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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Among the clouds

[스팍/커크 영픽 번역] Among the Clouds (1장. Part 1)

Neble 2014. 8. 2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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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Part. 1)

 

 

어울리지 않아요.

 

짐과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는 소리들 들은 트베이가 짐을 평한 말이었다. 당신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스팍이 대사의 아들인 이상, 그와 결혼할 사람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갖춰야 한다고도 했다.

 

짐은 스타플릿 사관학교 소속이었다. 학생이지만 일주일에 강의 두 개를 가르치기도 했고 함장 자격시험 공부를 하기도 했다. 둘은 함께 학교를 다녔다. 어느 날 저녁 사관학교 교정에서 두 블록 떨어진 커피숍에서 처음 만난 뒤로 둘은 매주 만났다. 시 낭송회 참석자는 둘 뿐이었다. 짐이 함께 앉아도 되겠냐고 물었다. 짐은 가죽 재킷을 입고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걸어왔다. 외견으로 볼 때 시에 진짜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혼자 앉아야 할 논리적인 이유가 없어 함께 앉아도 좋다고 했다. 스팍은 짐이 마이크 앞에 긴장하고 선 눈이 크고 머리카락이 붉은 오리온 시인 아가씨에게 연애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이런 곳에 오진 않지만 게일라는 친구거든요. 온다고 약속을 해놔서.”

 

짐이 눈을 찡긋하며 속삭였다.

 

스팍은 짐이 게일라에게 음흉한 시선을 던지리라 생각했다. 한 주 전에 스팍은 그런 행동을 하던 젊은 남성이 금방 가게 주인에게 쫓겨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짐은 게일라가 낭독하는 시에 집중하며 스팍을 놀라게 했다. 구슬픈 시도 있었고 그녀가 얻은 자유를 찬양하면서도 오리온의 계속되는 투쟁을 떠올리게 하는 시도 있었다. 낭독이 끝날 때마다 짐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주억거렸고 반응을 살피려 스팍을 돌아보았다. 짐은 두 번 눈물을 훔쳤다. 스팍도 게일라가 낭독하는 시에 감동받긴 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냅킨을 건네자 짐이 코를 풀었다. 스팍은 짐이 그 냅킨을 탁자에 그대로 버려두리라 생각하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짐은 일어나 문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냅킨을 버리고 돌아와 앉았다.

 

게일라 잘하지 않아요?”

 

게일라가 물을 마시는 새 짐이 속삭였다.

 

불사조 은유 어땠어요?”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적절하군.”

 

스팍이 신중하게 대답했다.

 

게일라는 꽤 멋지니까요. 교관님도 이런 거 써요?”

시 번역이 여가활동으로 만족스럽기는 해도 직접 시를 쓰지는 않아.”

 

짐은 게일라가 마이크 앞에 다시 서는 모습이 진심으로 자랑스러운 듯 했다. 스팍은 겉모습만으로 짐의 첫인상을 결정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낭독이 끝나자 짐은 제 연락처를 건넸다.

 

연락하세요. 시간 맞으면 또 봐요.”

 

짐은 게일라를 끌어안으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팍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차를 마저 마시며 제 수신함을 훑어보았다. 그 중 여섯 개에 회신하고 짐과 게일라가 커피숍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게일라는 짐의 뒷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였다.

 

스팍은 짐과 연락을 주고받고 동일한 커피숍에서 만나 시와 소설을 들으며 짐의 의견을 숙고하는 데에 그런대로 만족했다. 그런 일을 즐겁다 여기는 것이 어쩌면 비논리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스팍은 두 사람이 정기적으로 갖는 만남에서 큰 즐거움을 얻었다. 스팍은 그런 만남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일과가 끝날 무렵 트베이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짐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기 전까지 스팍은 짐을 삶의 동반자 후보로 여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현재 스팍은 귓불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무표정을 유지하느라 곤란한 처지에 몰려 있었다.

 

게다가 문란하고요.”

 

책상을 정리하며 트베이가 덧붙였다.

 

그건 짐이 알아서 합니다.”

 

스팍이 스타일러스 펜만 바라보며 짐을 감쌌다.

 

당신의 유전적 특징을 고려해도 그를 배우자로 택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에요.”

