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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KIRK 영픽 번역/Among the clouds

[스팍/커크 영픽 번역] Among the Clouds (3장. Part 1)

Neble 2014. 9. 30. 00:03

Among the Clouds by museaway



3장 (Part. 1)

 

스팍은 그날 저녁 아파트로 돌아와 침대 시트와 거실에 있는 소파 덮개를 걷어 빨았다. 닦을 수 있는 곳은 다 닦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남아있는 짐의 흔적을 모두 지워냈다. 짐이 스팍의 집에서 밤을 보낸 뒤로 네 번이나 침대 시트를 바꿨지만 상관없었다. 감각을 가득 채운 모양인지, 스팍은 여전히 모든 가구에서, 옷감 주름에서, 짐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스팍은 향을 켜 침실 바닥에 내려놓고 명상을 했다. 평소 명상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때까지 불과 몇 초에서 길어야 일 분 정도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그날 밤 스팍은 제 내면에 집중할 수 없었다.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가볍게 포개어 호흡에만 신경을 썼다. 호흡이 일정치 않았다. 복근에 힘을 주고 등을 편다는 감각으로 척추에 집중했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스팍은 더 깊이 명상할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벌칸 행성을 떠올렸다. 건조하고 붉은 땅과 그곳에 가득한 열기를. 벌칸의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상상을 했다. 그 따스함을 폐에 담고 붙잡는 상상을. ‘벌칸의 용광로’라는 이름이 붙은 계곡과, 도시를 넘어 제 가족이 살던 집이 있던 교외까지 휩쓸던 사막의 바람을 느꼈다. 부모님이 제게 등을 돌리고 발코니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앞으로 다가가자 발아래 발코니가 무너져 내리며 끝없이 떨어졌고―

눈을 떴다. 다시 감기가 두려웠다. 비논리적이었다. 자신이 본 것은 제 상상의 산물이었다. 스팍은 분명히 지쳐있었고 잠을 자야 했다. 벽을 유심히 바라보며 창틀과 평행한 붓 자국에 오랫동안 시선을 고정했다. 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조악한 솜씨가 남긴 붓 자국은 화가 날만큼 선명했고, 숨어서 기다리던 것처럼 스팍의 눈을 끌었다. 스팍은 이날까지 그 붓 자국을, 창틀 40.64센티미터 위 누군가 꼼꼼히 가리지 않은 못 자국을 눈치 채지 못한 게 부끄러웠다. 창가를 칠한 페인트는 탁한 흰색이었다. 벽은 좀 더 광택이 돌았다. 그것 또한 전에는 알지 못했다. 스팍은 불편할 정도로 뻑뻑할 때가 아니면 눈도 깜박이지 않고 계속 바라보았다.

삼십삼 분간 벽을 바라보고 서로 다른 네 종류의 하얀 페인트를 찾아냈다고 자신했다. 그림자가 진 게 아니었다. 어지러움이 사라질 때까지 서랍장에 손을 얹고 기댔다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윙윙거리며 돌아가던 세탁기는 벌써 멈춰 있었다.

스팍이 능숙하게 침대를 정리하고 수건을 개어 욕실 바로 앞에 놓인 기다란 수납장에 넣었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불을 끈 뒤 침대 위에 엎드려 창문 너머로 달을 바라보았다. 생명 없는 천체인 달은 돌아봐주지 않았다. 달은 아는 바나 의도한 바도 없이 파도를 움직인다. 그것을 알면서도 달을 보니 화가 나 창에서 등을 돌렸다. 스팍은 구 분 사 초간 잠이 들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가 다시 불을 켰다.

명상도 못하고 잠도 잘 수 없다면 책을 읽는 게 좋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거실로 갔다. 시선을 돌리며 커튼을 쳤다. 차를 한 잔 준비하고 한 손에는 전자패드를 들고 소파에 앉았지만 패드에는 눈을 주지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지쳐있는 건 분명했다. 왜 잘 수 없는가? 환절기 탓인지도 모른다. 곧 가을이었다. 날이 짧아진다고 불평하는 학생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은 정확하지 않다. 지구의 하루는 늘 같은 숫자만큼의 분초로 이루어진다. 다만 일조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자연광의 변화가 신체리듬에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전자패드를 치웠다.

