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곳은 복원된 영화관으로, 오래된 지구 영화를 상영했다. 짐은 (버터를 치지 않은) 팝콘과 커다란 가당 음료를 사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스팍은 정중히 맛을 보지 않겠다고 했고) 짐은 빨대로 시끄럽게 음료를 마셨다. 둘은 붉은 벨벳 좌석 맨 뒤에 앉았다.
“가운데 좌석이 화면을 보기에는 더 적절한 위치라고 생각하네.”
짐은 그저 웃기만 했다. 재킷을 벗어 옆자리에 둔 짐은 무릎이 벌어져도 신경 쓰지 않고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 스팍은 평소보다 더 깊이 앉으며 그 자세를 따라 하면서도 다리는 단정히 모았다. 짐은 팝콘 상자를 품 안에 들고 빠르게 먹어치웠다.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팝콘을 다 먹겠군.”
“그럴 생각이에요.”
제 통신기 시계를 보며 스팍이 읊조리자 짐이 눈을 찡긋했다.
짐이 팝콘 상자를 내밀었지만 망설이고는 고개를 저었다. 대신에 팝콘 하나를 집어 들고 입에 갖다 대 주자 받아먹으며 짐의 손가락에 묻은 소금기를 핥기까지 했다. 짐이 입술을 깨물더니 웃으며 또 다시 팝콘을 먹여주었다. 그렇게 상자를 비운 짐은 엄지손가락으로 스팍의 아랫입술을 쓸었다. 동공이 커져 있었다. 짐의 시선이 제 눈에서 입술로 옮겨갔다. 짐이 입을 맞춰왔고 스팍은 눈을 감았다. 순진한 행동은 아니었고, 사정하기 힘든 공공장소에서 성행위를 시작하는 이유는 알지 못했다. 스팍은 짐이 입을 맞추게 내버려두었고 영화 상영 시작 시간 2분이 지나서야 조명이 어두워졌다.
“시작해요.”
짐이 속삭이더니 한 손은 스팍의 무릎에 올려두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어머니가 소설을 읽으라고 권한 적은 많지만, 스팍은 꾸며낸 이야기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어둠속에서 짐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짐의 손이 제 다리를 타고 움직여 사타구니를 향했고, 이런―
짐이 더듬거리며 지퍼를 찾더니 제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자 스팍은 짐이 맨 뒷자리를 고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짐을 부산케 하는 성마른 기운이 강청색 파문처럼 밀려들었고 피가 끓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짐이 극도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데도 스팍은 그저 의자에 고개를 젖히고 조용히 숨을 내쉴 뿐이었다.
“해도 돼요?”
짐이 몸을 기울여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짐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연히 안 되는 일이었다.
“돼.”
들킨다면 둘 다 견책을 당하거나 스타플릿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스팍은 치욕스럽게 벌칸으로 돌아가리라. 짐의 아파트에 돌아갈 때까지는 만지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둘만의 공간으로 갈 때까지는.
하지만 이곳은 벌칸이 아니었다. 스팍은 지구에 있었고, 제가 곁에 있길 바라는 인간과 함께였다. 그 인간은 저를 친밀하게 만지는 중이었고 자신은 그만두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둘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팍이 엉덩이를 들어 응했다. 짐의 손에 제 것을 갖다 댔고 짐이 손가락으로 저를 감싸자 몸을 떨었다. 짐이 스팍의 성기를 바지에서 꺼내 천천히 쓸었다. 짐은 스팍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눈은 화면을 향했다. 가끔 입모양으로 대사를 따라 하기는 했지만 손은 쉬지 않았다.
흥분이 강해지자 스팍은 짐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옅은 사과 향기와 짐의 넷째 손가락과 다섯째 손가락 사이에 있는 굳은살을 눈치 챘다. 짐이 더 단단히 잡아오자 굳은살이 마찰을 더했다. 애타는 감각이 발끝에서 종아리를 타고 올라왔다. 스팍이 복근에 힘을 주며 신음을 참았다.
“짐, 나는... 이런 식으로 손을 계속 움직이면...”
“나 때문에 갔으면 좋겠어요.”
스팍이 숨이 잔뜩 섞인 잠긴 목소리로 속삭이자 짐이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문손잡이에 걸어두는 고무줄에 대해 일 학년 때 한 방을 쓰던 동기와 의견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몇몇 인간들이 입으로 성적 교합을 한다고 알고는 있었다. 그런 행위는 비위생적이었고 흥미도 동하지 않아서 스팍은 짐의 입술이 제 것을 감싸자 당황하기도 하고 역겹기도 했다. 하지만 짐이 혀로 제 성기 끝을 훑자 스팍은 짐의 입 안에서 절정에 이르렀고 제 생각을 재고했다.