 

스팍이 눈살을 찌푸렸다. 짐이 스팍 자신을 연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사실 관계를 따져보았다. 두 사람은 모두 합해 47.25시간을 함께 보냈고 161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짐이 보내는 메시지의 평균 길이는 9.1자로 이루어졌다. 스팍이 이해하기로 인간의 연애 관계는 개인 간에 친밀감을 강제하는 일련의 부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스팍은 특정인과 단둘이 식사를 하거나 어두운 극장에서 영상을 보는 일이 (그동안에 영상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고 그저 화면만 보는데) 어째서 두 개인이 장기적으로 교제할만한 사람임을 결정하는 좋은 방법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일은 소모적이었고 자신과 짐의 교제를 설명하지도 못했다.

 

짐은 단둘이 시간을 보내자고 초대한 적이 한 번도 없을 뿐더러 (둘은 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만났다) 오붓하게 식사하자는 제안은 고사하고 사관학교 식당이 아니면 친구를 대동하고 밥을 먹었다. 짐과 게일라가 입을 맞추는 모습을 본 것만도 열한 번이며 아마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짐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람도 여덟 명이나 되었다. 스팍에게는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었다. 스팍은 짐이 자신에게 우정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 편이 좋았다. 트프링과 스팍이 맺은 유대는 정신적 적합성에 따라 부모님께서 맺어주신 유대였다. 두 사람은 벌칸 종족의 기본적 욕구에 따른 협력 관계를 맺을 터였다. 그게 이치에 맞았다. 짐과 함께 하고자 하는 바람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다.

 

스팍은 트베이에게 좋은 하루 되라고 인사하고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

 

글쎄, 화요일에 있는 내 다음 학기 강의 신청이 넘쳤대요.”

 

짐은 차례가 오길 기다리며 계산대에 세워진 오늘의 메뉴를 꼼꼼히 살폈다. 이 날은 두 사람이 스물세 번째로 함께 점심을 먹는 날이었다.

 

나더러 여덟 명을 더 받으라는 거예요.”

.”

게다가 지독한 인사과에서 조교도 안 붙여주겠다잖아요. 말이 되냐고요. 나는 공부도 안하고 할 일도 없는 줄 아나. 어우, 스니커즈잖아.”

 

짐이 약간 의기소침해 했다. 스팍은 어두운 포장지에 커다란 하얀 글자가 박힌 초콜릿 바를 바라보았다. 스팍이 원재료를 훑어보다 땅콩이 쓰여 있는 걸 발견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쇼크가 올 거야.”

먹어보고 싶은데.”

 

스팍이 지적하자 짐이 아쉬워했다.

 

엄마는 항상 복고풍 군것질 거리를 좋아했는데 스니커즈는 진짜 맛있어 보였거든요.”

원한다면 내가 하나 사서 식감과 맛을 설명해 주지.”

초콜릿 든 거 알고 하는 소리죠?”

적은 양이면 영향도 크지 않을 거야.”

더 질투 나네. 아무튼 고마워요.”

 

옆구리를 찌르는 짐의 행동은 스팍이 보기에 애정이 담겨 있었다. 신용거래 칩을 만든 짐은 스팍이 거절하기도 전에 스팍 몫까지 계산을 했다. 짐이 식판으로 탁자를 가리켰고 두 사람은 마주보고 앉았다.

 

그래서, 수업은 어때요?”

 

짐이 (알기로는 사실 프랑스가 아니라 아마도 벨기에가 기원인) 프렌치프라이를 먹으며 물었다. 스팍은 연방 공용어가 가진 불명확성을 고려하며 잠시 뜸을 들였다. 짐이 수업 진행 상황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수업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물어봤다는 건 알고 있었다.

 

만족할만해.”

나도 그저 그래요.”

 

짐이 토마토를 재료로 한 새콤한 조미료에 프라이를 푹 담갔다. 짐은 크게 벌린 입 안에 프라이를 넣고 씹으며 웃었다.

 

학기가 거의 끝나서 다행이에요. 다인종어 연구회에 등록하긴 했지만. 언어 수업에 도움이 될 테니까 뭐.”

