하죠!”

뚝 하는 소리를 내며 대화가 끊겼다.

“스코티!”

커크가 다시 불러보았다. 하지만 통신은 이미 끊겨 있었다.

커크가 몸을 돌려 즉시 스팍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우리 배 상태는 어때?”

“선택의 여지가 얼마 없습니다, 함장님. 발포도 불가능하고 도망도 불가능합니다.”

스팍이 대답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전략을 떠올리면서 유대가 크게 기뻐했다. 우리 배. 우리. 자신의 함장이 돌아온 것이다.

커크가 생각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하지.”

커크가 나지막이 말했다.

“우후라, 스코티한테서 연락 오면 나한테 연결해줘. 스팍, 지휘 맡아.”

커크가 몸을 돌려 터보리프트와 연결되는 문으로 향했다. 즉시 스팍도 이해했다. 스팍은 커크를 뒤따라가 문이 닫히기 전에 터보리프트에 올라탔다.

“함장님, 저는 절대 찬성 못 합니다.”

스팍이 바로 말을 꺼냈다.

“뭘?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커크는 반문하면서도 스팍을 바라보지 않았다.

“외부에서 공격할 방법이 없으니 우리가 공격할 유일한 길은 내부에서 공격하는 길입니다. 대규모 승선은 발각될 테니 최소한의 인원을 데려가시는 게 최선이겠지요.”

터보리프트 문이 열렸다. 스팍이 커크를 따라 복도를 걸으며 계속 이야기 했다.

“저항에 부딪히실 테니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가진 동시에 적 함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즉 함장님께서는 저희가 죽여야 하는 칸과 연합할 계획이신 겁니다.”

“그놈과 연합하는 게 아니야, 그놈을 이용하는 거지. 적의 적은 동지니까.”

커크가 지적하며 딱 잘라 말했다.

“어떤 아랍 격언에서는 그 군주가 자신의 신하에게 배신당하고 참수 당했다고도 합니다.”

스팍이 반박했다.

“어쨌든. 인용구일 뿐이야.”

소용이 없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안 돼.”

스팍의 말에 커크가 즉시 거절했다.

“너는 함교에 있어.”

“함장님 생각대로 못 하십니다!”

스팍이 커크의 어깨를 잡아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마주보았다. 스팍은 커크를 칸과 떼어놓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제 임무는 함장님께서 가능한 한 현명한 결정을 내리실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함장님의 결정은 전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맞아!”

커크가 스팍을 힘껏 뿌리치자 두 사람 다 놀랐다. 둘은 가까이 섰고 스팍은 커크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하겠다는 일은 말도 안 되고 논리적이지도 않아. 그냥 직감이라고. 나도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내가 할 수 있다는 건 알아. 엔터프라이즈호 선원들에겐 이성적인 함장이 필요해. 그건 내가 아니야. 너야, 스팍.”

그 순간에도 커크의 눈동자는 무척 파랬다.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스팍은 커크가 멀어지는 걸 느꼈다. 무력했다. 커크가 하는 말이 옳았다. 게다가 스팍은 자신이 가진 감정 때문에 임무를 방해하지는 않으리라 결심했다. 커크는 스팍더러 함교에 남아달라고 했다. 그러니 자신의 반려가 여태 만난 그 누구보다 위험한 사람과 함께 엔터프라이즈호를 떠나도 자신은 함교를 지킬 것이다.

잠시 후, 커크가 몸을 돌려 복도를 걸어갔다. 스팍은 그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커크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스팍도 몸을 돌려 함교를 향하며 그 모습이 트하일라의 마지막 모습이 되지 않기를 소망했다.

리프트에서 내린 스팍은 곧장 우후라에게 향했다.

“대위, 현재 위치에서 신 벌칸 행성과 교신이 가능한가?”

우후라가 스팍을 올려다보았고, 스팍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군.”

비어있는 함장석이 의미하는 바를 스팍은 애써 외면했다. 심장이 뜯겨 나갈 듯 했다. 스팍이 함장석에 앉았다.

“술루, 적 함선의 상태는?”

“여전히 전원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현재 본선을 정렬하고 있습니다.”

2분 뒤, 두 함선은 커크와 칸이 있는 기밀실 출입구가 USS 벤전스 격납고 101A 하역구를 완벽히 마주보는 상태로 대기했다.

“함장님, 함선 정렬을 마쳤습니다.”

“알았다.”

“함장님, 출발하시기 전에 아셨으면 합니다. 두 함선 사이에 상당히 많은 잔해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스팍, 나중에.”