“당신 정말 섹시해요.”
짐이 입을 맞추며 속삭였고 스팍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영화 상영 내내 스팍은 짐의 심장 박동 소리를 새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제 아파트에서 잠이 들 때 스팍은 그 심장 박동 소리를 떠올렸다.
***
“너 정말 멋있다.”
여객 부두에서 벌칸 대사관까지 짧은 거리를 이동 중에 어머니가 한 말이었다. 어머니는 지구의 옷인 재킷에 색이 짙은 바지를 입었고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풀어 늘어뜨렸다. 스팍은 제 아내를 향해 눈썹을 치켜 올린 아버지 곁에서 몸을 굳히고 앉았다.
“괜찮아 보인다는 말인 것 같군.”
“항상 저렇게 멋없다니까.”
어머니가 손을 뻗어 제 다리를 토닥였다. 스팍이 어렸을 때 사석에서 어머니가 자주 하던 행동이었다. 공석에서 어머니는 벌칸인 아내였지만, 사적인 공간에서는 무척이나 인간다웠다.
“괜찮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나서 뭐 새로운 일 없어?”
어머니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웃었다.
스팍은 머릿속으로 몇 가지에 체크 표시를 했다.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았고, 다섯 강의를 가르치고, 학생들에게서 온 연락 열여덟 개에 회신했고, 입술이 맞닿는 입맞춤을 했고, 짐과 성관계를 하는 사이가 됐다. 스팍은 가장 덜 충격적인 이야기를 골랐다.
“가지 라자냐라는 음식을 알게 됐습니다.”
“먹어봐야겠네. 이탈리아 음식 먹자고 한 사람이 누구야?”
어머니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버지가 제 어깨에 닿을 만큼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게 느껴졌다. 사귀는 사람을 드러내기 좋은 때도 장소도 아니었다.
“친구입니다.”
조심스레 입을 열자 어머니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특별한 친구야?”
무표정하려 노력해야 했다. 제가 지구에 온 뒤로 어머니는 종종 그런 질문을 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척은 하지 않았다.
물론 짐은 특별했다. 짐은 제 것이었기에, 부모님께는 짐의 이름을 말하고 싶지도, 짐 비슷한 것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짐에 대해 모르는 한, 두 분이 짐을 반대할 일도 없다. 벌칸인은 거짓을 말하지 않지만 스팍은 에둘러 대답하는 데 선수였다. 정의상 모든 친구가 특별하다는 대답을 하려고 할 때 사렉이 입을 열었다.
“스팍은 유대를 맺었잖소.”
그 말은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을 무겁게 덮쳤다.
“그야 그렇죠.”
어머니가 부드럽게 받아 넘겼지만 뚱한 표정을 짓자 제 속도 꼬이는 기분이었다. 아만다는 본인처럼 스팍도 연인이 될 사람을 고르길 원했다.
“트프링 만날 시간은 없었겠네.”
“네.”
“요즘 대화 나눈 적은 있고?”
“어머니.”
스팍이 입을 열었을 때 차가 연석 옆에 서더니 땅으로 내려앉았다. 사렉이 먼저 내려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머니가 손을 잡자 스팍이 눈썹을 치켜 올렸지만, 어머니는 차에서 내리느라 잠시 손을 잡았을 뿐이었다. 스팍이 뒤따라 내렸다.
“대사관에서 몇 가지 볼 게 있어.”
“괜찮으면 스팍 아파트까지 걸어갔다 올게요.”
“당신이 같이 가지 않아도 괜찮아. 여기 일 보고 만나지.”
“그래요.”
어머니가 까치발을 하고 사렉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아버지가 문으로 들어가 대사관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만족한 표정을 하는 어머니를 돌아보고 가야할 방향을 가리켰다.
“여행 중 별 일 없으셨습니까?”
“매번 그렇지 뭐. 오래 걸리고. 지겹고.”
어머니가 깔깔 웃었다. 그렇게 편한 옷을 입은 어머니는 처음 보았다. 제 곁에서 함께 걷는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머니가 제게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만나는 사람 있구나.”
스팍이 헛기침을 했다.
“이름 말해줄 수 있어?”