그렇겠지. 벌칸어에 관해 도움이 필요하면 내게 도와달라고 해.”

정말요?”

 

짐이 자세를 바로 했다. 짐이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생도 제복에 쓱 닦았다. 스팍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냅킨을 집어 들면서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는데. 고마워요. 사실 구문이 좀 어려웠거든요.”

지금 설명해도 상관없나?”

나중에 봐도 될까요? 제가 저녁 살게요.”

 

스팍이 머뭇거렸다. 이미 점심도 샀는데 이제는 저녁까지 사겠다고 한다. 짐은 별 뜻이 없는데 제가 오해하는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더욱 자세를 바로 했다.

 

고마우니까.”

.”

 

덧붙이는 말에 스팍이 천천히 물을 마시며 뜨거워진 볼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래. 그러도록 하지.”

좋아요. 우리 아파트로 오실래요? 아니면 교관님 집?”

“19시나 되어야 나갈 수 있어. 네 아파트는 학교에서 가까우면서 우리 집에 가는 방향이기도 하지. 그러니 네 아파트에서 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군.”

 

짐이 손으로 미소를 가리는 듯 했다.

 

내가 재미있는 말이라도 했나?”

아니, 아니. 그냥 교관님 사고방식이 좋아서요.”

 

스팍이 얼굴을 찌푸리며 묻자 짐이 손사래를 쳤다.

 

칭찬하는 말을 듣고 턱을 살짝 당겼다. 짐은 벌칸인처럼 이성적이지는 않지만 지적이었다. 저를 좋게 보아주니 뿌듯했지만 스팍은 그런 감정을 억눌렀다.

 

뭐 주문할까요?”

 

스팍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저녁 말인가?”

 

당연한 소리였다.

 

알아서 해. 난 다양한 지구 요리를 먹으니까.”

이탈리아 음식 어때요? 우리 집에서 몇 블록만 가면 가지 라자냐 하는 데가 있어요. 꽤 괜찮아요.”

괜찮은 제안이군.”

데이트네요.”

 

짐은 기뻐하며 다시 프라이를 먹었다. (프렌치프라이와는 다르게 유래된 지역 이름을 땄는지 궁금했지만, 아무튼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는 아직 입에 대지 않았다. 짐이 프렌치프라이를 먹는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 흐뭇했다. 스팍은 얇게 자른 오이를 입에 넣고 씹으며 담백한 맛을 즐겼다.

 

짐이 한 말을 되씹었다. 데이트. 데이트라는 말에는 연애 의도가 담겨 있지만 스팍은 곁을 지나가던 금발머리 생도에게 고개가 돌아가는 짐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행동을 하는 짐을 보면서 마음이 가라앉고 입 꼬리를 쳐지게 만드는 감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스팍은 제 입 꼬리가 올라가 있던 줄도 몰랐다.

 

***

 

교관님?”

 

스팍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저를 부른 젊은 여성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차려 자세를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제 앞에 서 있었다. 피부색과 눈동자 색이 진하고 몸매가 늘씬한 여자는 보기에 아름다웠다. 스팍이 곧바로 대답하지 않자 여자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생도.”

 

스팍이 헛기침을 했다.

 

우후라입니다. 과제에 대해 질문이 있습니다.”

과제 안내는 이미 자네 전자 패드에서도 볼 수 있을 거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형식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스팍이 시선을 내려 제 전자 패드를 보고 해당 수업을 찾았다. 생도가 한 말이 맞았다. 스팍은 자료 제출 방식을 명백히 설명해 두지 않았다.

 

즉시 설명을 올리지. 누락 사항을 지적해 주어 고맙군.”

교관님.”

 

생도는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벌린 채 머뭇거리더니 별다른 말없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기다린 스팍은 과제 내용을 수정하고 의자에 앉았다. 양 손가락 끝을 맞대고 곧 있을 짐과의 저녁 약속에 정신이 팔린 자신을 돌아보았다. 짐이 한 데이트라는 말은 농담이라고 굳게 믿었다. 검색을 해 보니 구어 표현으로 데이트는 계획을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한 의미임을 알게 되었다. 짝을 찾는 사람들만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었다.