커크가 말을 자르며 스콧과 다시 대화했다. 맥코이 박사는 함장석 옆에 쭈그려 앉았다.

“성공할 거라고 말해줘.”

“그런 이야기를 할 만한 정보도, 확신도 없어, 박사.”

맥코이의 말에 스팍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스팍, 방아쇠를 당겨.”

다시 커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커크의 표현에 동요하면서도 스팍은 명령에 따랐다. 일 분도 안 지났는데 몇 시간은 흐른 느낌이었다. 커크는 이미 진로를 벗어났다. 스콧은 응답하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이 공격은 더욱 더 위태로워졌다.

“젠장.”

“함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커크가 작은 소리로 투덜대자 스팍이 즉시 안절부절 못하며 물었다.

“헬멧에 뭐가 부딪혔어. 우후라, 스콧 연결됐어?”

“아직 응답 없습니다.”

우후라가 맹렬히 움직이며 대답했다.

“신호를 다시 잡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통신기는 작동하는데 왜 응답을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화면이 빛나며 칸의 신호가 붉게 변했다.

“칸, 회피 기동을 취하도록. 전방에 잔해가 있다.”

“나도 보여.”

갑자기 칸의 신호가 끊겼다.

“술루, 칸이 사망한 건가?”

스팍이 물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잔해가 많아 추적이 어렵습니다.”

“칸이 충돌했어?”

“현재 추적중입니다.”

커크가 묻자 스팍이 대답했다.

몇 초 뒤, 다시 커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팍, 화면이 죽었다. 나안(裸眼) 비행 중.”

공포가 피어오르며 스팍의 결심을 긁어댔다.

“함장님, 화면의 안내 없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스팍, 돌아가면 환자를 대하는 법에 대해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중령님, 함장님은 성공 못 하실 겁니다.”

술루가 스팍을 돌아보며 숨을 내쉬었다.

그 때, 칸의 신호가 다시 잡혔다. 커크보다 200미터 앞이었다.

“스코티, 거의 다 왔어. 환영 부탁해. 내 말 들려? 내 말 들려? 스코티!”

“목소리가 들린다면 스콧, 문을 열도록. 10… 9.”

스팍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800 미터… 1600 미터…”

텔루비안인 과학 장교가 오른편에서 보고했다.

“내 말 안 들려? 스코티, 문 열어!”

커크가 소리 질렀다.

“2… 1.”

스팍이 몸을 숙였다. 손마디는 하얗게 변했다.

“스콧, 문을 열어! 지금!”

아주 짧은 순간, 스팍은 반려가 벤전스호 선체에 부딪혔을 때를 대비했다. 문이 열린 모양이었다.

“승선을 환영합니다.”

커크가 쓴 헬멧에 연결된 통신기를 통해 스코티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함교에 있던 사람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중령님, 요청하신 통신이 연결됐습니다.”

“화면에 띄워줘.”

우후라가 보고하자 스팍이 지시했다.

“연결합니다.”

시커먼 우주를 비추던 화면 위로 픽셀들이 조합되며 더 나이든 자신을 비추었다.

“스팍.”

“스팍.”

대사가 먼저 인사했고 스팍이 화답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여행 중에 칸이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알다시피 잠재적으로 자네 운명을 바꿀만한 정보는 주지 않기로 맹세했네.”

더 나이든 자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자네 운명은 자네가 걸어야 하고 또 자네만의 것이지. 사람들이 그러더군. 칸 누니언 싱은 엔터프라이즈호가 만난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 그자는 영민하며 인정사정없고 눈도 깜짝하지 않고 자네들 전부를 죽일 걸세.”

“그자를 물리쳤습니까?”

스팍이 조용히 물었다.

“대가는 컸지만, 그랬지.”

“어떻게요?”

하지만 대사는 또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말하지 않겠네. 이 말만 해 주지. 그자를 과소평가하지 말게. 그자의 목표에 자네가 방해가 된다면 그자는 자네를 죽일 걸세.”

스팍은 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감사합니다. 장수와 번영을, 대사님.”

스팍은 마침내 입을 열고 벌칸식 인사를 건넸다.

더 나이든 스팍도 인사하고 통신이 끝났다.

“소령, 칸 누니언 싱에 대한 지구 기록을 조사하도록. 결과는 내 패드로 전송하고.”

스팍은 몸을 돌려 십 분 전부터 일등 항해사 대행 임무를 보고 있는 페라라 소령에게 지시했다.