단도직입적이었다. 사 초간 아무 말이 없자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아버지한테는 말 안 할 거야. 네가 걱정하는 게 그건지 모르겠지만. 진지한 관계야?”
“네.”
“트프링과 유대 끝내고 싶으면 엄마는 반대 안 할게.”
“칼-리-피를 통해서만 유대를 끊을 수 있습니다.”
“아닌 거 알면서. 벌칸인이 형식을 중시하긴 하지만, 어떤 유대든 치유사가 끊을 수 있어. 특히 어릴 때 맺은 건 말할 것도 없지.”
“아버지가 속상해 하실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데 아버지 생각 때문에 그러지 않는다면 나도 속상할 걸.”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한 말을 곱씹었다. 여객 셔틀이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낮은 소음과 두 사람 주변에 높이 솟은 건물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 요 앞 블록입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걸어 아파트 현관 앞에 도착했고 스팍이 인식장치 앞에 섰다.
“어서 오세요.”
인식장치가 대답하며 문이 열렸다.
리프트를 타고 칠 층까지 올라가서 스팍은 제 집 현관과 연결된 두 번째 인식장치 앞에 섰다. 집 안으로 안내하자 어머니가 재킷을 벗어 부엌 조리대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 놓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기 좋다.”
어머니는 거실에 놓인 안락의자에 털썩 앉았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물 마실래.”
부엌으로 들어간 스팍은 물 두 잔을 따랐다. 거실로 돌아와 반대편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어머니는 물을 마시고 잔 너머로 스팍을 바라보았다. 표본이 된 기분이었다. 제게서 짐에 대한 무언가가 느껴지는지 궁금했다. 엉덩이와 허벅지 안쪽에 손가락 모양으로 멍이 있었다. 옷을 입으면 보이지 않았다. 짐이 제게 짐 자신을 낙인찍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빨리 끝낼수록 좋아.”
어머니가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쳤다.
스팍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더 이상 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두 사람은 짐이 음식을 사왔던 그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소렌과 트프링을 만나 늦은 저녁을 했다. 아만다가 스팍이 의견을 냈다며 그 곳에서 밥을 먹자고 했다. 스팍은 인상을 쓰고 화면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보지 못하게 통신기를 돌리고 오늘은 만나지 못하겠다고 짐에게 연락했다. 짐은 고작 일곱 글자에 구두점도 어긋난 대답을 보냈다.
‘괜찮아요좋은밤’
짐이 화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팍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제가 그러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떠 짐의 아파트로 향할 수는 없었다. 스팍은 제 가족에게, 그리고 건너편에 앉은 제 아내에게 해야 할 도리가 있었다. 자리에 어울리게 격식을 차린 겉옷 주머니에 통신기를 집어넣고 트프링에게 말을 걸었다.
“조종사 인식 시스템 개발을 감독한다고 알고 있어.”
“맞아.”
트프링이 눈을 맞췄다.
트프링은 마지막으로 봤던 어린아이 모습에서 여성으로 크게 변모했다. 짙은 머리칼은 땋아 얌전히 아래로 늘어뜨렸다. 통통한 젖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기 좋은 광대뼈에 콧대는 날카롭고, 입술은 붉고, 입술 두께는 일정했다. 트프링은 아름다웠지만 스팍이 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우주에 가려고 하는구나.”
“그래.”
“스팍은 역사에 남을 거야.”
아만다가 뿌듯해하며 물 잔을 채우는 종업원에게 미소 지었다. 스팍은 제게 스치는 내면을 통해 트프링이 그 생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저는 그런 사람의 배우자가 된다는 건가요?”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트프링이 날카롭게 묻자 스팍이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래도 스팍은 트프링이 고마워하는 게 느껴졌다.
두 시간 후에 식당에서 나오면서 트프링과 대화를 나눴다. 둘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부모님들보다 몇 미터 앞서 걸었다.
“내가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그러지 않았어.”
“솔직히 말해도 돼?”
“그래주면 좋겠네.”
“우리 결혼 문화는 시대에 뒤떨어졌어. 너랑 내가 영원한 유대를 맺게 된다는 건 알아. 그래도 선택을 하고 싶었을 거야.”
트프링이 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스팍은 갑자기 트프링에게 호감이 생겼다.
“나도 같은 의견이야.”
“그래?”
트프링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트프링이 제 내적 기운을 가볍게 흔들었고 입 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는 게 보였다.