 

짐이 데이트라는 말을 가볍게 사용했다는 생각에 불쾌한 신체 반응을 보인 게 네 번째였다. 무엇보다도 트프링과 영속적인 유대를 쌓을 스팍이 짐과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모순이었다. 아버지의 신체 활동에 비춰 예측해 보건대 트프링과는 십 년 안에 영속적 유대를 맺게 될 것이다. 짐이든 다른 사람에게든 자신과 미래를 꿈꾸게 만든다면 부정을 저지르는 게 된다.

 

그렇지 않다. 스팍은 최근 고바야시 마루 모의실험에서 하부 갑판 내 생명 유지 장치를 끄고 전방 방어막으로 출력을 전환하려던 시도를 염두에 둔 수정 작업을 하려고 컴퓨터실에 갈 생각이었다. 저녁에는 짐의 아파트로 간다. 스팍이 구문을 설명해 주고 둘이 함께 가지를 먹게 될 것이다. 짐과 같이 사는 의사도 함께 할 확률이 높았다. 짐은 도와준 데 감사를 표할 것이고 두 사람은 다음 주 중으로 커피나 점심 약속을 잡을 것이다. 두 사람이 성적인 행위를 할 리가 없다. 하지만 스팍은 짐이 옷을 벗은 모습을 상상하자 부적절한 신체적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

 

그날 저녁은 스팍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짐은 사복을 입고 현관에서 스팍을 맞이했다. 그 눈동자에 짙은 푸른색 셔츠를 입자 금상첨화였다. 겉옷을 벗던 스팍의 입 안이 갑자기 말라왔다. 짐은 옷을 받아 옷장에 삐뚜름히 걸어놓았다. 짐의 눈동자는 보기 드문 특별한 색이었다. 처음에 스팍은 짐의 눈동자가 많은 지구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엷은 푸른색 눈동자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짐의 두 눈은 색이 풍부하고 보석 같은 게 마치 지구의 열대 바다 같았다. 스팍은 마른 침을 삼키며 제 안의 중앙통제실에 접근해 상기되는 볼을 막아보려 했다. 양 볼이 너무 뜨거웠다. 스팍은 아파트 내 조도가 낮은 데 감사했다.

 

우리 둘 밖에 없어요.”

 

짐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본즈는 당직이거든요. 음식은 여기 있고. 아직 따뜻한데 식사부터 할래요?”

그러지.”

 

짐이 접시 두 개를 꺼내서 식탁에 올려놓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식탁 가운데에는 유리병 안에 담긴 초록색 초가 놓여있었다. 짐이 심지에 불을 붙이자 숲의 향기가 방으로 퍼져 나갔다. 어머니가 (비논리적인) “분위기를 만드신다며 초 몇 개로 인상적인 정경을 만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짐이 초를 한 개만 사용한 것으로 보아 공기 청정도를 높이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단정 지었다.

 

뭐 마실래요?”

 

짐이 냉장고를 열었다.

 

맥주도 있고, 오렌지 쥬스도 있고보니까 본즈가 차도 우려 놓은 모양이네요.”

차가 좋겠군.”

 

짐이 물병을 집은 채 스팍을 돌아보았다.

 

이런, 이거 남부식이라서 설탕 많이 들어갔을 텐데. 그래도 괜찮아요?”

그렇다면 차는 안마시겠어.”

미안해요. 우리 복제기에서 뽑는 커피는 거지같지만 차는 마실 만 할 거예요. 그거라도 마실래요?”

사양하네. 물을 마시도록 하지.”

다음에 장 보러 가면 평범한 티백 좀 사다 놓을게요.”

 

스팍이 자주 오기를 기대한다는 뜻인가? 자기도 모르게 입가 근육이 당겨지자 속이 탔다. 짐은 그저 예의가 바를 뿐이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

 

스팍의 대답에도 짐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홍차? 녹차?”

녹차.”

 

대답을 하면서 올라가는 심장 박동을 막지 못했다.

 

그럼 녹차로.”

 

짐이 쾌활하게 웃고 물 두 잔을 따랐다. 음식이 담긴 용기를 열자 오레가노와 마늘 향이 났다.

 

아파트에 처음 이사 왔을 때 발견한 곳이에요.”

 

짐이 접시에 음식을 덜었다.