“네, 중령님.”

스팍이 일어나 즉시 우후라에게 향했다.

“대위, 모든 의료 장교 및 기관사를 무기고로 소집하도록.”

스팍은 몸을 돌려 출입구 근처에 서 있던 의료 책임자를 불렀다.

“맥코이 박사, 자네는 우연히 어뢰를 작동시킨 적이 있네. 다시 할 수 있겠나?”

“그 짓을 내가 왜 해야 하는데?”

마치 스팍이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건 아니냐는 표정으로 맥코이가 물었다.

“할 수 있는가, 없는가?”

스팍이 짜증내며 압박했다.

“젠장, 나는 의사지 어뢰 전문가가 아니라고!”

“당신이 의사이기 때문에 더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라네.”

스팍이 가까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2분 하고도 5초가 더 지나, 맥코이와 의료진 전원이 무기고로 향하는 리프트에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캐롤 마커스가 없는 상태에서 뭔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참사를 피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때를 맞추는 게 중요했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 어뢰를 작동시키고 30초 안에 이동시켜야 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전송기가 고장 났기 때문에 USS 벤전스호가 엔터프라이즈호에 유리하게 움직여 줘야 했다. 그러면서도 이 계획을 알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무척이나 불안한 변수였다.

하지만 제임스 타이베리우스 커크 함장은 가장 불안한 상황에서 늘 승리를 거두었다. 이 함선은 USS 엔터프라이즈호이고 자신은 그의 일등 항해사였다. 엔터프라이즈호 함장의 명성 자자한 행운이 또 다시 재현되는 일은 이제 스팍의 손에 달렸다.

과학부 자리에 두고 왔던 스팍의 전자패드가 울렸다.

“말씀하신 칸에 대한 기록입니다, 중령님.”

페라라 소령이 보고했다. 스팍이 파일에 접근해 빠르게 훑었다.

1956년부터 1982년까지 대량 학살. 약 23,000,000명 사망 추정. 사망자 최대 45,300,000명. 암울한 역겨움이 속에서 밀려 올라왔다.

스팍이 함교 앞으로 걸어가 조타수 앞에서 멈췄다.

“함장님은 어디 있나, 술루?”

“센서가 죽었습니다, 중령님. 탐지가 불가능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통신이 들어와 화면을 밝혔다. 스팍이 몸을 돌리자 커크와 몸싸움을 하는 칸이 보였다. 커크의 얼굴에 피가 흘렀다.

“자네를 위해 간단히 정리해 주지.”

칸이 입을 열었다.

“함장님!”

스팍은 공포와 분노로 끓는 피를 느꼈다. 칸이 손에 든 페이저로 커크의 뒷목을 겨눴다.

“내 선원을 돌려주면 자네 선원을 돌려주지.”

“우릴 배신했군.”

스팍이 걸어 나갔다. 강하게 노려본 탓에 얼굴 근육이 심하게 경련했다.

“오, 영리하군, 스팍.”

칸이 비웃듯 히죽거리며 읊조렸다.

“스팍, 그러지― 아!”

칸이 커크에게 총을 휘둘렀고, 커크는 바닥에 쓰러졌다. 스팍이 앞으로 한 발짝 더 내딛었다.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내 선원들을 돌려줘.”

칸은 진심이었다.

“돌려받은 뒤엔 뭘 할 생각이지?”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 하던 일을 해야지.”

칸이 즉시 대답했다.

“내가 알기로 자네가 열등하다 생각하는 존재에 대한 대량 학살도 포함하지.”

스팍이 쏘아붙이고 분노로 입술을 다물었다.

“자네부터 죽고 싶나, 스팍? 아니면 내 말을 들을 텐가.”

칸이 물었다. 머릿속으로 스팍은 시간을 쟀다.

“우리 전송기는 고장 났네.”

“다행히도 이 배는 전혀 문제없어. 방어막 내려.”

“그랬다가 자네가 엔터프라이즈호를 공격 안 한다는 보장이 없군.”

이십칠 초. 이십육 초.

“그럼, 우리 논리적으로 따져보지. 해 볼 텐가, 스팍?”

칸의 목소리가 점점 험악해졌다.

“우선, 자네 함장을 먼저 죽여주지. 본보기로 말이야. 그러고도 버티면 자네와 자네 선원 전부를 죽일 수밖에.”

“자네가 이 함선을 공격하면 자네 선원도 죽게 될 텐데.”

이십 초. 십구 초.