“우리 정신이 유사해서 어릴 때부터 짝으로 맺어 주신 건지, 짝이기 때문에 유사하게 된 건지 궁금하네.”
“아, 지구에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 났느냐 질문하는 난제가 있어.”
트프링이 생각에 잠겼다.
“유치한 질문이네. 그래도 비슷하긴 해.”
일행은 대사관에서 헤어졌다. 트프링은 다음날 저녁에 있을 협력회의를 기대한다고 했다. 둘은 손가락을 맞대지는 않고 트프링이 스팍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스팍은 아버지에게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했다. 아만다는 저를 안겠다고 했다.
“우리 행성이니까 우리 식대로. 아침에 전화할게.”
아만다가 속삭였다.
스팍이 제 침대를 써도 된다고 했지만 제 집보다 대사관에 묵길 택하신 부모님과는 헤어졌다. 혼자 보낼 밤은 즐겁지 않았고 짐이 뭘 하고 있을지, 자신이 연락을 해야 하는지, 짐이 이미 잠들었을지 궁금했다. 시간은 23시 1분을 가리켰다. 아파트까지는 십오 분을 걸어야 했다. 짐의 아파트로 찾아간다면 자고 가라고 할 것이다. 자신도 결국 그러려고 하겠지.
아니다. 스팍은 마음을 정했다. 집으로 돌아가 자야겠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마자 짐을 만나야겠다. 고작 엿새다. 참을 수 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던가? 집에 오는 길에 제 주변을 눈여겨보지는 않았지만 노숙자 하나가 인식장치 앞에 쭈그려 앉은 게 보였다. 얼굴을 찌푸린 스팍은 손을 흔들어 인식장치를 작동시키고 몸을 숙여 남자의 신용 칩에 기부를 좀 하려고 했다. 고개를 든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파이크 아저씨네 집에서 저녁 먹고 좀 들러봤어요. 부모님 잘 도착했어요?”
졸린 목소리였다.
“그래.”
스팍이 손을 내밀어 몸을 일으키는 짐을 도왔다.
“얼마나 여기 앉아 있었지?”
“얼마 안 됐어요. 십 분 정도일 걸요. 몇 분 더 기다려보다 택시타고 집에 가려고 했죠.”
짐이 하품을 했다.
“들어와.”
짐이 들어오도록 문을 잡아주었다. 리프트 안에서 짐은 제게 기대어 어깨에 입을 맞췄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서는 스팍이 짐의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으며 입을 맞댔다.
“이렇게 말도 없이 왔다고 화난 건 아니네요.”
짐이 속삭였다.
“자네가 날 보고 싶어 해서 기쁘네.”
“오늘 밤에 부모님 오시는 건 아니죠?”
“대사관에 머무실 거야.”
“홀딱 벗고 신나게 즐겨야겠네.”
스팍은 그 말에 기꺼이 따랐다. 스팍이 짐이 입은 셔츠 단으로 손을 뻗자 짐이 고개를 젓더니 침실로 뒷걸음쳤다. 짐은 조심스럽게, 고양이처럼 발을 단단히 디디고 셔츠를 벗었다. 시선은 절대 떼지 않았다. 짐이 침실 문을 넘으며 바지 지퍼를 열자 (이상하게) 입에 침이 고였다.
“오죠?”
짐이 묻는 말에 담긴 두 가지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스팍은 선뜻 따르며 또 다시 손을 뻗었지만 짐이 찰싹 하고 쳐내며 팬티를 벗었다.
“내가 자네를 만지면 안 되는 건가?”
스팍이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보면 알아요.”
짐이 침대로 올라갔다.
침대 헤드보드에 기댄 짐은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목과 가슴이 상기된 채 다리를 벌리고 앉은 짐의 모습에 사로잡힌 스팍의 심장 박동이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다른 남자가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적이 없는데, 그 모습이 성욕을 자극해서 놀랐다. 스팍이 제 옷을 벗고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침대에 앉은 짐 바로 앞에 섰다. 짐은 거칠게 호흡했다. 스팍은 그 입술을 깨물고 싶었다.
스팍이 짐의 발 옆에 양 손을 차례로 내려놓았다. 짐은 저항하지 않고 얕게 신음하며 계속 자위했다. 용기를 얻은 스팍은 조금씩 짐의 몸을 타고 엉덩이까지 기어올랐다. 짐의 피부를 만지며 전해져 오는 심상의 물결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제 손으로 두 사람의 것을 한데 쥐고 있는 모습을 택했다. 스팍은 짐의 머릿속에서 본 모습을 따라하며 짐의 손을 쳐냈다. 짐이 고분고분히 한 손을 스팍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가볍게 쓸었다.