 

복제기로 만든 햄버거에 질렸었거든요. 진짜 먹어보면 안다니까요.”

무슨 의미지?”

.”

 

짐이 접시 두 개를 식탁으로 들고 와서는 의자를 빼고 앉았다. 스팍도 따라 앉고 한쪽에 쌓아 둔 냅킨 더미에서 한 장을 펴서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러니까 며칠 동안 그 햄버거 먹고 나면 속이 별로라고요.”

, 그런 식습관이 변비를 일으킨다는 뜻이군.”

 

짐이 크게 웃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도 활짝 미소를 지었다.

 

벌칸인 말투가 다 교관님 같으면 벌칸에 꼭 가야겠어요.”

우리 억양은 지역에 따라 다르네. 내 말하는 방식은 벌칸의 용광로 지역, 특히 시카르 벌칸어를 대표하지.”

그럼 거기부터. 교관님이 안내해 주셔도 되겠네요.”

 

짐은 계속 웃었고, 스팍은 짐이 저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은 맞지만 놀리는 표정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스팍은 접시 좌우로 꼬챙이가 있나 살폈지만 짐은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지구에 와서 벌칸인은 손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백스물일곱 번째로 설명하려던 차에 짐이 제 접시를 가리켰다.

 

포크가 있어야겠네.”

 

투덜거린 짐이 일어섰다. 짐은 싱크대 옆에 있는 서랍장을 뒤졌다. 주방 용품이 서로 부딪히며 불쾌한 소리를 냈다. 짐이 짝이 맞지 않는 포크 두 개를 꺼내더니 딸그락 소리를 내며 식탁에 내려놓았다. 스팍이 포크 하나를 집어 들고 바둑판 모양으로 음식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럼 고향에 마지막으로 가 본 게 언제예요?”

 

짐이 물어보면서 포크를 옆으로 눕혀 라자냐를 큼지막하게 잘랐다. 입에 넣기에 너무 커 보였다. 짐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용케 입을 다물고 씹었다.

 

스타플릿에 들어오고 나서는 벌칸에 가 본 적이 없군.”

 

대답하면서 눈으로는 짐의 입술을 좇았다.

 

향수병 안 걸려요?”

 

짐은 음식을 삼키고 입술을 핥았다. 스팍은 그 모습에서 힘겹게 시선을 돌렸다.

 

고향 행성을 기억하네. 어머니와도 매주 대화하고 있어.”

, 난 엄마 못 본지 일 년도 넘었어요. 어릴 땐 아예 없을 때가 많았지만요.”

누가 키워주었지?”

새 아빠가요. 엄마가 재혼했을 땐 더 많이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몇 달 있다가 과학 함선에 배치되어서 가버리더라고요. 샘이랑 난 프랭크 아저씨랑 살았는데, 내가 삼촌이랑 살 때까지는 같이 살았어요. 다시 갔을 땐 샘이 떠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몇 년 간은 프랭크 아저씨랑 나만 있었죠.”

계속해서 보호자가 있었던 건 다행이군.”

그럴지도? 전화 한 통은 해 줘야 하는데. 엄마가 프랭크 아저씨랑 이혼한 건 내가 이십 대 초반일 때니까. 프랭크 아저씨는 동부로 갔어요. 한동안은 연락 했었는데다시 전화해 준다고 생각해놓고 잘 까먹잖아요. 그렇게 그냥 연락이 뜸해졌어요.”

 

짐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미간 사이에는 조금 전에는 없던 주름이 졌다. 짐은 속상해 했다. 스팍은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있다가 비슷한 진퇴양난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처신했는지 떠올리려 했다. 주제를 바꾸는 게 현명해 보였다.

 

내일 저녁에 있는 시 낭독에 참석하나?”

아뇨.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매일 새벽 2시까지 나다니면 절대 조기졸업 못 해요.”

그렇군.”

게다가, 이런 게 좋아요. 우리 둘만 있는 거.”

 

짐이 부끄러운 듯 싱긋 웃었다.

 

짐이 한 말에 온 몸에 퍼지는 열기를 막을 수가 없었다. 멍하니 짐을 바라보았다. 제 입이 살짝 벌어지고 호흡이 41.6 퍼센트 증가한 게 느껴졌다.