“자네 선원들은 산소가 필요하겠지만 내 선원들은 필요 없거든. 선미 엔진실 뒤에 있는 생명 유지 장치를 공격해 주지. 너희 전부가 숨이 막혀 죽고 나면, 차갑게 식은 시체를 넘어 내 선원들을 데리러 가지. 그럼… 해 볼 텐가?”

스팍은 처음으로 죽음과 분노가 담긴 얼음 같은 칸의 진정한 얼굴을 보았다. 칸은 오래 기다린 만큼 의지도 강했다.

“방어막 내려.”

스팍이 술루에게 명령했다.

“현명한 선택이야, 스팍.”

칸이 스팍을 바라보며 화면 아래 바닥 어딘가에 쓰러져 있을 함장을 세게 찼다. 고통스러운 커크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스팍은 더욱 긴장했다.

“어뢰 72개가 여전히 거기 있군. 내 어뢰가 아니면 각오하도록 해, 중령.”

칸이 컴퓨터 화면을 보며 확인했다.

“벌칸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스팍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위협하는 목소리가 입술을 잔인하게 비틀었다.

“어뢰는 자네 거야.”

“고맙네, 스팍.”

“자네 요구를 들어주었으니 이제 내 요구를 들어줘.”

칸이 부드럽게 말하자 스팍이 요구했다.

“자, 커크. 자네 선원들에게 갈 시간인 것 같군. 어쨌든 침몰하는 배에 함장이 없으면 안 되니 말이야.”

칸이 벤전스호 함교 가운데 놓인 의자에 기대앉았다.

스콧과 커크 함장이 선 형체 주변이 빛나며 다시 경보음이 울렸다.

“칸이 저희를 조준했습니다.”

술루가 보고했다. 스팍이 함장석에 돌아가 앉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엔터프라이즈호 근처가 밝게 빛났다. 함선이 휘청거렸다.

“방어막 6%.”

술루가 자리에서 몸을 가누며 소리쳤다.

“어뢰는! 얼마나 남았지, 대위?”

“12초 남았습니다, 중령님!”

“엔터프라이즈호, 곧 있을 근거리 폭발에 대비한다.”

스팍이 전체 방송으로 알렸다.

벤전스호 선체가 폭발했고 엔터프라이즈호는 몇 번 흔들리며 버텨냈다.

“적선 무기 파괴됐습니다. 나쁘지 않은데요, 중령님.”

“고맙네, 대위.”

술루가 의자를 돌려 보고하자 스팍이 대답했다.

경고도 없이 조명이 꺼졌다. 중력이 엔터프라이즈호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중령님, 중앙 전원 회로가 고장 났습니다.”

“보조 전원으로 전환.”

스팍이 명령했다.

“보조 전원 고장입니다.”

“중령님, 함선이 지구 중력에 끌려갑니다.”

술루가 보고했고 스팍도 이미 알던 사실이었다.

“막을 수 없나?”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폭발로 배가 흔들렸다.

“대위, 전 갑판 탈출 지시하도록.”

“네, 중령님.”

함장석 팔걸이를 꽉 쥐고 매달리며 스팍이 함교를 살폈다.

“함장 대행으로서 명령한다. 전원, 본선을 포기하고 탈출하도록. 내가 남아서 모든 전원을 생명 유지 장치 및 셔틀 격납고로 돌리겠다.”

스팍이 의자에 달린 자동 안전벨트를 작동시켰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전원, 본선을 포기하고 탈출한다!”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아무데도 안 갑니다.”

술루가 대답하며 역시 의자에 달린 안전벨트를 작동시켰다.

함교 전체가 옆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중력 장치 고장. 꽉 잡아. 꽉 잡아!”

함교 내장재에 균열이 생기며 파편이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

“비상 전력 15%에서 하락 중.”

보고하는 다윈 장교의 목소리는 부서지는 함선 소리보다 컸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잠시 똑바로 떠다니더니 다시 다른 방향으로 기울었다.

“평형 유지 장치에 모든 전력을 집중한다.”

스팍이 명령했다. 함선이 계속 기울어지면 아무도 탈출할 수 없다. 셔틀에 겨우 탑승한다 해도 셔틀 격납고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지금 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어요.”

술루가 경보음보다 크게 소리 질렀다.

“코어 오정렬.”

엔터프라이즈호 자동 음성 알림이 소음과 혼란 속에 조용히 울렸다.

“위험. 코어 오정렬.”

스팍 안에서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이 함선은 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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