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커크 영픽 추천] Shades of Mine

Shades of Mine by littlebirdtold
19374 words

스팍과 우후라가 결혼하고 다음 해 커크가 사고로 10살로 돌아간다. 스팍과 우후라 부부는 커크를 입양했고, 8년 뒤 둘은 이혼한다. 소문에 의하면 입양한 아들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내가 스팍 우후라 커플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커플 사이에 커크가 끼어들어 스팍을 빼앗는 그림도 싫어해서 안 봤던 소설이다. 그런데 한글로 된 스팍커크가 하도 궁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앞 부분 번역된 걸 보게 됐네? 뒤가 궁금해서 안 읽을 수가 있어야지. 길이가 길지 않아서인지 소재가 자극적이지만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정말 쫀쫀해서... 스팍, 커크, 우후라가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애증으로 얽히고 설키며 문드러지는 그 속이 하나하나 공감이 간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지 싶다.
개인적으로 작은새 언니 작품 중에서 (현재까지는) 최고로 꼽고 싶다.

“미안해요, 엄마.”

잠긴 목소리였다. 세상에, 짐의 목소리는 꼭...

“그러니까, 스팍을 사랑한 건 미안하지 않아요. 그건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엄마를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나는― 나는 엄마가 가는 건 싫어요. 그리울 거예요.”

우후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눈이 따끔거렸다. 짐이 그리웠다. 세상에, 얼마나 그리워할지.

“나도야, 짐. 나도.”

우후라는 목구멍으로 응어리를 삼켰다.

짐이 우후라를 끌어안았다. 우후라가 몸을 돌려 짐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기 전까지는 무척 어색하고 불편했다. 짐은 우후라보다 훌쩍 자라있었다. 어느새 이렇게 된 거지?

“사랑해요, 엄마.”

짐은 제 고개를 우후라의 머리카락에 묻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후라가 눈을 감고 아들을 입양하기로 결정했던 팔 년 전 그날 밤을 떠올렸다.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어쩌면 아직도 스팍과 함께였으리라.

아닐지도 모르지. 스팍이 죽었을지도.

“나도 사랑해, 아가.”

우후라가 속삭이고 짐을 꼭 끌어안았다.

제 인생에서 많은 일을 후회하지만, 이것은 아니었다.

절대로.

- - -
우후라가 "나도야, 짐. 나도. (Me too, Jim. Me too.)" 하는데 울컥. 뭐, 셋 다 지옥이었겠지만 스팍보다 우후라와 커크가 훨씬 가혹한 상황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장면이 정말 짠하다. 부부야 이혼하면 끝이라지만, 우후라와 커크는 엄마-아들로 지내면서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서로 사라지길 바라고, 그런 자신을 혐오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찾아온 이 화해의 시간이 어떤 감정이었을지... 그에 비하면 스팍은... 정리하다보니 여기 스팍 참 나쁘네.