아홉 살 때 학교에서 일어난 소란으로 잠이 들지 못한 적이 있다. 어머니는 빵과 따뜻한 우유를 차리고 스팍이 진정될 때까지 시를 낭독해 주었다. 노력해서 해 될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복제기로 수증기가 오르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만들고 함께 먹을 빵 한 덩이를 만들 생각으로 조작판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러나 스팍은 케이크를 만드는 메뉴를 눌렀다. 어쨌든 스팍은 성인이었다. 아파트에는 저 혼자였다. 정제 설탕을 먹고 싶다면 먹으면 될 일이었다. 스팍은 설탕 장식 없이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원형 케이크를 뽑아냈다.

케이크와 포크를 들고 거실 바닥에 앉아 뺨을 주먹 쥔 손으로 받친 채 만족하는 기색 없이 케이크를 한입 먹었다. 한입 더 먹고서야 자신이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생각났다. 마음에 드는 레몬 맛이 났지만 버터 때문에 속이 더부룩했고 이빨에는 미끄덩한 막이 생겼다. 스팍이 인상을 쓰고 우유를 마셔 입을 헹궜다. 영상장치를 켜고 아무 생각 없이 선택지를 돌리며 채 일 초도 보지 않고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겼다. 물론 각 프로그램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시간일리 없었지만,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언뜻 익숙한 장면이 보여 멈췄다. 붐비는 술집에 하얀 재킷을 입은 지구의 백인 남성이 있고 뚱땅거리는 피아노가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그 영상이 짐이 보여주었던 영화인 것을 알아보고 괴로워했지만, 모순의 극치임에도 영화를 보며 남은 케이크를 먹었다.

제 통신기가 울리는 소리에 스팍이 놀랐다. 전화가 오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제 역할을 잘 하는 튼튼한 가구에 의지해 거실을 지나 부엌 조리대 위에 놓인 충전 거치대에서 통신기를 가져왔다. 통신이 들어온다는 벨소리가 또다시 울렸다.

“스팍입니다.”

“트프링이야.”

스팍이 눈을 깜박이며 당혹감을 씻어냈다.

“어디 안 좋아?”

“잠을 못 자.”

“알고 있어. 네 명상으로는 안 돼.”

“다른 휴식 방법을 시도하는 중이야.”

“걔를 가려야 해.”

트프링이 인정 없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었다. 도우려는 뜻에서 하는 말임은 알았다. 트프링이 한 말은 합리적이었지만 속에서 송곳니처럼 빛나고 날카로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스팍이 이를 갈았다.

제 심상 풍경에 연민어린 바람이 불었다. 스팍은 두 사람이 그 속에 함께 앉은 모습을 떠올렸다.

“도와줘도 돼?”

트프링은 진주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스팍은 즉답을 피했다.

“걔에 대한 기억이 널 힘들게 해. 확실히 논리적으로 봐도―”

“그래. 맞아.”

“도와줄게.”

스팍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제 융합점에 스치는 상상의 손가락을 느꼈고 강렬한 갈망이 순간적으로 빛나더니 곧―

스팍은 등을 펴고 앉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고통이 감춰지자 고통에 사로잡히는 느낌도 사라졌다. 트프링의 손이 멀어졌다.

“도움 고마워.”

트프링은 이제 일어나 제게서 고개를 돌렸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풍경이 흐릿해졌고, 스팍은 귀에 통신기를 댄 채 제 아파트로 돌아와 있었다.

“자도록 해.”

“장수와 번영을.”

트프링의 장수와 번영을 바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평화와 장수를.”

조용히 대답한 트프링이 전화를 끊었다.



이번 브금은 길티 크라운 OST 중 Release my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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