 

교관님도 괜찮은 거죠?”

 

트프링이 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의식 속 한 지점으로 생각을 옮겼다. 이십 년이나 된 것 치고는 존재감이 희미했다. 가끔은 트프링도 제가 있음을 알려왔지만 대부분은 잠잠했다. 스팍은 제멋대로 제 안에 짐을, 그 웃음소리와 밝은 미소를 받아들였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제 아버지도 결국은 인간과 결혼했다. 스팍은 궁금해졌다. 저를 원하는 자의 내면에 닿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래.”

 

스팍은 겨우 입을 열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짐이 식탁 아래서 슬쩍 발을 갖다 대자 숨을 멈췄다.

 

다행이에요.”

 

짐이 입 안에 또 한가득 라자냐를 우겨넣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스팍은 그 눈동자 색을 감상하며 식사를 마쳤다.

 

***

 

안 물어요.”

 

짐이 소파에 몸을 기대고 순진하게 눈을 깜빡였다. 스팍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 인간 사이에서 흔한 걱정인가?”

 

어머니가 인간의 특이한 점에 대해 몇 가지 알려주려 하신 적은 있지만 그런 걱정을 품는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냥 표현이에요. 더 붙어 앉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고요.”

.”

 

소파에 앉아있던 스팍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둘의 허벅지는 많이 봐줘도 딱 일 센티미터 떨어져 있었다. 짐이 가까이 있는 탓에 심근세포가 빠르게 수축했다. 인간이 피부 교감을 좋아해서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알지만 우정을 표현하는 행동과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의 정확한 차이는 알지 못했다. 스팍이 얼굴을 찌푸렸다.

 

헷갈려하는 표정이에요.”

 

짐이 다정하게 말했다. 스팍의 허벅지로 손을 뻗었다. 짐이 엄지손가락으로 무릎뼈를 어루만졌다. 스팍이 침을 삼키며 눈으로는 짐의 손가락을 좇았다.

 

교관님이 좋아요. 그러니까, 하고 싶으면...”

 

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은 몰랐지만 천 너머로도 성적 접촉에 대한 욕망이 느껴졌다. 벌칸을 떠난 뒤로 그런 행위를 한 적은 없지만 그 생각에 몸이 반응했다.

 

구문에 대해 도움이 필요한 줄 알았는데?”

 

스팍은 높아진 제 목소리에 당황했다.

 

구문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하죠.”

 

짐이 중얼거리며 더 밀착해 왔다. 둘의 다리가 닿았고 무릎을 만지던 손은 사타구니에 가까워졌다.

 

성관계를 맺자고 제안하는 건가?”

 

꽉 잠긴 목소리로 묻는 스팍의 목덜미로 짐이 내뱉는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

 

심장이 쿵쿵거렸다.

 

그렇다면 내 대답은 찬성이야.”

좋네요.”

 

한 손으로 스팍의 볼을 감싸고 입술을 맞대기 전에 마지막으로 짐이 한 말이었다.

 

스팍이 아는 어떤 입맞춤과도 달랐다. 입술은 따뜻했고 벌어진 입 안은 촉촉했다. 짐은 제 입술로 스팍의 입술을 애무했다. 스팍의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윗입술을 물고 입 꼬리도 물었다. 짐은 혓바닥으로 지분거리며 스팍의 입술을 열었다. 역겨우면서도 몹시 흥분됐다. 마늘과 오레가노와 토마토의 맛이 났다. 오른손을 무턱대고 뻗어 짐의 손을 찾아 쥐었다. 맞잡아오는 손이 황홀했다.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짐이 제 피부위에 만들어내는 문양에 정신이 팔려 짐의 생각이 흘러들어왔다.

 

정말 섹시해, 원했어 처음부터

 

이 남자가 나한테 박아준다면

 

맙소사 다른 사람이랑은 정말 달라

 

질투는 비논리적이었다. 짐은 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팍은 문득 사람들이 서로 깨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스팍은 짐의 턱 선을 타고 목으로, 정맥 위 피부를 따라 이를 세웠다.

 

 


 
에잇, 가자!!
뮤즈언니 글은 다시 봐도 조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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