"Vaksurik(아름다워)."
스팍이 속삭였고 신음하면서 짐이 허리를 휘어 올리자 갈비뼈가 제 몸에 닿으며 배가 오목하게 들어갔다.
짐은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스팍은 입에 맴도는 짭짤하면서도 씁쓸한 낯선 맛을 곰곰이 생각했다. 입술과 혀가 마비된 감각이었다.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팍은 짐과 그런 행위를 자주 했으면 했다. 스팍은 짐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고 그 향기를 들이마시며 잠이 들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_ _) 명절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평소와 별 차이 없이 보냈습니다. 명절이라 해도 빨간날인 거 말고 특별히 기다릴 이유가 없는 날이 된지 오래라서요.
+ + +
(through a misunderstanding with his first-year roommate regarding the presence of a rubber band on the door handle)
(문손잡이에 걸어두는 고무줄에 대해 일 학년 때 한 방을 쓰던 동기와 의견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Jim whispered, kissing Spock as he tucked him away.
짐이 입을 맞추며 속삭였고 스팍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he tucked him away. 고민하다가 스팍이 제 것을 숨겼다, 고 해석했다. tuck away에 게걸스레 먹다, 라는 뜻도 있어서 앞선 상황 상 짐이 꿀꺽 먹은 건가 생각도 해 봤는데 as가 동시 상황을 표현하는 접속사인지라 짐이 꿀꺽 하면서 스팍이랑 키스한다는 건 좀...
제 해석이 틀렸다면 꼭 지적해 주세요. 이왕이면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_ _)
+ + +
Jim's reply was only seven words and lacked punctuation: "no problem have fun with your parents."
짐은 고작 일곱 글자에 구두점도 어긋난 대답을 보냈다.
‘괜찮아요좋은밤’
일곱 단어면 우리말에서는 꽤 긴 문장이라서 일곱 자로 만들었다. 어차피 의역인 거 숫자를 바꿀 수도 있지만 여덟 글자로 '괜찮아요좋은시간'만 되어도 은근히 길어 보여서 (여기서 포인트는 짧다는 거니까) 고민 끝에 어색하지만 일곱 글자로. 더 좋은 의견 받습니다.
생각해보니 1장에서 스팍이 짐이 보내는 문자 '단어 수'를 센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말로 옮긴 이상 '글자 수'여야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수정사항은 계속 생겨나고...
+ + +
"Let's get naked,"
“홀딱 벗고 신나게 즐겨야겠네.”
get naked 자체에 신나게 (파티를) 즐기다, 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 뒤에 따라오는 내용 때문에 굳이 직역 + 의역의 형태로 말을 풀었다. 이중적 의미를 가지는 말을 이런 식으로 풀 수 있으면 그래도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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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거에 약한데 도입부터 야해서 한동안 손을 못 댔다. 읽는 입장에서 저 정도는 전혀 안 야한데, 옮기려고 들면 조금만 야해도 막막하다. 심지어 감정 잡을 시간도 없이 시작부터!!!! ㅠㅠㅠㅠ 중간 쯤이었으면 그래도 할 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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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 스팍은 보니까 부모님 말씀이라면 아주 잘 듣고 공부만 열심히 한 모범생인데 늦바람이 무섭다고 커크의 매력에 빠져서 헤롱헤롱... 첫 경험도 아니면서 꼭 섹스 처음 접한 사람처럼 아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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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식당에서 소렌과 트프링... 이탈리아 음식점 소렌ㅌ..가 생각나서 움찔. ㅋㅋㅋ 하필이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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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벌칸어 사전도 즐겨찾기에 추가해야 하나. 사전 좋아하기는 하는데 하다하다 인공어 사전까지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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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들은 옮긴이 브금은 Gustavo Santaolalla의 Alma. 노래 중간에 두 번쯤 잠시 소리가 잦아든다. 처음에는 어? 뭔가 잘못됐나? 라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3분도 안 되는 (아마도) 기타 연주곡인데 듣다보면 'Alma(영혼)'라는 제목이 어쩐지 납득이 간다. 스팍커크 옮기면서 벌칸 'mind'에 대한 묘사를 많이 보는데, 그게 이런 느낌일까 노래를 들으면서 상상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